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선 옮김 / 에이치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 어쩌면 나는 제스트를 모를지도 몰라.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히 알고 싶은 마음만은 명확했다. - p. 263


나이 들어 읽고 본 많은 작품들 중에는 인상적이어서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어릴 적 읽어본 동화 속 이야기들은 왜이렇게 가슴 한구석에 특별히 간직되는 것들이 많을까요. 제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별한 세계관, 신기한 묘사들, 그 이미지들이 아른거리며 이상하고도 사랑스럽다고 기억되고 있죠. 키링이며 다이어리며 각종 상품들의 구매로 이어지게도 되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동화인데요.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분이라면 분명히 좀 섬뜩했을 하트여왕도 기억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 그 약속을 한 것은 가장 친한 친구와 베이커리를 열려고 했던 여자였다. 그 약속을 한 것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상류층에서 쫓겨나는 것쯤 개의치 않는 여자였다. 그 약속을 한 것은 완전히 다른 운명을 지닌 여자였다. 캐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뻗어 티아라를 고쳐 썼다. 메리 앤은 캐스의 비밀을 폭로했다. 제스트는 스스로 영원한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게 허사가 아닐 수도 있다. 캐스는 고개를 들고, 처음으로, 감히 여왕이 된 자신을 상상했다. - p. 454


마리사 마이어의 하트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하트여왕이 되기 전 캐서린 핑커튼, 줄여서 캐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동화 속에서 그 자의 목을 치라며 한껏 비정하게만 보이던 하트여왕은 원래부터 그랬을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 점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마리사 마이어의 하트리스는 귀족임에도 달콤함을 내는 빵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와 베이커리를 만들고싶은 야심찬 꿈에 가득 차있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어떻게 하트여왕이 되어가는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 내가 행복을 얻지 못할 거라면, 적어도 쓸모 있는 존재가 되게 해줘. 나는 네게 여왕의 심장을 주고 싶어. - p. 468


그 과정에는 제스트라는 운명적인 사랑이 등장하는데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명예로운 결혼을 안팎으로 강요받고 있던 캐서린 핑커튼이 매혹적인 궁정악사에게 빠져들어가는 과정이나 흔들리는 마음이 잘 드러나 몰입해서 볼 수 있겠더라구요. 어린 소녀에게 집안의 기대와 그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감정, 높은 권력자의 대놓고 하는 구애에 얼마나 등돌릴 수 있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솔직하고, 그래서 괴로워하죠.


○ "하트의 궁정 어릿광대였던 제스트를 살해한 죄로, 나는 이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더는 사랑이나 꿈이나 깨짓 심장에 짓눌리지 않는 무감함 속에서 캐스가 말했다. 그날은 하트의 새로운 하루였고, 캐스는 여왕이었다. "저자의 목을 쳐라." - p. 607


흔한 서사구조임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이라 그런지 독특한 문장으로 눈을 뗄 수 없게 해주던 마리사 마이어의 하트리스. 꿈 많고 발랄했던 소녀가 하트여왕이 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 재미있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리퀄 말고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작에서 하트여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매력적인 주인공이 될 것 같아요. 앨리스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마리사 마이어의 하트리스 좋은 선택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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