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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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 생각하면 나의 증오는 불꽃처럼 타오른다.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이 한 줄이다. 그리고 이거면 충분하다. - p. 8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손에 들었습니다. 최근 발간된 작품에서는 실망을 한 일이 많아 잘 보지 않았었는데요. 한때 백야행 덕분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빠져서 거진 다 읽어보았는데 웬일인지 이 소설은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더라구요. 이 작품은 꽤 오래전에 쓰인 일본소설이죠. 그런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로이 나오게 되었답니다. 덕분에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아마 웬만한 분들은 다 읽지 않았을까 싶은 이 11문자 살인사건을 저는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과연 이건 제 취향에 맞을까~ 하면서 조심스레 책장을 펼쳤습니다. 


○ 없다고도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살의는 가치관과 비슷한 거니까. - p. 13


무인도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꽤 섬뜩한 모놀로그가 보여지고 나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국면에 접어듭니다. 살인과 살인, 또 살인이 일어나는 것이죠. 범인은 특정할 수 없지만 여러 용의자가 있고 그 용의자들의 알리바이와 동기를 추리해서 좁혀나가는 것이 정통 추리소설에서 많이 쓰이던 방식인데 이 이야기는 비슷하게 여러 인물을 추적은 하되 오히려 그들은 죽어나간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 현실의 사건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하잖아. 그래서 문제 제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해. 항상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점에서 소설은 완성된 구조를 지니고 있잖아.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이지.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 아니야?  - p. 17


그렇게 '범인이 누구인가'보다는 '왜 그들은 살해당해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춰 보게되던 일본소설 11문자 살인사건. 죽어도 되는 사람도 있는거라는 말은 왜 쓰인 걸까요~ 전혀 그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관련자의 애인이라 등장한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서히 사건이 파헤쳐지게 됩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추리소설 작가라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인기 없는 작가라는 것도요. 


○ 그들은 자신의 행위를 당연한 것이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 173


사람은 참 얼마나 많은 자기변명과 위안으로 비겁함과 잔혹함을 덮고 살아가는 걸까요. 등장하는 인물들 중 어린아이와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다 구린 부분을 감추고 있는데 그 점이 참 씁쓸하게 다가왔던 11문자 살인사건. 반전은 딱히 없고 범인도 숨기던 부분도 비슷하게 예측해냈지만 덕분에 통쾌한 느낌이 들진 않네요. 그래도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었습니다. 간만에 갈릴레오 시리즈부터 시작해 다작한 이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독파하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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