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무어 2 - 모리건 크로우와 원드러스 평가전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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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건이 억눌러 담아 두었던,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 진실. 모리건과 모든 저주받은 아이들이 뼛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진실이 그들의 심장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나는 이븐타이드 밤에 죽는다 - p. 39 


판타지소설이라고 하니 해리포터가 생각나네요. 제가 생애 처음 읽었던 소설이었죠. 초등학교 일학년때 그 책을 읽고 그 어린 시절에 밤을 꼬박 새웠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5부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청소년기를 해리포터와 함께 보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면 종종 정주행을 하는 이야기예요. 이 책 네버무어 1, 2권은 제 그 어렸던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어주는 책이었습니다. 


○ 모리건은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상상은 수백변도 더 했다. 두려워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두가 좋아해 주는 존재가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방으로 걸어 들어갈 때마다 사람들이 흠칫 놀라며 피하는 게 아니라 미소 지어 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건 모리건이 가장 좋아하는 공상 가운데 하나였다. - p. 71


저주받아 모두가 기피하는 아이, 그 아이가 가진-것 처럼 보이는-특별한 능력, 상황에 기죽지 않고 사과 편지에도 위트있는 문장을 보여주는 강한 면모, 그리고 입찰로 후원자가 되는 독특한 비드데이, 아이를 후원해주는 주피터,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독특한 세계관, 원드러스협회라는 특별한 교육기관, 그 기관에 들어가기 위한 네 가지 각기 다른 평가전, 그리고 이 세계에서 악으로 취급되는 원더스미스 에즈라 스콜까지. 정말 흥미를 끌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잘 엮어내 순식간에 책에 빠져들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해리포터가 언급될 수 밖에 없어보이는 요소들도 보여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서명해. 약속하지. 언젠가는 너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모든 사람을 사고 팔 수 있는 힘까지 갖게 될 거야. - pp. 72-73 


이 세계는 이븐타이드가 올 때마다 새로운 연대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그 시기는 대략 11년에서 12년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븐타이드에 태어난 아이는 다음번 이븐타이드가 오는 자정에 죽게 되죠. 주인공인 모리건은 11살이면 죽음을 맞이하는 이븐타이드에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 특수성 때문일까요. 이븐타이드의 아이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행의 원인으로 꼽히게 됩니다. 11살밖에 안 되는 아이를 모두가 손가락질하고 이미 죽은 존재로 취급하며 있어도 없는 것처럼 굴며 온갖 험한 말을 하다니 이 얼마나 가여운 일인지요. 그러나 주인공인 모리건은 곧 죽어버릴 저주받은 아이에서 점차 담대하게 나아가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 모리건은 자신이 왜 특별한지 잘 알았다. 그 특별함은 자칼팩스의 사람들이 모리건을 피해 길을 건너게 했다. 주피터가 기계 거미를 타고 나타나 네버무어로 납치하지 않았다면, 이븐타이드의 밤에 모리건을 죽음으로 몰아갔을 특별함이었다. - p. 163 


장식물이 살아있는 듯 시간이 되면 떨어지고 새로 돋아나는 특별한 공간 호텔 듀칼리온에서 모리건은 1년 동안 머무르며 평가전을 치릅니다. 그러면서 후원자 주피터의 조카인 안대 쓴 잭과도 만나고 평가전에서 별거 아니라는 듯 우정을 건네주는 호손이라는 둘도 없는 친구도 만나게 됩니다. 그런가하면 적도 만들게 되는데요. 이 적은 그렇게 위험한 인물은 아니지만 모리건에게 호의적이라고 보여지는 인물이 실은 흑막이었다는 반전 아닌 반전이 존재합니다. 이건 책으로 확인하시는 게 더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 너와 함께 네 번의 평가전을 통과하고 승리한 이들은... 너의 형제자매가 될 거야. 그들은 죽는 날까지 너의 지원군이 될 사람들이야. 네게 결코 등을 돌리지 않고, 네가 그들을 위하는 만큼 너를 위해 줄 거야. 네 목숨을 구하는 일에 자신의 목숨을 걸 사람들이지. - p. 183


