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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나는 열정을 원한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내는 열정. 그건 재능이나 개성, 노력이나 소질, 가능성, 환경, 유전, 기회와는 별개인 것 같지만 실은 대단히 비슷한, 불투명한 미래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 pp. 16-17
기쁨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미야시타 나츠 신작 일본소설 끝나지 않은 노래 전 작을 읽지 않은 상태로 읽어보았습니다. 워낙 공연 작품에 관심이 있다 보니 이런 소재로 만든 책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이 끝나지 않은 노래가 공연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군요. 기쁨의 노래 후속작이나 다름없다고 해서 이해가 가려나 조금 걱정이 되었었는데 전 작품을 읽지 않더라도 문제없이 잘 읽히더라구요.
○ 우리는 우주의 흔적이다. 먼 어딘가에서,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에서, 분명 서로 울려 퍼질 것이다. - p. 191
기쁨의 노래에 나온 아이들이 그 배경이 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의 이야기를 그린 연작소설 미야시타 나츠의 끝나지 않은 노래. 옴니버스식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한 단편에 나온 아이가 다른 작품에 나오기도 하고, 언급이 되기도 하는 등 서로 이어져 있어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고 걱정하는 시기의 아이들은 그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흔들리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데요. 그런 순간들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해내 공감을 자아냅니다.
○ 노래하는 게 좋고, 춤추는 게 좋고, 연극이 좋아서 무대에 서기를 원한다. 무대 위에는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 무대에 서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느끼지 못하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아니, 기다리지 않는다. 세계는 열려 있다느니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기어올라 거기에 서지 않으면 무대는 나 없이도 돌아간다. 컥, 하고 목 안쪽이 울리는 것 닽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무대를, 내가 나가서 더욱더 빛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 무대 밑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 p. 214
그 이야기들 중 눈여겨보게 되던 건 '시온의 딸'에 나오는 성악과 레이와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언급이 되는 뮤지컬 신예 '치나츠'였습니다. 최근 들어 옛날에 했던 방송 팬텀싱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정주행하며 보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생각나게 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성악을 향해 달린 레이와 뮤지컬만 보고 나아간 치나츠였기에 더욱 더 겹쳐보이더라구요. 그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재능있는 자들이 낙담하고 자책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는데 참 씁쓸하기도 했거든요. 음악을 자신의 길로 삼은 아이들이라 그런지 통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아보이고 자신의 재능과 소리에 많은 고민을 하는 게 보여 확실히 다른 에피소드보다 눈길이 가더라구요.
○ 내가 두 사람의 노래에 맞추자. 두 사람의 노래가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두 사람에게 맞추고 나서 나는 내 노래를 부르자. 예각이 되거나 둔각이 되면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을 목표로 하자. 괜찮다. 맞춘다고 해서 내 노래의 강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내가 소중하게 키워온 건 그렇게 나약하지 않을 것이다. - p. 275
소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기술과 틀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호불호의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역할을 맡지 못하게 될 때, 그리고 자신의 실력에 대해 실망할 때 토닥여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사람이 좋은 기회를 얻어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생기니 저 또한 기분이 들떠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빨라지더라구요. 목표로 해온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맞춰가는 속도도 달랐지만 그랬기에 더욱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서로를 높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우리, 2B반에서 마지막으로 노래할 때 미래의 자신을 향해 부르자고 했었잖아. 기억나? 지금이 그때 말한 미래야. 그때부터 정확히 지금으로 이어져 있는 거야." 그 순간 몸 깊은 곳에 그 때의 열기가 되살아났다. 빛 속에서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의 눈을, 소리를 봤다. 흐르는 피아노. 지휘를 위해 번쩍 치켜든 내 손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퍼져 나가는 걸 느꼈다. 서른 개의 목소리가 눈이 녹은 작은 개울처럼 솟구쳐 흘러내렸다. 그곳에서 이곳으로 이어져 있다.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 내일로, 다시 또 내일로, 노래는 계속 이어진다. - p. 278
각 챕터는 각기 다른 등장인물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듯한 노래 제목이 그대로 챕터 제목이 됩니다. 제목에 쓰인 노래와 그 밖의 노래들에 대해서도 어떤 노래인지 적혀져있었기에 작품에 쓰인 노래를 재생시켜 들으며 읽는 것도 괜찮은 독서방법일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에피소드에서는 기쁨의 노래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과거 공연을 회상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요. 저도 고등학교때 모두가 참여해야했던 합창대회에 나가 성악곡을 합창한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끝나지 않은 노래를 읽는 내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줄 것 같아 미야시타 나츠의 전 작품이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그 곳에서 이 작품으로 노래는 이어졌고, 다시 또 내일로 노래가 이어진다고 했으니 후속작이 또다시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 전까지 서둘러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