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이미 벌어진 현상을 보도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죠. 현재 한국인들이 각지에서 벌이는 저항운동들은 스스로 떨쳐 일어난 것이지 우리 신문의 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인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어니스트 베델의 주장이 끝나자 지켜보던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박수소리가 잦아들 즈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일본군의 만행이나 나쁜 일에 대해서 보도를 하면 곧장 통감부에서는 잘못된 기사라고 항의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면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뗀 일들이 사실로 밝혀진 경우가 너무많습니다. 그걸 보고 분개한 조선인들이 저항을 한 것이라고 거듭 말씀드립니다."


"우리 신문사의 편집인 양기탁 씨가 검사님에게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피고인석 끝자리에 앉아있던 비쩍 마른 남성이 벌떡 일어나서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뭉치들을 검사에게 건넸다. 그러자 어니스트 베델이 말했다.
"방금 양기탁 씨가 건네준 종이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의병들이보낸 전보 내용들입니다. 보시면 신문에 실린 것보다 훨씬 험악하고 거친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확인하셨습니까?"
어니스트 베델의 질문에 검사 윌킨슨이 종이에 적힌 글들을 읽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것 같군요."
"제가 보기에도 너무 과격한 내용들은 알아서 뺍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의병들은 자발적으로 봉기를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저에게 격문을 보내는 겁니다. 우리 신문이 과격한 주장을해서 사람들을 선동했다는 것은 이런 전후 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검사님."
방청하던 사람들이 다시 박수를 쳤다. 얼굴을 찌푸린 검사는 심문을 마치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자네 말이야, 우리가 왜 약해졌는지 알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의도가 있는 질문 같아서 갑급 통신원 17호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네. 강한 자는 법을 무시하고, 약한 자는 법을 피할 생각을하고 있어.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법을 무시하기 때문에 나라의근본이 흔들리게 된 걸세. 힘이 있어도 법을 지켜야 하고, 법을 에기면 아무리 강하고 권세가 있는 자라고 해도 처벌받아야 하네. 그래야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는 거지."
"그걸 위해서 상관과 동료를 기소한 것입니까?"
"나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나. 하지만 내가 부서져 원칙이 세워진다면 기꺼이 나를 부수겠네."
"몇 년 전과는 다른 행보시군요."
"무슨 말인가?"
"제가 경무청에 연이 좀 있어서요. 오늘 재판에 오기 전에 몇 년전 기록을 봤더니 흥미로운 일을 하셔서 말입니다."
갑급 통신원 17호의 얘기에 이선재가 쓴웃음을 지었다.
"동지권고문 얘기로군."
"일본군 부상병을 위해서 의연금을 모금하자고 주장하셨죠?"
"맞아. 그때는 일본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고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믿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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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은 내일이면
이미 죽은 자가 되어 있을지도모릅니다. 
그들에게 빵 한조각과
물 한 잔이 필요한 건 오늘입니다.

자기만 아는 삶은 답답하다.
우리가 어디서 빵과 물 한 잔을 나누는 마음을 찾을 수 있을까.
아주 사소한 날씨 변화에조차 우리는 마음이 민감해져 갈 길을 잃어버린다. 누구나 인생에서 나만의 도로표지판을 만들어가는일로 고민한다. 나눔에 대한 깨달음은 영혼의 성장에서 온다. 어렵게들 생각하는 일상 속에서의 영성은 자신의 참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 뜻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자기방어와 변명, 시샘과 질투, 지나친 경쟁심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기를 편안히 놓아주는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의 성장은 공부와 신앙을 통해서 얻어진다.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연에서든 책에서든 뭐든 가능하겠다. 내 마음의 도로표지판은 시였다. 
신성함이 무너진 시대에 생활에서 잃어버린 영성을 되찾으려면 시가 절실히 필요하다. 좋은 시들이 지금까지 나를 깊고 따스한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한때 죽음에 가닿았을 만큼 심각한 불면증을 앓았다. 정신과 의사인 남동생은 불면증이 우울증에서 온다고 했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죽음 속으로 자신을 던진 사람들은 참으



