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거울나라의 앨리스 (패브릭 양장) - 187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얼 그림, 손인혜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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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곧 거울을 통과해서 거울 속 방으로 가볍게 뛰어내렸다. - p. 18 


초판본 붐이 일어나며 각종 고전들을 초판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어 요즘 얼마나 신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고전들이기에 이미 다 읽어본 책이지만 다른 번역본으로 읽어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초판본 버전이라 소장가치가 좋으니까요! 더스토리의 초판본 고전 시리즈 중 제가 이번에 다시 본 건 거울나라의 앨리스 초호화 패브릭 에디션이예요. 187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저 이런 금박 먹인 표지 정말 사랑해서 받자마자 마음이 들뜨더라구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참 좋아하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 또한 좋아하는 이야기인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6개월 뒤 거울나라로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아기고양이 키티와 거울 속 세상과 붉은 여왕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말썽을 타이르던 앨리스가 거울을 통과해서 거울 속 방으로 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되죠!





앨리스는 여왕의 명령을 모두 따른 다음, 어디로 가야 할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의 길이라니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구나. 여기 있는 모든 길은 내 길이니라. 그런데 넌 여기에 왜 왔느냐?" - pp. 38-39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언어유희적 측면이 강한 환상동화예요. 그래서 번역본으로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점도 많죠. 문화도 다르고... 얼핏 보기에 상식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 덕분에 어리둥절해지는 재미가 있죠. 이건 이 책이 한글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데요. 철자가 다르지만 같은 발음으로 된 다른 단어로 받아들여 대꾸를 한다던지, 한 단어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던지. 이런 점들에 의해 흥미진진하고 엉뚱한 전개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많은 부분 각주나 미주를 달아놓고 있는데요. 더스토리의 거울나라의 앨리스 초판 패브릭 에디션 양장본도 어느 정도는 각주를 넣어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더라구요.





그건 아주 쉽단다. 원한다면 하얀 여왕의 졸을 할 수 이어. 릴리는 게임을 하기에 너무 어리니까. 두 번째 칸에서 시작하면 될 거야. 네가 여덟 번째 칸에 도착하면 여왕이 되는 거지. - p. 42 

하지만 그런 언어유희가 전부는 아니죠. 이 거울나라라는 곳도 참 신기한 곳입니다. 거울나라 속 세상이니만큼 글도 반대로 쓰여있구요~ 같은 장소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달리는 만큼 자신도 빠르게 달려야 하죠. 오늘은 어제와 내일이 될 수 없고, 사람들은 미래와 과거를 다 기억할 수 있어요. 원인보다 결과가 앞에 있기도 하죠. 체스판에 끼게 되면 졸에서 여왕이 될 수도 있게 되구요. 현실의 상식으로 보지 않고 기이한 이야기를 받아들이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굉장히 흥미진진한 환상동화죠.





거울나라에서는 반대로 살아서 그래. 처음에는 누구나 약간 어지러워하곤 하지. - p. 96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 초판 패브릭 에디션 양장본에는 여왕들 뿐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붉은 여왕의 졸이거나 하얀 여왕의 말이기도 한 이들은 동요 마더구즈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도 있어 더 흥미롭습니다. 트위틀덤, 트위틀디, 험프티덤프티가 대표적이죠. 마더구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다른 작품들도 떠올라서 비교하며 보면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어요. 거울나라의 거꾸로 법칙과 함께하니 더 시너지가 좋아지는 등장인물들입니다.





말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어. 네가 한 번 말했으면 그걸로 끝이야. 넌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해. - p. 187 

거울나라의 앨리스 초판 패브릭 에디션 양장본은 언어유희적 측면 말고도 철학, 정신분석학 등의 다양한 분야로 분석이 가능한 흥미로운 이야기인데요.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는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있으면 이 이야기가 정말 여러가지를 함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많은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구요. 그냥 생각없이 쭉 읽어도, 특정 측면의 시각으로 읽어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 수록된 삽화와 함께 오랜만에 읽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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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출이 답이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심화 plus+ 봉투 모의고사 - 실제 크기 시험지 모의고사 4회분+상세한 해설! 2020 기출이 답이다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한국사수험연구소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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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2년에 취득했던 자격증이고 엄밀히 말하면 유효기간 없는 자격증이지만, 각 기관에 따라 몇 년 이내 취득제한이 있어 4월달에 이론서를 운 좋게 얻은 김에 겸사겸사 준비하고 있던 한능검 1급.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5월 23일이었던 제47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6월 27일로 밀린건 준비하고 계셨던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시겠죠? 기사 시험도 그렇고 제가 준비하고 있던 각종 시험 일정이 밀려서 당혹스러웠던 2020년 상반기. 다들 흔들림 없이 잘 준비하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기본적인 실력이야 유지가 되겠지만 사실 시험을 위해 바짝 끌어올렸던 암기를 한 달 더 끌고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2020년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미 일어난 일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죠. 남은 한달간 최대한 적은 시간을 들여 효율을 높이고자 2020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3급 기출이 답이다 plus+ 봉투 모의고사 준비해 보았습니다.

