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만약 그때 엄마가 내 도벽을 알아 내어 유난히 민감한내 수치심이 보호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감하다는 건깨어지기가 쉽다는 뜻도 된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가 되었을 것이다. 하여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P90

은방울꽃은 숙명의 교화(校花)였다. 가슴에 자랑스럽게 달고다니던 배지도 은방울꽃을 도안한 거였고, 교가도 은방울꽃의 수줍음과 향기를 찬양한 내용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하도 각박한시대에 입학을 해서 그런지 살아 있는 은방울꽃을 본 적은 없었다. 관념적으로 모호하게 미화됐던 은방울꽃의 실체를 발견한 날은 온종일 이상하게 우울하고 마음이 아팠다. 장차 이 세상은 어찌 될 것이며 나는 어찌될 것인가, 내가 지금의 이 상태에 완벽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이 상태가 영속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때문이 아닐까? 나는 막연하게지만 자연과 행복하게 일치된 것같은 자신을 믿을 수 없는 마음이 생겼고, 나의 중요한 일부를 서울에 남겨 놓고 온 것처럼 느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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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된 언어나 진주를 깬 듯 아름답게 포장된 ‘말‘처럼 가증스러운 것은 없다. 진정한 시에는 가식이 없고 거짓 구원도 없다. 무지갯빛 눈물도 없다. 진정한 시는 이 세상에 모래사막과 진창이있다는 것을 안다. 왁스를 칠한 마루와 헝클어진 머리와 거친 손이 있다는 것을 안다. 뻔뻔스러운 희생자도 있고 불행한 영웅도있고, 훌륭한 바보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강아지에도 여러 종류가있으며 걸레도 있으며 들에 피는 꽃도 있고 무덤 위에 피는 꽃도있다는 것을 안다. 삶 속에 시가 있다.


이 소설은 다른 모든 소설이 그렇듯 모두 허구이며, 여기에서당신이 언뜻 어떤 이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당신의 사정이다. 다른 어떤 소설보다 취재를 많이 했지만 다른 어떤 소설보다 도와주신 분들의 이름을 기꺼이 밝히기 어려운 소설도 처음 쓴다. 다만 몇 분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출 수 있겠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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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악이 역사 안에서그렇게 열매를 많이 거두는가?
그것은
"역사를 지배하는 악의 힘이 더 강력한 것도악이 역사에서 더 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선이 풍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이 전통을 단지 보수적인 몸매와 관습으로잘못 이해하기 때문에,
선이 삶에 대한 시험의 극복을삶의 한복판에서가 아니라 그 주변에서 행하기 때문이다."
-나치 수용소에서 죽은 신학자, 알프레드 델프「역사와 인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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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사보나롤라 수사에 대한 처형 기록 명판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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