고독한 시간이 없으면
시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다.
- 수잔나 타마로

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그와 삶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고유한 것을 인정해주는 것도 포함된다.
- 디즈레온리

고독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잘 지내겠는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떻게
온전한 사람일 수 있는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은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것,
침묵하는 것, 귀를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베네딕토 교황

인간은 사회에서 어떠한 사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감은 오직 고독에서 얻을 수 있다.
당신이 하는 것,
꿈꾸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으니,
지금 시작하라!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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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안 만나는 것은 가능하지만 조금만 만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같아…………."
"너 내가 안 줘서 그러니? 그래서 그런 거야?"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거하고는 상관없어. 그건 나도 동의했잖아."
"그럼 뭐야? 난 이해할 수가 없어!"
"난 이렇게 못 살아. 학교에서 항상 너를 생각하고, 학교 끝나면너랑 계속 함께 있고,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전화로 메신저로 너한테 붙잡혀 있고, 주말에도 나만의 시간이 없고, 그래, 난 나만의 시간이 너무 그리워 너를 만나서 너를 사귀어서 너를 만지고,
그래, 뽀뽀도 해 봤지, 이 모든 것이 좋았어. 하지만 너 때문에 내가 없어졌어."

"바보 같은 자식, 그게 사랑이야. 너와 내가 만나서 우리라는 하나가 되는 것!"
"자유야, 넌 정말 한 번도 우울하지 않았어? 네가 없어져서 괴로운 적이 없었어?"
자유는 좀 놀랐다. 사실 자유도 홍규와 똑같은 생각을 할 때가 많았던 것이다.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아서 우울할 때가 많았던 것이다. 이제껏 사랑을 깨뜨리려는 악한에 맞서 사랑을 수호하는 천사처럼 말했지만, 자유의 진심은 홍규의 생각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자유는 끝까지 사랑의 수호천사처럼 굴기로 마음먹었다.
미안하지만 악역은 남자가 맡아 줘야 되는 거 아니겠어.
"없었어. 없었어! 그게 사랑이야. 나쁜 새끼, 넌 지금 고상한 말로나를 차고 있는 거야. 내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꼰대들처럼 말

하지 말란 말이야.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자유야, 진정해 봐. 이러면 대화가 안 되잖아."
"뭔 놈의 대화, 어서 꺼지란 말이야."

그것으로 자유의 첫 번째 연애는 끝났다. 자유는 기다렸지만 홍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자유는 도서관 대신 다시 태권도 도장에 나갔다. 학원을 옮기려고 하다가, 홍규가 먼저 학원을 옮겨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한 달 동안 거의 메신저 기계로만 사용퓨터는, 다시 게임기 노릇을 했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 발송, 수신 건수는 50분의 1로 줄었다. 자유도 홍규에게 연락을 전혀 하지않았던 것이다.
자유는 홍규가 자주 생각났지만, 사무칠 정도는 아니었다.
자유는 홍규와 나누었던 수많은 얘기들을 빠른 속도로 잊어갔다.
그런데 이 대화 하나만은 쉽사리 잊히지가 않았다.
"나는 못 태어날 뻔했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이 네사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첫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우습지 않아?"
"그러니까 다 거짓말이야, 사랑은 영원하다는 거."
"그래 다 거짓말이야. 첫사랑도 별거 아냐. 사랑 중에서도 가장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첫사랑이라고? 다 개소리 아니냔 말이야."
자유는 나중에 생각했다. 내가 사랑했던 홍규야! 개소리가 아니야. 우리 31일간의 사랑은 딱 한 달이 걸린 첫사랑은 순결하고 아름다웠잖아.
첫사랑에서, 너나 나나 사랑이 아니 그 사랑의 표현 형식인 연애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지 배웠어. 너와 내가 만나 하나 혹은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너도 없애버리고, 나도 없애 버리고, 그래서 마치 연애라는 괴물 배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우울함에 시달렸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을 거야. 너나 나나 다시 연애를 할 때는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를 없애지 않으면서 적당히, 적당히.
하지만 그런 지극히 이성적인 사랑이 그러니까 계산적인 사랑이우리들의 처음 연애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처음 연애는 정말이지 처음 하는 연애이기 때문에,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순결하고 아름다웠던 게 아닐까?
그러니까 처음 연애는 영원한 거야. 홍규야, 너랑 나랑 다시 사귀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의 한 달간의 연애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안 그래, 내 사랑 홍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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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yourtree! So2023, 제주에서
Hong siya