무릇 어떤 시험이든 최종 마무리 준비는 모의고사 아니겠어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한능검 심화를 대비해 1급 합격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2020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3급 기출이 답이다 plus+ 봉투 모의고사. 난이도별 기출문제가 2회분, 2회분씩 총 4회분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실제 시험지 크기 모의고사인데다가 OMR 답안지도 있어 실전감각 끌어올리기에 딱인 것 같았는데요. 앞면만 보고는 이게 왜 봉투 모의고사인가 의아했는데 뒷면을 보니 홈이 나있고 이 종이상자 또는 봉투 안에 시험지와 답안지, 해설지가 모두 들어 있더라구요.

2020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3급 기출이 답이다 plus+ 봉투 모의고사에는 이렇게 반으로 접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모의고사 문제지가 총 4회, 그리고 OMR 답안지도 실제 시험처럼 볼 수 있도록 4장이 맞춰서 들어있고 해설지는 1~4회가 묶여있는 얇은 책자로 한 권 들어있었어요. 실제 시험지와 흡사하게 만들었기에 각 회당 분리되어 있어 한 회씩 가지고 다닐 수 있어 가볍고 편하더라구요. 시험환경과 흡사하게 만들어주면 실제 시험에서도 긴장감을 덜 수 있으니 이런 모의고사를 경험하고 보는 건 그런 점이 큰 장점이죠.

무엇보다 다가오는 제47회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개편사항이 적용되는 첫 회인데요. 고급 1~2급, 중급 3~4급, 초급 5~6급으로 나뉘어 각 시험에서 만점 70%이상이면 1,3,5급이, 60% 이상이면 2,4,6급이 되었던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제47회부터는 심화 1~3급, 기본 4~6급으로 개편되어 각 시험에서 만점 80% 이상일 시 1,4급이, 70% 이상일시 2,5급이, 60% 이상일시 3,6급이 되는 방식으로 변경됩니다. 문항수도 고급, 중급이 50문항 5지선다, 초급은 40문항 4지선다였던 것에서 변경되어 심화는 50문항 5지선다, 기본은 50문항 4시선다로 변경되죠. 이 2020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1~3급 기출이 답이다 plus+ 봉투 모의고사는 이러한 개편사항에 맞춰 기존 기출문제를 선별하여 심화시험 난이도를 고려해 모의고사를 재구성했다고 하니 시험 보기 전에 문제 난이도를 고려해서 시험을 칠 수 있어 다가오는 개편된 회차 시험에도 대비할 수 있어 좋네요. 제47회 시험일은 6월 27일이고 6월 4일까지 원서접수를 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접수한 뒤 풀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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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배리 블리트 그림,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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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형태가 다양해진 지금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이 도서관 외의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궁금증을 해소할 길이 많아졌지만, 옛부터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 키워드를 가지고 도서관에 가곤 했죠. 관심사에 대한 자료를 찾는 능력이 능한 사람들은 스스로 도서관에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다양한 이용자들은 사서들에게 질문을 해서 지식에 대한 갈증을 풀곤 했습니다. 뉴욕공공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였겠죠. 학생, 연구자, 일반 대중 등 다양한 계층의 질문이 몰려들던 뉴욕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 정리카드에 작성된 질문지 가운데 특히나 기발하고 엉뚱한 106개의 질문을 모아 발간해 냈다는 이번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이 기대되는 이유 또한 당대 사람들이 어떤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예요. 엉뚱한 질문에 대처하는 사서의 역량에 대해서도 기대가 되었구요.


본격적으로 살펴보니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이라는 제목과 같이 과연 엉뚱한 질문이 많더라구요. '수박 한 통에 씨가 몇 개나 들어있나요?'나 '나폴레옹의 뇌 무게는 얼마였습니까?'와 같이 대답하기 곤란해보이는 질문들도 있었습니다. 현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사서의 답변을 받아 '지식인'과 같은 방식으로 호기심을 풀기 위해 이용하는 이용자가 꽤 많아보였는데, 자료를 디지털화해서 검색하기 어려운 시기에도 답변이 정성스러운걸 봐서 이런 답변을 하기 위해 사서들이 얼마나 품을 들였을지가 궁금해지더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질문은 '책을 찾아보지 않고도 제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없을까요?', '실력있는 위조 전문가를 추천해줄 수 있나요?', '어디에 가면 단두대를 빌릴 수 있을까요?" 등이 있었는데요. 답변은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는 편이 재미있을 것 같네요.


