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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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사가 확인되면 그 사람은 죽은 걸로 간주되니 살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심장이 아직 움직인다 해도 사체로 취급합니다. 정식으로 뇌사 판정이 내려지는 시각을 사망 시각으로 보고요. - p.57

 

참 유명한 작가 중 하나죠. 저도 학창시절에는 전 작품을 구해 즐겁게 읽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졌나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사라져 신작들이 나와도 시들시들해졌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번 신작 인어가 잠든 집은 내가 널 지킬게, 하는 문구가 크게 띠지에 박혀있는데 책소개에는 '지금 이 아이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면, 그래서 아이의 심장이 멈춘다면, 딸을 죽인 사람은 저입니까?' 라는 문구가 나오더군요. 언뜻 보면 상반된 것 같은 이 문구들만 봐도 흥미진진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펼쳐든 책장은 쉴 새 없이 넘어갔고, 흥미진진할거라는 예상은 기분좋게 적중했지만 생각보다 더 가슴아픈 이야기였네요.


○ 두 가지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죠. 제가 처음에 권리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그 말은 따님을 어떤 형태로 보낼 지, 그러니까 심장사와 뇌사 중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 p. 58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신체에 있을까요 뇌에 있을까요? 뇌사 판정을 받으면 장기기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뇌사 판단을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건 장기기증을 할 의사를 밝히고 난 다음이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뇌사 추측은 할 수 있지만 확실히 뇌사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장기기증 의사를 확실히 해야한다는 겁니다.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뇌사추측만을 받은 채 의식이 돌아올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연명치료를 하게 되는거죠. 그 상태의 사람은 살아있는 걸까요, 죽어있는걸까요.


○ 연구반의 리더였던 다케우치 교수가 가장 중요시한 점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즉 소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였습니다. 그래서 그 표현도 '뇌사'가 아니라 '회복 불능' 또는 '임종 대기 상태'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 이식 문제를 진전시키고 싶었던 관리들로서는 '죽음'이라는 말을 꼭 넣고 싶었겠죠. 그 탓에 문제가 쓸데없이 복잡해졌다고 생각합니다. - p.381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혼을 보류한 한 부부는 입학 관련 면접 직전에 한 연락을 받습니다. 딸이 수영장에 빠져 의식불명이라는 내용이죠. 의사는 뇌사일거라고 진단하지만 부부로서는 그 진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겁니다. 확정을 받기 위해서는 무호흡 테스트 등 여러 판단과정을 거쳐야하고, 그 이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야합니다. 이 상황에 처한 게 저라면 과연 동의할 수 있었을까요? 비용문제를 제치고 그 부담을 기꺼이 질 수 있는 재력이 있다면 글쎄요. 쉽게 동의할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연명치료를 하는 건 그저 부모의 욕심일까요?


○ 지금 집에, 저희 집에 있는 제 딸은 환자입니까? 시체입니까? - p.384

 


이 부부는 연명치료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않고 최신 과학의 힘으로 인공호흡기를 대체할 수 있는 호흡기 삽입술을 받게 해 호흡할 수 있게 만드는가 하면, 척수를 자기로 자극해서 전신 근육을 운동시키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장기기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알게 되어 죄책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뇌사와 심장사, 인간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생각보다 충격적인 휴먼 미스터리였어요. 이미 작년에 영화화도 되었다고 하고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영화와 책, 둘 다 챙겨 봐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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