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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인문철학 : 대논쟁! 철학 배틀
학창시절에 철학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이 사상이 어떤 배경에서 사유하고 나온 것일까, 왜 이런 해답을 내놓았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못하고 그저 달달 암기했을 뿐이었기에 시험이 끝나자 순식간에 잊어버렸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공부와 좀 멀어지게 되자 오히려 철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그렇게 철학에 작은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입문서들이 다 딱딱하고 어려워보여 도전을 주저해오던 차에 이 책은 대화형식으로 전개되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읽어보게 되었다.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거나 가치를 판단하고 음미하는 작업입니다. 가치나 본질에 대해 '왜 그럴까?'를 묻는 '대화'입니다. 아주 쉽지 않나요? 철학은 바로 음미와 대화라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 p. 5
어떤 문제를 제대로 풀고 싶다면 일단 '생각'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내가 내놓은 해법이 다른 문제를 낳지는 않을까?'와 같은 물음과 진지하게 씨름해야 한다는 뜻이다 - p. 8
철학이란 문제에 대한 사유와 대답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철학적 사고란 실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철학이란 '의문'을 내고 '근거'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형식으로 철학을 설명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저자는 꽤 독특한 철학 입문서를 내놓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대논쟁! 철학 배틀'이라는 책이다.
만화같이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입문자에게 친절해 세세하게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 예 중 하나가 책 앞에 철학 사상 지도를 적어놨다는 것이다. 많이 들어봤을 공리주의, 관념론과 유물론, 자유주의와 실존주의 뿐만 아니라 그 전까지 나아가 그리스철학, 불교, 노장사상, 유학, 스콜라철학, 교부철학, 종교개혁 등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렇게 고대에서 18세기까지를 한 장에, 또 18~20세기까지를 한 장으로 총 2장의 사상 지도를 만든 후에는 각 사상들의 직접적 영향, 간접적 영향과 비판, 사상대립 등을 표기해 쉽게 사상들의 관계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 해놨다. 또한 각 사상들에 중요한 단어나 어구를 써놔 이 두 장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철학가들의 사상의 중점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해줬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사상에 대해 파악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철학 배틀'에 들어간다. '빈부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살인은 절대악일까?',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 악할까?', '전쟁은 절대악일까?', '자유는 정말 필요할까?',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등 제목만 봐도 흥미를 자극하는 15가지의 주제를 던져 준다.
그 후 각 장의 이름을 'ROUND'라고 하고 각 라운드의 처음에 그 'ROUND'의 주제에 참여할 철학자들을 VS의 왼쪽과 오른쪽에 배치한 후 각각의 주장의 논점을 요약해 놓는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각 철학가의 그림을 작게 삽입하여 정말 그들이 토론하는 것을 옮긴 방식으로 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중요한 부분은 빨갛게 볼드 표시를 해놓고, 어떠한 철학 용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미주에 삽입해 설명해준다. 또한 각각의 철학가들의 철학사상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중간중간에 중요하게 설명을 해나가고 있다.
철학의 양은 시대가 지나감에 따라 양이 매우 방대하고, 또한 각각의 철학 사상에 대해서만 이론서가 수두룩 빽빽하기 때문에 처음 쉽게 접하기 위해 인문철학일반 서적을 어느 것으로 선택할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설령 철학전반을 두루 다루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무래도 철학적 사고가 확립되지 않은 일반인이 보기엔 머리만 아프로 이해가 안 되는 어려운 입문서들도 많다.
그렇기에 이렇게 쉽게 풀어쓰고 설령 좀 어려운 용어가 나온다고 할지라도 마치 만화처럼 재미있게 각색해서 철학사상들을 알려주는 이 책 '대논쟁! 철학배틀'이 입문서로는 추천할 책이 아닐까 싶다. 철학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시대별로 쭉 이어서 사상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주제들을 장으로 삼아 그 주제에 맞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관심있는 부분부터 읽는 식으로 독서를 해나가도 괜찮은 책. 철학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철학에 흥미를 붙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