질문은 짧아도 답변은 모두 성의가 있었는데, 정확한 답변을 알기 어려운 질문에도 기록을 찾아보고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그 기록이 없는 사실 자체를 명시하고 그 궁금증에 대한 추정값, 또는 기록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성실하게 답변이 되어있고 그 질문에서 파생될 수 있는 다른 질문에 대해 자료를 제시해 사서들이 이 질문들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더라구요. 주제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뉴욕공공도서관이 보유한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구요. 물어본 정보만을 알려주는 답변도 있고, 꿈의 해석을 묻는다던가 하는 질문에서는 유머러스하게 답변을 하기도 하고, 유명인의 수상소감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대응으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더라구요.


뉴욕공공도서관은 도서관 방문자 수와 대출 건수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이용자가 문의를 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화문의 서비스에 이메일 서비스가 추가되다가 온라인 양식을 통해 사서에게 질문을 제출하고 질의응답 아카이브를 열람하고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 'NYPL에 물어보세요'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2000년에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사이트와 함께 자체적으로 질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뉴욕 전 지부 사서의 협조를 받아 열두 명의 직원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사서들이 영업시간에 응답해주는 채팅서비스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한 질의응답도 가능하다고 하니 접근방법이 굉장히 다양해진 셈이네요. 온라인으로 질문할 수 이는 서비스가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이용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던 뉴욕공공도서관의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재미있게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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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
존 란체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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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위는 춥다. 벽에 대해 누구나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이 춥다는 말이다. 배치를 받고 그곳에 당도했을 때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것도 춥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도 춥다는 것이고, 그 위에서 내려와도 기억나는 것은 춥다는 것뿐이다. 벽 위는 춥다. - p. 5

파이낸셜타임즈와 이브닝스탠다드가 선정한 2019 최고의 책이라는 존 란체스터의 더 월. 사실 2019년 부커상 후보작이라는 문구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가상의 미래입니다. 그렇다고 SF처럼 지금 보기에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야기는 대격변 이후의 세대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먼 미래, 기성세대가 막아낼 수 없었던 어떠한 대격변 후 인류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기후에는 이상이 생겨 해수면은 상승하고 추위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인간이 살기 힘들어진 세상에서 한 섬나라에서는 해안선과 국경을 둘러싸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웁니다. 이 벽을 둘러싸고 넘으려는 사람과 막으려는 사람들이 대치하게 되는 겁니다.






구체시. 벽 위에서의 삶을 표현하는 데 적당한 문학인 것 같다. 왜냐하면 벽에서 내딛는 인생 출발이 산문보다는 운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 p. 17

벽 위에서 벽을 넘으려는 침입자들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경계병들이 주둔하고 있는데요. 존 란체스터의 더 윌에서는 이 곳에 새로 발령난 조셉 카바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경계병들은 구역을 맡고, 그 구역을 넘어오는 자들을 저지하며 2년간 무사히 임무를 수행해낸다면 제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벽의 이점을 누리며 벽과는 상관 없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상대의 침입을 허용하게 된다면 벽 안에 살 수 있다는 증거인 칩을 제거당하고 벽 너머의 바다로 추방당하게 되어 필사적으로 벽을 넘어오려는 상대와 같은 처지가 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경계병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상태가 됩니다. 항상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어제와 오늘이 대부분 별다른 일이 없는 하루를 보내는거죠. 더 월의 1부 '벽'에서는 이러한 벽 위에서의 삶에 대해 온갖 묘사와 비유를 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바다하늘바람추위가 한 덩어리로, 단일체로 뭉쳐 몰아치기도 하고, 서로 분리된 형체가 되거나 순서를 바꿔 존재하기도 하는 그 벽 위를요.