‘나무 마음 나무, 북펀드 참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강도, 강민정, 강수지, 강수희, 강숙희, 강정아, 고수, 공방정인, 그루,
금동혁, 김국희, 김나무정, 김미세, 김민수, 김민정, 김민채, 김보영,
김복숭아, 김유현, 김주은, 김주은, 김지영, 김지원, 김춘미,
김현숙 엘리사벳씨튼, 김현아, 김혜인, 꽃과늑대, 꿈꾸는 아리랑, 나나,
나무곁에서서, 나무야사랑해라시온 남기온, 낯가림, 노니, 단우강우,
돌돌꽃분, 동그래놀이터, 들불, 레나 이동은, 레이빌리지, 리봄맘,
메이우드, 묘유, 문보빈, 문성호, 문수진, 민토리숲, 바다생물성, 박계연,
박기나, 박길주, 박동수, 박보경, 박서영, 박서윤, 박서윤, 박서윤, 박서정박설희, 박성빈, 박성주, 박세은, 박지환, 박태근, 박혜영, 박혜성, 배재현,
백수영,백지연, 버찌책방지기, 변호정, 별총총, 보담글씨, 비로소,
빈주경, 쁘라가, 사려니나무, 산, 산하, 상냥한곰, 서와 서지민, 성명주,
성상희, 소중한하루, 소치밀코, 손동섭, 송정옥, 숲노래, 신숙희, 신여사,
신인지, 씨앗샘, 아연글씨, 아트제주, 안도유, 양비아, 양수정과 도비,
엄세연, 영리한바보, 예리, 오정미, 오홍록, 올댓 위기, 윈드스톤, 유리,
윤아영, 윤재설, 윤효진, 이강인, 이건임, 이경숙, 이로운, 이미림, 이새롬,
이새샘, 이숙영, 이아름, 이윤희, 이정미, 이정현, 이현서, 일삼공일,
일상기술연구소, 임비취, 임소리, 임은경, 임채울가족, 장석전, 장세이,
정미숙, 정시윤, 청운철, 정윤은, 정인선, 정현희, 제주서툰가족,
제주에사는하유니, 조명은, 조영륜, 주은영, 쥬스, 책나무, 철수, 최미애,
최선화, 최정순, 최하린, 친구 키미, 토끼루핑로켓, 코나니,
플레이스엉물, 한나작업실, 한쪽가게, 한초록, 허현석, 현일연,
현준성혜지연민규, 혜영지용, 혜인, 호다즈, 홍세진, 환이정 차은실,
aaron, heyleehj, MOJ, sue, TEAWOOD, U mommy 외 34명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는 비자림로가 도로 확장을 이유로 파괴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5분 더 빨리 가겠다고 수많은 나무들을 잘라 버리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비자림로를 지키기위해 사람들과 노래를 부르고, 베어진 나무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싱잉볼 연주를 했다. 엄마, 아빠랑 함께 나온 어린 친구들과 손을 잡고 도로 위에서 행진하며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벌목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넘쳐났다. 예민한 몸과 마음이 아팠다. 베어진 나무들에서는 비명 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삼나무로 그득하던 아름다운 길이 갑자기 무고하게 희생된 생명들의 학살 현장처럼 느껴졌다. 새들의 평화로운 서식지였을 그곳이 한순간에 슬픔의 울음소리로가득 찬 것 같았다. 현장에서 그 광경을 계속 바라보는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낯설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어색하고 힘들었다. 수많은 날들을 다락방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 놀이를 하며 보냈다. 타인과 리듬이 맞지 않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도 커졌다. 알 수 없는 외로움, 알 수 없는 결핍감. 집이 없는 난민인 것만 같은 느낌, 엄마와 아빠도 진짜 부모님이 아닌 것 같은 마음. 