책갈피도 참 예쁜 네버무어! 판타지소설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마 이것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정직하고 빠른 사고를 보는 첫 번째 평가전, 전략과 의지를 보는 두 번째 평가전, 지략과 용기를 보는 세 번째 평가전, 재능과 비기를 보는 네 번째 평가전 모두 다 흥미진진하답니다. 모리건의 천부의 재능과 그를 노리는 그림자 사냥단과 에즈라 스콜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다 보면 모리건의 점차 성장하는 스토리가 보일거예요. 그리고 이런 성장물은 언제나 옳다는 말에 저도 동의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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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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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생각하면 나의 증오는 불꽃처럼 타오른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이 한 줄이다. 그리고 이거면 충분하다. - p. 8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손에 들었습니다. 최근 발간된 작품에서는 실망을 한 일이 많아 잘 보지 않았었는데요. 한때 백야행 덕분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빠져서 거진 다 읽어보았는데 웬일인지 이 소설은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더라구요. 이 작품은 꽤 오래전에 쓰인 일본소설이죠. 그런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로이 나오게 되었답니다. 덕분에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아마 웬만한 분들은 다 읽지 않았을까 싶은 이 11문자 살인사건을 저는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과연 이건 제 취향에 맞을까~ 하면서 조심스레 책장을 펼쳤습니다. 


○ 없다고도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살의는 가치관과 비슷한 거니까. - p. 13


무인도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꽤 섬뜩한 모놀로그가 보여지고 나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국면에 접어듭니다. 살인과 살인, 또 살인이 일어나는 것이죠. 범인은 특정할 수 없지만 여러 용의자가 있고 그 용의자들의 알리바이와 동기를 추리해서 좁혀나가는 것이 정통 추리소설에서 많이 쓰이던 방식인데 이 이야기는 비슷하게 여러 인물을 추적은 하되 오히려 그들은 죽어나간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 현실의 사건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하잖아. 그래서 문제 제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해. 항상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점에서 소설은 완성된 구조를 지니고 있잖아.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이지.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 아니야?  - p. 17


그렇게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왜 그들은 살해당해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춰 보게되던 일본소설 11문자 살인사건. 죽어도 되는 사람도 있는거라는 말은 왜 쓰인 걸까요~ 전혀 그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관련자의 애인이라 등장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서히 사건이 파헤쳐지게 됩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추리소설 작가라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인기 없는 작가라는 것도요. 


○ 그들은 자신의 행위를 당연한 것이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 173


사람은 참 얼마나 많은 자기변명과 위안으로 비겁함과 잔혹함을 덮고 살아가는 걸까요. 등장하는 인물들 중 어린아이와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다 구린 부분을 감추고 있는데 그 점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던 11문자 살인사건. 반전은 딱히 없고 범인도 숨기던 부분도 비슷하게 예측해냈지만 덕분에 통쾌한 느낌이 들진 않네요. 그래도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었습니다. 간만에 갈릴레오 시리즈부터 시작해 다작한 이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독파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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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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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예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p. 20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이름의 책을 도서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대체 이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제목때문에 유치하진 않을까 한참동안 망설여지기도 해 결국 펼쳐보기를 주저했던 작품이예요. 그리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으로 개정되어 나온 지금에서야 비로소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왜 이제서야 봤는지 지난 날이 아쉬워질 정도로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실물로 나와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 멋진 데뷔작이 유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었답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 p. 22  


