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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그녀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콜레트 예이츠는 로즈메리 카펜터의 딸이다. 모성이라는 곤경에 대해서, 가정 내의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내재적인 성차별에 대해서, 여성이 남자에게 의존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글을 써서 유명 인사가 된 바로 그 로즈메리 카펜터의 딸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딸이 집에서 애를 보는 엄마의 길을 선택한단 말인가? - p. 185
이제는 출산의 위험성,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공유하고 공감받을 수 있지만 예전엔 지금보다도 더 이런 이야기가 터부시됐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거의 여성의 몫으로 강제 배정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성은 신성한 것이라며 강요받고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모자란 엄마 취급을 하고. 지금도 나아지는 과정일 뿐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죠. 출산을 경험해봤던, 그리고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여성이라면 어느 정도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릴러 소설 에이미 몰로이의 퍼펙트 마더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더라구요.
아니, 사실은 이토록 궁지에 몰려 있지 않았다면, 내가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평화로웠을까, 매 순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 p. 205
'아이를 낳았다고? 축하해! 이제 모든 게 네 잘못이 될 거야.' 뒷 면의 문구가 참 섬뜩하죠? 공감하기 힘든 말이 아니기 때문에 더 무서운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에이미 몰로이의 작품 제목 자체, 퍼펙트 마더라는 말이예요. 처음 겪어보는 엄마라는 중압감, 책임감에 안 그래도 가장 힘든 게 당사자들일 텐데 왜 그렇게 사회적으로도 몰아붙이는 걸까요. 이 책에서는 상황 자체가 더 암담합니다. 산후우울증이 심한 위니를 위해 5월맘이라는 엄마들의 커뮤니티 모임에서 조금이라도 위니를 쉬게 해주기 위해 기획한 생후 6주 된 아이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나간 잠깐의 외출이 유아납치라는 큰 일을 몰고 와버린거죠.
이제 갓 엄마가 된 사람이, 출산한 지겨우 몇 주밖에 안 된 여자가 애를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다라. 가서 이 사진처럼 놀았다는 거죠? 요즘의 모성애는 뜻이 달라져서 이래도 되나 보죠? - p. 228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왜 그랬는가? 그 두 가지를 어떻게 서술해나가는가? 이게 제가 스릴러소설을 즐기는 묘미인데, 이 이야기는 그 범행 수법보다는 범행 이후 피해자와 피해자와 함께 만난 5월맘 커뮤니티 회원들의 심리묘사에 더 집중하게 만들더라구요. 5월에 첫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모임 5월맘 커뮤니티를 만든 프랜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대필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콜레트, 출산휴가도 다 쓰지 못하고 직장에 돌아가야하는 넬, 싱글맘이며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위니까지. 네 사람이 번갈아 나와 그들끼리 나누지 못한 일상이나 개인적인 사정을 독자에게 보여주며 사건의 진행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나 영적으로는 안다. 나는 지옥에 있었다. 길을 잃은 채로, 고문당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 나갈지 알지 못한 채로. 어마어마한 슬픔에 잠겨, 실패한 인생이 되어, 난 참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 p. 269
위니의 아이 마이더스의 실종이라는 사실은 처음에 여론이 이들을 동정으로 다루다가, 그 후에 위니가 배우였다는 사실과 5월맘 모임이라는 팩트까지 밝혀지자 자격없는 엄마로 몰아가고, 결국은 위니의 자작극이며 그녀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추측성 기사까지 등장해 모두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게 하는데요. 마지막 밝혀지는 범인과 범행이유까지 모든 것이 마음을 착잡하게 만드는 에이미 몰로이의 퍼펙트 마더였어요. 모성애를 강요받는 사회에 실제로 살고있는 모든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여성스릴러.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