하지만 결국 가장 이상하고 어색한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부족한 나를 채워 준 것은 예술 그리고 자연이었던 것같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곳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편안했다. 내 힘으로 돈을벌기 시작하면서부터 혼자 여러 숲을 여행했다. 힘들게 유럽 어딘가를 찾아가 가장 오래 했던 일은 숲속에서 멍하게 앉아 있기,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멀뚱해 보였겠지만 내게는 비로소 ‘숨 쉬며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지구에서가장큰나무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다는 레드우드 숲을 가기위해 2012년 가을,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나에겐 하고 싶은 단 하나를 위해 머나먼 땅으로 기어코 가고야마는 무모함이 있다.
사전 조사에서는 금분교를 건너가면 숲으로 가는틀버스가 다닌다고 했지만 그때는 비수기였던 탓인지 셔틀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왔는데 허무하게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에 어렵사리 버시를 잡아왔다.
헤드우드 나무들이 자리한 뮤어 우즈 국립공원은 좁은 일차선 산길을 한참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옆 낭버러지가 펼쳐진 길을 달리는 동안 몇 번이나 눈앞이 아찔해지곤 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날 이곳으로 부른 장한 살림을 떠올리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곳에서 2천년 넘게 살았다는 나무들을 만나고야 말았다. 하늘지 닿을 것만 같은 나무들 사이를 한참 동안 걸었다.
‘이렇게 큰 나무들이 하늘과 땅을 이어 주며 지구를 지탱하고 있구나!‘ 나무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싶었다.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아 찾아온 사람이 없는 숲은 너무나 고요했다. 나홀로 온전히 광활한 숲에서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지구상에 거주하는 생물 중 가장 커다란 존재들이 이 먼 곳에서 긴 세월을 건너,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하기 위해 기다려 준 것만 같았다. 환희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난생 처음 왔음에도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고 익숙한장소, 마치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는 듯한 기분, 욕망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세상의 소리에서 벗어나 그렇게 오랫동안 숲을 누렸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나를 반기고 안아 주는 기분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정말로 큰 사랑을 받는 느낌이었다. 모든 창조물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듯한 그 감각은 나의 언어로는 표현이 어렵다.
가늠하기 어려운 커다란 기쁨이 영문모르게 텅 비어있던 가슴을 가득 채워 주는 경험이었다. 그 순간, 이삶이 살 만한 것으로 다가왔다.