아주 오래전에 쓰인 책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누군가와 나를 연결해주는 일이란 참 멋진 일입니다. 이 책은 전쟁 후에 건지섬에서 어떠한 경위로 손에 들어온 책을 읽고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진 도시가 전쟁이 막 끝난 건지섬에서는 책을 구하기가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책에 있는 메모에 적힌 줄리엣에게 다른 책을 구해줄 수 없냐는 한 통의 편지로 모든 것이 시작되게 됩니다. 줄리엣은 작가로 소재를 찾고 있었고, 건지섬의 이 독특한 이름의 북클럽은 그녀의 흥미를 단숨에 끌게 되죠. 왜 북클럽의 이름과 창단에 얽힌 이것저것을 궁금해하던 줄리엣은 도시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고, 점차 친밀한 사이가 되어 건지섬까지 찾아가게 됩니다. 아주 멋진 일이지요! 



○ 당연히 삶은 계속되지 않아요. 계속되는 건 죽음이죠. 이언은 이제 죽었고 내일도 내년에도 그 후로도 영원히 죽어 있을 테니까. 죽음에는 끝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슬픔에는끝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엄청난 슬픔이 노아의 대홍수처럼 나의 세상을 휩쓸어버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벌써 물 위로 솟은 작은 섬들이 있네요. 희망? 행복? 뭐 그런 것들로 부를 수 있겠죠. 당신이 의자 위로 올라서서 부서진 건물 더미를 애써 외면한 채 반짝이는 햇빛을 받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답니다. - p. 162  


영미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거의 모든 형식이 서간체로 되어 있어 쉽게쉽게 읽힙니다. 키다리아저씨와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라는 작품들도 생각이 나더군요. 다루는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요. 이 이야기는 독일군이 점령했던 건지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그렇게 가볍지 않은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될만도 하지만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라 놀랍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기에 초반에는 조금 헷갈릴 수도 있지만 금세 구분해내서 각자의 성격이 묻어나오는 편지들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답니다. 맨 끝에 등장인물들 설명도 실려있기도 하구요. 



○ 그렇게 늦은 밤이면 엘리자베스는 저에게 건지 섬과 북클럽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에겐 마치 천국같이 들렸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불결한 냄새와 병균이 떠다니는 눅눅한 공기 속에서 숨을 쉬어야 했지만, 엘리자베스가 이야기를 할 때면 깨끗하고 상쾌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과일 향기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라벤스부뤼크에서 햇빛이 비친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여러분의 문학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아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돼지구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습니다. 하지만 웃지 않았지요. 막사에서 웃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 pp. 274-275 


건지섬의 주민들이 어떻게 독일군 점령기를 책으로 버텨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편지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기대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 책, 꼭 읽어보셔야합니다. 워낙 매력적인 이야기라서 그런지 영화화도 목전에 두고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은 책으로 읽어봐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명랑한 기질이 있는 밝은 천성을 지닌 줄리엣이 건지섬에 어떻게 녹아들게 되는지 꼭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보고나니 저도 북클럽 회원이 되어 멤버들과 책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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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언어 - 강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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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언어




○ 나는 빗방울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졌다. 독립된 하나의 물방울로 떨어진 나는 바다와는 다른 존재로 있었다. (중략) 나와 함께 떨어진 수많은 빗방울들은 곧 산으로 스며들 것이고, 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고 싶었다. 나는......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었다. - p. 7  


아름다운 문장들로 감성을 두드린 '나무의 언어'를 쓴 작가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다른 작품 강의 언어를 집어들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새로운 화자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 이 작품은 전작보다 환상적인 존재들이 많이 등장해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구요. 나무가 등장하기도 전에 존재한 물이 강이 되고, 신들과 님프, 정령, 천사들과 함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중에는 인간에 대한 것도 물론 있죠. 


○ 빙하는 곧 물이 되어 녹아 내렸다. 그 중 몇몇 물줄기가 곧장 내쪽으로 향했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나는 강의 원류源流가 되었다. - p. 10  


강은 뚜렷한 성별은 존재하지 않지만 좀 더 남성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님프와 정령들을 사랑하죠. 그 중에서도 살마키스라는 물의 님프를 사랑하는데 이 때문에 물은 재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감정적인 강이라서일까요. 좀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관조하는 시선이라기보다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들도, 강도 그다지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그려졌기에 그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도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기도 하구요. 


