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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ㅣ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19년 7월
평점 :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걸 원한 건 아니었다. - p. 12
어수룩한 유괴범과 천재소녀의 조합이 재미있지 않나요? 띠지를 보자마자 이건 정말 잘 쓰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보는 내내 흥미진진했던 정해연의 유괴의 날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두 사람의 조합만 가지고는 유쾌하고 실패한 유괴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생각보다 다양한 사연이 얽히고 많은 반전이 준비되어 읽는 내내 오! 오! 하며 만족스러운 감탄을 내보냈던 수작이었네요.
그의 인생에는 늘 D-1의 날이 있었다. 예행연습은 늘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는 대의명분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인생은 대체 어떤 예행연습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일까. - p. 16
아픈 딸의 수술비가 필요한 명준와 그 앞에 나타난 이혼한 전 처 혜은. 딸의 수술비를 위해서라며 한 아이의 유괴를 지시하는데요. 그 딸은 학대를 받고 있어 경찰에게 신고도 못 할 거라며 성공하면 무조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죠. 범죄와는 연이 먼 듯한 명준이었지만 꼭 필요한 돈이란 게 참 무엇인지. 결국 그 일에 가담하기로 하고 맙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타깝긴 하지만 참 뻔하죠? 하지만 유괴의 날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 뒤에 여러가지 설정이 겹쳐 참 재미있어지지 뭐예요.
아이는 혼자였다. 아이에게 남은 것은 작은 손으로 안고 있는 상자 하나뿐이었다. - p. 367
정해연의 유괴의 날에서는 아이와 딸을 잘못된 의료절차에 의해 잃은 한 남자와, 그 복수극에 휘말려 평생 고통 속에 살게 된 여자. 그리고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병원과 그 병원 의사가 연구하는 비밀 프로젝트, 그의 딸과 아픈 딸을 위해 납치를 강행하는 남자 등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어갑니다. 유괴로 돈을 벌 생각밖에 없었던 명준은 점차 드러나는 진실에 단순한 머리가 엉망이 되어가고 그 사이에 유괴된 로희는 눈을 떠 여러 면모로 진땀을 빼게 만들죠.
세상이 잘못한 사람에게만 불행을 주는 것 같니? - p. 464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밝혀지는 반전에 반전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고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해주는데요. 페이지터너라는 수식어가 과언이 아닐정도로 덕분에 빠르게 읽어내린 정해연의 유괴의 날. 소재가 무겁지만 의외로 유쾌하게 읽어내릴 수 있게 써내 좋았습니다. 유괴범과 피해아이의 위치가 역전되는 순간도 재미있고 거듭되는 반전도 억지스럽지 않아 끝장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간만에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