그날도 조금 특별한 꿈을 여행하고 있었다. 꿈속에서나는 비정기적으로 자주 마주하던 사람들과 손바닥으로 에너지를 느끼며 놀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집 안에 있는 화분들에 하나씩 손을 가져다 댔다. 전율! 그 단어가 실감났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에너지었다.
더 재미난 건 식물마다 느낌이 달랐다는 것이다.
"더 큰 나무는 어떨까?‘ 나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비자림으로 향했다. 제주에서 인기가 높은 비자림은평소 사람들로 가득해 온전히 만나기 어려울 때가많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일부러 입장 마감 직전에 들어갔다.
천천히 숲속을 걸으며 한 그루 한 그루를 느껴 보았다. 화분 식물들처럼 각각의 나무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어떤 나무는 손바닥을 대는 순간 시원했고, 어떤 나무는 찌릿찌릿 따가웠다. 당연하게도 작은 풀 한 포기부터 키 큰 나무까지 저마다 고유한 존재였다.

이런 경험 이후 자연스럽게 풀과 나무 들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무라는 존재가 내뱉는 숨이몸 안으로 훅 들어올 때면 나는 그 숨을 통해 나무와연결된다. 숲에서 길게 호흡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마치 다른 공간이나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어떤 날은 숲에 있는 모든 나무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는 황홀한 시간이다. 이렇게 다른 존재들을 깊이 바라보는 일은 내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다양한 생명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일. 태곳적부터 지속되어온 자연의 메시지를 조금씩 알아가려는 시도, 자연과 인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숲을 파괴하는일이 결국 나와 우리를 파괴하는 일임을 아는 지혜.
나의 숨이 녹색 존재들과 이어질 때마다 조금씩 내안에 이런 무늬들이 새겨진다.

자연은 인간도 자신의 일부라는 걸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 준다.
때로는 우리 인간들 스스로가서로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태어나는커다란 숙제인 것만 같다.
그 숙제를 잘 풀라고 각자에게저마다의 도구가 주어진다고 믿는다.
살면서 나에게 새겨진 여러 마음들을그림과 노래와 글로 표현하고 싶은 걸 보면아무래도 나의 도구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통로

자연의 메시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스스로 다짐하는 마음이 있다.
하늘과 땅의 변화 속에서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동시에 하늘과 땅사이에내가 있음을 잊지 않는 것.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연결되어야온전한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순간순간 까먹고 까불며 살지만,
마음속 울림을 따라가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나는 아주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통로이고 싶다.

들숨 날숨

제주에 살다 보면 섬 자체가 유기적 조화를 이룬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쪽 숲에서 비자림에서 내집 앞에서가만가만 들숨과 날숨을 느낀다.
그 숨을 통해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이 땅의 아름다움이 번진다.
내 작은 마음은 오락가락 무력감에 빠지기 일쑤지만제주의 자연은 거친 호흡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고급하게 휘몰아치던 머릿속을 청량한울림으로 씻어 준다.
나도 제주가 되고 싶다.

나무를믿어요

어느 시절 내 꿈은 죽어서 나무가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내게 종교가 있느냐,
신을 믿느냐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단박에 "나무를 믿어요"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무를 함부로 자르고상처 내는 일을 볼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물음으로 괴로웠다.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그리다가문득 내가 숲속의 나무가 된 것만 같았다.
땅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곧게 펼친 나무.
새들이 노래하는 숲에서다른 풀, 나무들과 연결된 존재.

수백 번, 수천 번 가지가 잘려 나가도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봄이 되면 어김없이 새순을 돋우는저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이 미친 세상에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 놓는저 나무를 온전히 껴안고 싶다.
나무 한 그루에 내 마음을 비추어내가 떠나온 곳을 그려 본다.

얼마 전 발매한 <우주 담요> 앨범 역시 사운드드로잉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들이 외부로 향하는 안테나를 조금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리 그림을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 소리가 그려 내는 그림에 스르르 마음을 열고서 허공에 펼쳐지는 공명의드로잉을 느낄 수 있길. 내가 부르는 노래가 누군가의 가슴에 고요한 그림으로 번지길 바랐다.
앨범 작업은 부암동에 있는 <제비꽃다방>에서 이루어졌다. 8년 전 나는 같은 자리에서 복합문화공간 <플랫274>를 운영했다. 카페이자 나의 작업실이었지만,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힘이 되는 공간이길 바랐다. 어떤 날은 갤러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예술가들의 갤러리가 되었다가 때로는 인더 뮤지션들의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공간은 4년 3개월을 끝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내게 몹시 특별했던 그곳을 뮤지션 성운 오빠가 인수하여 <제비꽃다방>으로 운영 중이다. 덕분에 문화공간으로 남아주길 바랐던 소원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성운 오빠에게 그동안 쌓아 놓은 노래에 대해이야기했더니 선뜻 프로듀싱을 도와 주겠다 나섰다.
전문 녹음실은 아니지만 우리의 시간과 애정이 담긴<제비꽃 다방>에서 앨범을 만들자고 했다.

평화의 노래

세상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는 일
내가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주는 것
누가 먼저
내가 먼저
평화가 되고
사랑이 되어

세상 혁명을 원할 때
우리가 먼저 자유가 되는 일
내가 마음을 나눌 때
온 세상에 기쁨이 되는 일
꽃씨가 되고
바람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맞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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