○ 영원함이란, 무한한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부재 속에 존재하지. 그래서 운디네처럼 영원한 생명을 가진 존재는 현재에만 사는 거야. - p. 84  


그렇게 강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끝부분에는 오염원으로서의 자신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들의 많은 대량학살, 환경오염과 같은 파괴행위로 물은 많이 변화되었죠. 예전에는 그냥 떠서 먹기도 했으나 이제 정화된 물을 사 먹는 것처럼요. 인간이 꿈꾼 대로 그리고 생각한대로 변화 했지만 강은 어쩌면 영원히 강으로 존재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독백을 합니다. 강이 오염된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언젠가 다시 맑은 강을 아무렇지 않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뒷맛이 씁쓸해지는 강이 들려주는 세상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이탈리아소설 강의 언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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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 - 좀비 문학 컬렉션
전건우 외 지음 / 에오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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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부활은, 사실입니다. - p. 62


작년에는 더위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16년 더위의 재림을 보는 것만큼 덥고 힘이 드네요. 이런 여름에는 역시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그리고 공포소설이 가장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데요. 정통 호러소설은 제가 많이 무서워하는 편이라 고민하다 내려놓고 그래도 공포소설 하나 보자며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좀비 문학 컬렉션 '그것들'이었습니다. 


○ 사람 살려요 도와줘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벽에 글을 씁니다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살려주세요 - p. 66 


'양말줍는소년'부터 '절망의 구'까지 재미있게 봤던 김이환 작가님이 참여한 좀비소설 단편집이라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요. 나머지 분들은 처음 뵙는 분들이었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다 기발하고 독창성이 있는 소재들이라 가릴 것 없이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첫 번째로 구성되어있는 전건우 작가님의 '부활'이었는데요. 소재 자체는 완전 신선하진 않았는데 서술방식이 재미있었어요. 좀비소설이라는 테마가 주는 공포에 가장 적합한 느낌이기도 했구요. 


○ 나는 오늘 그를 죽였다. 그리고 몸을 뜯어 먹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좀비의 본능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p. 83 


제가 가장 기대했던 김이환 작가님의 '미로'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이 단편은 주인공이 좀비와 인간 사이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이야기인데요. 좀비에서 인간으로 변했다가도 또 좀비로 변하고, 그 사이에 기억은 끊겨있는 것 같은 설정들이 괴기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좀비사태를 악용하는 한차연 작가님의 '노스트로모호 증후군'도 좀비가 일상이 된 시대라면 충분히 있을법해서 현실적이었고 착잡하기도 했습니다. 


○ 여기, 타이밍을 잘못 맞춰 동료 좀비들보다 일찍 깨어난 좀비가 한 마리 있습니다. 세상은 사람 천지, 좀비는 단 한 마리. 앞날이 막막해집니다. - p. 270


산모 속 좀비가 된 정해연 작가님의 '아이', SF와 성서의 게르소, 엘리에셀의 이야기를 접목시킨 임태운 작가님의 '백혈', 이 세상에 단 한 마리만 깨어나 인간세상을 호되게 겪고 인간을 먹고싶은 마음과 무서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좀비를 그린 인기영 작가님의 '28일 전', 좀비와 싸우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명섭 작가님의 'Z:WAR 검은새벽'까지 7인 7색의 좀비물을 색다르게 보여주셨습니다. 


○ 사람을 먹고 싶다. 그런데 무섭다. - p. 287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도, 좀비로 인한 새로운 질서도,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의 윤리의식도 보여주는 각각의 작품들이 만찬처럼 보여지는 좀비 문학 컬렉션 '그것들'.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 단편소설들이었어요. 좀비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이 공포단편집과 함께하는 여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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