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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 - 좀비 문학 컬렉션
전건우 외 지음 / 에오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부활. 부활은, 사실입니다. - p. 62
작년에는 더위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16년 더위의 재림을 보는 것만큼 덥고 힘이 드네요. 이런 여름에는 역시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그리고 공포소설이 가장 눈에 들어오기 마련인데요. 정통 호러소설은 제가 많이 무서워하는 편이라 고민하다 내려놓고 그래도 공포소설 하나 보자며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좀비 문학 컬렉션 '그것들'이었습니다.
○ 사람 살려요 도와줘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고 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벽에 글을 씁니다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살려주세요 - p. 66
'양말줍는소년'부터 '절망의 구'까지 재미있게 봤던 김이환 작가님이 참여한 좀비소설 단편집이라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요. 나머지 분들은 처음 뵙는 분들이었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다 기발하고 독창성이 있는 소재들이라 가릴 것 없이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첫 번째로 구성되어있는 전건우 작가님의 '부활'이었는데요. 소재 자체는 완전 신선하진 않았는데 서술방식이 재미있었어요. 좀비소설이라는 테마가 주는 공포에 가장 적합한 느낌이기도 했구요.
○ 나는 오늘 그를 죽였다. 그리고 몸을 뜯어 먹었다.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좀비의 본능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p. 83
제가 가장 기대했던 김이환 작가님의 '미로'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이 단편은 주인공이 좀비와 인간 사이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이야기인데요. 좀비에서 인간으로 변했다가도 또 좀비로 변하고, 그 사이에 기억은 끊겨있는 것 같은 설정들이 괴기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좀비사태를 악용하는 한차연 작가님의 '노스트로모호 증후군'도 좀비가 일상이 된 시대라면 충분히 있을법해서 현실적이었고 착잡하기도 했습니다.
○ 여기, 타이밍을 잘못 맞춰 동료 좀비들보다 일찍 깨어난 좀비가 한 마리 있습니다. 세상은 사람 천지, 좀비는 단 한 마리. 앞날이 막막해집니다. - p. 270
산모 속 좀비가 된 정해연 작가님의 '아이', SF와 성서의 게르소, 엘리에셀의 이야기를 접목시킨 임태운 작가님의 '백혈', 이 세상에 단 한 마리만 깨어나 인간세상을 호되게 겪고 인간을 먹고싶은 마음과 무서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좀비를 그린 인기영 작가님의 '28일 전', 좀비와 싸우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정명섭 작가님의 'Z:WAR 검은새벽'까지 7인 7색의 좀비물을 색다르게 보여주셨습니다.
○ 사람을 먹고 싶다. 그런데 무섭다. - p. 287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도, 좀비로 인한 새로운 질서도, 좀비가 창궐한 세상에서의 윤리의식도 보여주는 각각의 작품들이 만찬처럼 보여지는 좀비 문학 컬렉션 '그것들'.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은 단편소설들이었어요. 좀비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이 공포단편집과 함께하는 여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