우리는 모두 부모님과 말이 안 통한다. 여기서 '우리'라는 것은 우리 세대, 그러니까 대격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연인과 결별할 때 하는 말이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야'라고 하던가? 그때와 이때는 정반대가 된다. 우리 때문이 아니라 부모 때문이다. - p. 63






그리고 2부 '상대'에서 서서히 전투에 대해 풀어냅니다. 그 날이 그 날같아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느끼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던 조셉 카바나는 '놈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처음 제대로 인식한 '상대'. 그들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 중 하나라서 기쁘다던 카바나는 곧 실전도 경험하게 되죠. 상대를 제대로 막아내면 훈장을 받게 되지만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바다로 추방당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에서 죽음을 목전에 두기도 합니다. 그런 아슬한 현실 속에서 카바나는 동료 경계병 히파와 번식자가 되기로 합니다.

어떤 철학자가 말하길 죽음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전투 중에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반대의 느낌을 받는다. 죽음이란, 나의 죽음이든 상대편의 죽음이든, 인생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인생의 본질이다. 삶이라는 여정의 정점이자 의미다. - pp. 104-105

3부는 '바다'입니다. 2부에서 이야기의 일부가 끝난 뒤 이제 '벽 위'가 아닌 '바다'에 대한 묘사가 이어집니다. 해수면이 상승한 그 곳에서도 사람들이 있습니다. '벽 위'에서는 제대한 이후의 삶에 대해 상상하던 야망많은 카바나는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현재를 봅니다. 존 란체스터의 더 월에서는 절망이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아무렇게나 닥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안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내기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도요. 콘크리트더미에 지나지 않은 것 같던 그 벽에서 벗어나자 더 나은 삶은 커녕 생존이 최우선순위가 되어버립니다. 공동체조차도 순식간에 와해되고, 인간성도 점점 상실되어가는 바다에서 사는 삶. 책에서 카바나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책 이후의 카바나의 삶이 어떨지도 상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전에 대해서, 그리고 모든 보호막이 내던져진 후 어떻게 삶과 의미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게 되던 존 란체스터의 더 월. 곱씹을 거리가 많은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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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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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이 땅에서 축출합시다. 그러면 이 굶주림과 고된 노동도 뿌리 채 뽑혀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 p. 30

참 대표적인 정치풍자소설이죠. 1984와 더불어 대표적인 조지 오웰의 영미소설 동물농장은 필독서이기도 했고,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르는 분이 더 드물 것 같아요. 지난 선거시즌을 맞이하여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더욱 여기저기에 보여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 많은 출판사 중 저는 모모북스의 번역서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하드커버여서 좋기도 했고, 상징적인 일러스트에 눈이 갔거든요.

풍차가 있든 없든, 산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그렇고 그런 것이지. 힘든 고역 말이야. - p. 86

우화 형식의 동화스러운 이야기지만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신랄하기 짝이 없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이야기가 어떻게 사회문화를 반영하고, 또 풍자하는지 보여주는 대표격인 소설이죠. 책을 읽기 앞서 서문에서 조지 오웰의 정치적 성향과 당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이 이야기로 말하고 싶었던 점 등을 간략하게 이야기해주기에 처음 접하는 분들이라도 이 이야기가 어떤 점을 비판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든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p. 186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는 인간에 저항하는 동물들이 비참한 삶에서의 자유를 연설하고, 이 일로 깨달음을 얻은 동물들이 더 나은 삶의 갈망으로 인해 반란을 일으키며 시작합니다.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이라고 갈아치우고, 동물주의에 입각한 7계명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동물들은 처음 맛본 자유에 열광하고 뿌듯해하지만 7계명을 온전히 외우고 이해하는 이들은 드뭅니다. 그리고 이 점은 서서히 권력을 탐하는 돼지들이 교묘하게 바꾸며 이용하게 되는 지점이 되죠. 처음엔 인간의 밑에 있을 때보다 좋은 결과물을 손에 쥐었으나, 동물을 위하여 일하자는 교묘한 선동에 의해 풍차를 만들게 되며 점차 동물들은 고된 노동과 적은 보수를 받게 됩니다.

창문 밖에서 지켜보던 동물들의 시선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왔다갔다했지만,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분간하기란 이미 불가능해져 있었다. - p. 196 

돼지 지도자 중 두 축이었던 나폴레옹과 스노우볼 사이의 정치적 대립과 실각, 그리고 승리자에 의한 독재. 그 결과로 이어지는 인간과의 거래. 서서히 보이는 부패와 타락.. 이제 동물주의란 찾아볼 수도 없고 인간과 돼지의 경계선도 모호해져버리죠. 이 이야기에서 나폴레옹은 스탈린, 스노우볼은 정적이었던 트로츠키, 나폴레옹의 개들은 스탈린의 비밀경찰, 복서는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등으로 대입시켜놨는데요. 정치풍자소설이라고 생각안될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놔 누가 봐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난해하지 않아 재미있는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니 한번쯤 봐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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