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언어 - 강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강의 언어




○ 나는 빗방울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졌다. 독립된 하나의 물방울로 떨어진 나는 바다와는 다른 존재로 있었다. (중략) 나와 함께 떨어진 수많은 빗방울들은 곧 산으로 스며들 것이고, 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고 싶었다. 나는......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었다. - p. 7  


아름다운 문장들로 감성을 두드린 '나무의 언어'를 쓴 작가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다른 작품 강의 언어를 집어들었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새로운 화자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 이 작품은 전작보다 환상적인 존재들이 많이 등장해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구요. 나무가 등장하기도 전에 존재한 물이 강이 되고, 신들과 님프, 정령, 천사들과 함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중에는 인간에 대한 것도 물론 있죠. 


○ 빙하는 곧 물이 되어 녹아 내렸다. 그 중 몇몇 물줄기가 곧장 내쪽으로 향했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나는 강의 원류源流가 되었다. - p. 10  


강은 뚜렷한 성별은 존재하지 않지만 좀 더 남성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님프와 정령들을 사랑하죠. 그 중에서도 살마키스라는 물의 님프를 사랑하는데 이 때문에 물은 재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감정적인 강이라서일까요. 좀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관조하는 시선이라기보다 책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들도, 강도 그다지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그려졌기에 그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도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기도 하구요. 


○ 영원함이란, 무한한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부재 속에 존재하지. 그래서 운디네처럼 영원한 생명을 가진 존재는 현재에만 사는 거야. - p. 84  


그렇게 강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끝부분에는 오염원으로서의 자신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인간들의 많은 대량학살, 환경오염과 같은 파괴행위로 물은 많이 변화되었죠. 예전에는 그냥 떠서 먹기도 했으나 이제 정화된 물을 사 먹는 것처럼요. 인간이 꿈꾼 대로 그리고 생각한대로 변화 했지만 강은 어쩌면 영원히 강으로 존재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독백을 합니다. 강이 오염된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언젠가 다시 맑은 강을 아무렇지 않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뒷맛이 씁쓸해지는 강이 들려주는 세상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의 이탈리아소설 강의 언어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