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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제구력은 그 다음이다. 먼저 인생을 컨트롤해라. - p. 6
인간이 끊임없이 탐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젊음과 영생이죠. 그걸 위해 누군가는 화장품을 덧바르고, 누군가는 좋은 음식을 먹고, 또 누군가는 미신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끔찍하게도 남을 해치기도 합니다. 고대부터 시작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 다소 끔찍하기도 한 욕망을 재미있는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김호연 작가의 파우스터라는 신작 소설이죠. 김호연 작가는 망원동 브라더스에서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작가예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연극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만난 이 신작 파우스터는 그때 느꼈던 잔잔한 감동을 뛰어넘어 몰입감에 감탄이 들고 약간 소름이 끼치기까지 하더라구요.
○ 그래. 우리는 신이 아니지. 메피스토도, 파우스트도. 하지만 자기 파우스터에게만큼은 신이 되고 싶은 게 우리라네. - p. 40
김호연 소설 파우스터에서는 한 야구선수가 나옵니다. 남들보다 힘든 과거를 딛고 일어나 무명에서 뛰어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기대주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더욱 파워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 준석이라는 선수는 어느 날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몸이 멀쩡한지를 살피는 그에게 나타난 경이라는 여자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그의 인생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고 그의 머릿속을 누가 점령하고 은밀하게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그런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를요.
○ 신은 먼지의 형상으로 인간을 비웃는다. 시야를 흠뻑 가린 황사와 숨을 틀어막는 미세먼지에 태근의 외출은 점차 목숨을 건 행동이 된다. 신은 영원으로 늙음을 비웃는다. 네가 얻은 깨달음과 업적, 진리와 통찰 따위 한 줌의 숨결에 지나지 않다는 걸. 그 한 줌의 숨결을 숨 쉴 때마다 그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태근도 신을 비웃기로 했고, 준석을 창조했다. 준석은 태근과 달리 매년 봄 시즌이 시작되면 황사 속에서도 눈을 부릅떴고, 미세먼지를 마시면서도 더욱 크게 폐를 부풀려 강속구를 던졌다. 그리고 태근은 그 모든 걸 준석과 함께 체험했다. - p. 45
파우스트라는 단어로 등장하는 욕망에 가득찬 노인들. 돈이 많고 그것을 자신의 욕망에 쓸 수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메피스토라는 단체가 접근해 파우스터를 선택하게 하고 파우스팅을 하게 만듭니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단체는 철두철미하고, 또 누군가가 눈치채면 그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 정도로 결속력도 강하고 그만큼의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경과 야구선수 준석은 그 단체의 비밀을 파헤치며 자신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인생을 좌지우지하려하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데..! 파우스터들 간의 알력과 파우스트들이 어떻게 조종당하고 삶이 변하고 있는지까지 같이 볼 수 있어 상당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더라구요.
○ 파우스트는 파우스터를 섭렵한다. - p. 105
돈이 많다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젊음을 탐할 수 있다니 얼마나 끔찍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매혹적이고 간절한 이야기인가요. 5백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임에도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흡입력이 대단한 이야기 김호연의 소설 파우스터. 끝부분에는 저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반전도 있어 살짝 소름도 돋아 더욱 매력적이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충분히 있음직한 반전임에도 전 정말 파우스트와 파우스터의 그 관계에 홀려 생각지도 못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지배구조 속에서의 전복을 꿈꾸는 심리 스릴러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어요. 다른 컨텐츠로 나와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