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 : 버라이어티


  '공중그네' 등으로 국내에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 나왔다. 여기저기 출판사에 속해있던 단편들을 모아 한데 묶었다는 '버라이어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했던 단편 6편과 콩트 1편, 그리고 대담 2편을 엮은 작품집이라고 한다. 기한도 길고 다른 곳에 출품했던 작품이었기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없이 각각의 색을 담고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몇 가지는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바로 '극복'에 관한 이야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일 큰 차이가 뭔지 아시오? 채산성이 없는 사업을 떠안고 갈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요. 우리는 채산성이 없는사업 같은 게 있으면 단숨에 끝장이오. 그래서 모든 일에서 확실히 수익을 올려야만 하죠. 게다가 저작권 수입 같은 것도 없소. 일한 만큼만 돈이 들어온단 소리요. 그래서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거요. 약속을 지키고 사고를 쳐도 도망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소. 나는 전에 일하던 회사가 도산했을 대 담당하던 거래처를 일일이 다 돌며 사죄했소. 손해를 입은 곳에서는 당연히 욕도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용서해 주었소. 미나토 부동산은 그런 거래처 중 하나요. 아무리 글로벌화가 진행됐다고 해도 인간을 움직이는 건 정이라오. 자존심 같은 거 버려요. - pp. 106-107


  대기업에서 박차고 나와 새로운 수익 사업을 벌이게 된 38세 젊은 사장 나카이. 그는 그 때 가지고 있던 책임감과 자존심으로 새로운 루트를 뚫고 자신만만하게 온갖 좋은 제품들, 좋은 사무실을 얻어 광고 기획사를 차린다. 하지만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던 때와 다르게 말을 바꾸는 거래처, 들어오지 않거나 수익성이 거의 없는 일들에 좌절한다. 하지만 사장으로서 부하직원과 상의하기도,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으니 가족들에게 상의하기도 어려워 혼자 골머리를 앓는다.


  그런 상황에 알게된 다른 중소기업의 사장. 그는 그에게 요령을 가르쳐준다. 한 사람이 떠안고 파산하면 힘드니 정말 안 될 때는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좋다. 책임감과 자존심도 좋지만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어느정도 짐을 분담해 적당히 해도 된다. 이런저런 중소기업에 알맞은 이야기들을 그에게 들려준다.


  정직과 책임을 기본 소양으로 갖추고 일하던 소속된 곳에서 벗어나 보니 세상은 참 각박하고 쓰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법을 어느정도 자존심을 버리고 나니 어쩌면 한결 짐을 내려놓은 셈이 되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창업을 하는 사람들, 또는 정년퇴직이나 권고사직 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훈훈한 기분이 들었다. 걱정할 것 없다. 모두 자신의 힘으로 청춘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신도, 그리고 아키나도. - p. 285


  이 이어지는 젊은 사장님의 두 편의 이야기 뿐 아니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소년과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의 성장소설, 마흔 넷의 유미코와 그의 딸 열일곱의 아키나와의 감추고 들춘 끝에 한발짝 나아간 갈등의 극복의 이야기도 섬세하게 풀어내어 치유받는 느낌을 준다.


독자 뿐만 아니라 저도 의표를 찔리도록. 뭔가를 만들 때의 묘미는 그런 데 있지 않을까요. - p. 138


  두 작가와의 대담 또한 그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이야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말을 하며 작품 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내었다. 이 것도 일종의 극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 느낄 수 있는데 그런 스토리들이 참 흥미롭다. 물론 한 테마에 엮어낸 것이 아니기에 다른 색의 작품들도 있는데 바로 그것이 '드라이브 인 서머'와 '더부살이 가능', 그리고 '크로아티아 vs 일본'. 각각의 이야기가 색이 있어 다채로운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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