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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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누구나 가슴속에 짐승을 한 마리씩 가두고 산다. 포악하고 잔인하고 무서울 것 또한 없는 그 짐승은 이성과 도덕심과 타인의 시선이란 우리에 갇혀 무기력하게 숨어 있다가 어떤 계기로 봉인이 풀려 버리기도 한다. - p. 8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부문 베스트 리그작품이라는 박쥐가 죽이고 싶은 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이 되었습니다. 엽기 연쇄 살인을 소재로 하는 한수옥의 이 작품은 한국추리문학선 7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워낙 여름에 스릴러, 추리 장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지금 계절에 읽기 딱 좋은 책일 것 같아 가볍게 책장을 넘겼는데요. 어떤 엽기살인을 다루고 있으려나~ 하고 별 생각 없이 보고 나서 마음이 많이 착잡해지기도 한 이 이야기는 성범죄, 사회적 약자 등에 관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트리거 요소를 다량 포함하고 있기도 해요.


○ 먹잇감을 정했다. (중략) 자기의 행복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는 엄마는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 (중략) 사명감을 느낀다. 나는 죄를 짓는 게 아니다. 나는 단죄할 뿐이다. 엄마에게 버림받아 상처받은 자식들을 대신해 행동해 줄 뿐이다. - p. 218


한 모텔 주차장에서 시체가 가슴이 도려내진 채 발견됩니다. 금품을 노린 범죄도 아니고 그저 잔혹하게 살해한 채 손으로 깎아 만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박쥐 조각상을 남기고 사라진 끔찍한 범죄. 한 번에 도려낸 솜씨가 전문가와 같아 칼을 잘 다루는 직업군으로 수사범위가 좁혀지는데요. 마침 그 시체가 소지하고 있던 수표와 체내에 남아있는 증거물로 용의자를 특정해냈지만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범죄가 일어나고 맙니다. 이 번에는 꽤 원한관계가 많은 노파로 연령대의 범위가 넓어져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되죠.


○ 그에게 제물의 젖가슴은 트로피다. 이 트로피도 선물할 곳이 있다. - p. 220


이 가슴절단 연쇄살인을 맡은 일정 강력2팀 수사팀장 강재용은 박쥐조각상을 보고 기시감을 느낍니다. 분명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 듯한데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죠. 그러다 한달 넘게 들어가지 않던 집에 들어가 아내와 가까워지고, 또 한차례의 범죄가 발생한 후 끔찍한 가정을 떠올리게 되죠. 한편, 수사팀은 피해자들의 공통분모를 조사한 뒤 이들이 모두 희망보육원에 아이를 버린 이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희망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어두운 표정의 아이들, 그리고 알음알음 퍼져있는 진실은 또 다른 범죄를 불러오고, 점점 진실은 드러나게 되는데.. 한수옥의 죽이고 싶은에서 보여지는 이 과정이 있을 법한 일이라 참담하더라구요.


○ 박쥐는 모성이 강한 동물이래. 어둠 속에서도 자기 자식을 정확히 찾아서 젖을 먹인대. 우리 엄마도 박쥐처럼 날 찾아왔음 좋겠어. 언제 어디서나 날 알아봐 주면 좋겠어. - p. 376


어째서 모성만 찾고 엄마만 죽어라 단죄하는지 불편한 감정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끝이 궁금해서 자꾸 책장을 넘겨보게 되던 한수옥의 죽이고 싶은. 대단한 반전이 있거나 하진 않지만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서 몰입감이 있던 스릴러소설. 한수옥이라는 필명으로 발간되었지만 웹소설은 미세스한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고 하니 다른 작품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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