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yourtree! So2023, 제주에서 Hong siya
‘나무 마음 나무, 북펀드 참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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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는 비자림로가 도로 확장을 이유로 파괴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5분 더 빨리 가겠다고 수많은 나무들을 잘라 버리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비자림로를 지키기위해 사람들과 노래를 부르고, 베어진 나무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싱잉볼 연주를 했다. 엄마, 아빠랑 함께 나온 어린 친구들과 손을 잡고 도로 위에서 행진하며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벌목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넘쳐났다. 예민한 몸과 마음이 아팠다. 베어진 나무들에서는 비명 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삼나무로 그득하던 아름다운 길이 갑자기 무고하게 희생된 생명들의 학살 현장처럼 느껴졌다. 새들의 평화로운 서식지였을 그곳이 한순간에 슬픔의 울음소리로가득 찬 것 같았다. 현장에서 그 광경을 계속 바라보는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낯설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어색하고 힘들었다. 수많은 날들을 다락방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 놀이를 하며 보냈다. 타인과 리듬이 맞지 않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도 커졌다. 알 수 없는 외로움, 알 수 없는 결핍감. 집이 없는 난민인 것만 같은 느낌, 엄마와 아빠도 진짜 부모님이 아닌 것 같은 마음. 하지만 결국 가장 이상하고 어색한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부족한 나를 채워 준 것은 예술 그리고 자연이었던 것같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곳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편안했다. 내 힘으로 돈을벌기 시작하면서부터 혼자 여러 숲을 여행했다. 힘들게 유럽 어딘가를 찾아가 가장 오래 했던 일은 숲속에서 멍하게 앉아 있기,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멀뚱해 보였겠지만 내게는 비로소 ‘숨 쉬며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지구에서가장큰나무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다는 레드우드 숲을 가기위해 2012년 가을,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나에겐 하고 싶은 단 하나를 위해 머나먼 땅으로 기어코 가고야마는 무모함이 있다. 사전 조사에서는 금분교를 건너가면 숲으로 가는틀버스가 다닌다고 했지만 그때는 비수기였던 탓인지 셔틀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왔는데 허무하게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에 어렵사리 버시를 잡아왔다. 헤드우드 나무들이 자리한 뮤어 우즈 국립공원은 좁은 일차선 산길을 한참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옆 낭버러지가 펼쳐진 길을 달리는 동안 몇 번이나 눈앞이 아찔해지곤 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날 이곳으로 부른 장한 살림을 떠올리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곳에서 2천년 넘게 살았다는 나무들을 만나고야 말았다. 하늘지 닿을 것만 같은 나무들 사이를 한참 동안 걸었다. ‘이렇게 큰 나무들이 하늘과 땅을 이어 주며 지구를 지탱하고 있구나!‘ 나무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싶었다.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아 찾아온 사람이 없는 숲은 너무나 고요했다. 나홀로 온전히 광활한 숲에서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지구상에 거주하는 생물 중 가장 커다란 존재들이 이 먼 곳에서 긴 세월을 건너,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하기 위해 기다려 준 것만 같았다. 환희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난생 처음 왔음에도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고 익숙한장소, 마치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는 듯한 기분, 욕망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세상의 소리에서 벗어나 그렇게 오랫동안 숲을 누렸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나를 반기고 안아 주는 기분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정말로 큰 사랑을 받는 느낌이었다. 모든 창조물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듯한 그 감각은 나의 언어로는 표현이 어렵다. 가늠하기 어려운 커다란 기쁨이 영문모르게 텅 비어있던 가슴을 가득 채워 주는 경험이었다. 그 순간, 이삶이 살 만한 것으로 다가왔다.
그날도 조금 특별한 꿈을 여행하고 있었다. 꿈속에서나는 비정기적으로 자주 마주하던 사람들과 손바닥으로 에너지를 느끼며 놀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집 안에 있는 화분들에 하나씩 손을 가져다 댔다. 전율! 그 단어가 실감났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에너지었다. 더 재미난 건 식물마다 느낌이 달랐다는 것이다. "더 큰 나무는 어떨까?‘ 나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비자림으로 향했다. 제주에서 인기가 높은 비자림은평소 사람들로 가득해 온전히 만나기 어려울 때가많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일부러 입장 마감 직전에 들어갔다. 천천히 숲속을 걸으며 한 그루 한 그루를 느껴 보았다. 화분 식물들처럼 각각의 나무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어떤 나무는 손바닥을 대는 순간 시원했고, 어떤 나무는 찌릿찌릿 따가웠다. 당연하게도 작은 풀 한 포기부터 키 큰 나무까지 저마다 고유한 존재였다.
이런 경험 이후 자연스럽게 풀과 나무 들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무라는 존재가 내뱉는 숨이몸 안으로 훅 들어올 때면 나는 그 숨을 통해 나무와연결된다. 숲에서 길게 호흡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마치 다른 공간이나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어떤 날은 숲에 있는 모든 나무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는 황홀한 시간이다. 이렇게 다른 존재들을 깊이 바라보는 일은 내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다양한 생명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일. 태곳적부터 지속되어온 자연의 메시지를 조금씩 알아가려는 시도, 자연과 인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숲을 파괴하는일이 결국 나와 우리를 파괴하는 일임을 아는 지혜. 나의 숨이 녹색 존재들과 이어질 때마다 조금씩 내안에 이런 무늬들이 새겨진다.
자연은 인간도 자신의 일부라는 걸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 준다. 때로는 우리 인간들 스스로가서로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태어나는커다란 숙제인 것만 같다. 그 숙제를 잘 풀라고 각자에게저마다의 도구가 주어진다고 믿는다. 살면서 나에게 새겨진 여러 마음들을그림과 노래와 글로 표현하고 싶은 걸 보면아무래도 나의 도구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통로
자연의 메시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스스로 다짐하는 마음이 있다. 하늘과 땅의 변화 속에서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동시에 하늘과 땅사이에내가 있음을 잊지 않는 것.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연결되어야온전한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순간순간 까먹고 까불며 살지만, 마음속 울림을 따라가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나는 아주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통로이고 싶다.
들숨 날숨
제주에 살다 보면 섬 자체가 유기적 조화를 이룬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쪽 숲에서 비자림에서 내집 앞에서가만가만 들숨과 날숨을 느낀다. 그 숨을 통해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이 땅의 아름다움이 번진다. 내 작은 마음은 오락가락 무력감에 빠지기 일쑤지만제주의 자연은 거친 호흡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고급하게 휘몰아치던 머릿속을 청량한울림으로 씻어 준다. 나도 제주가 되고 싶다.
나무를믿어요
어느 시절 내 꿈은 죽어서 나무가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내게 종교가 있느냐, 신을 믿느냐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단박에 "나무를 믿어요"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무를 함부로 자르고상처 내는 일을 볼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물음으로 괴로웠다.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그리다가문득 내가 숲속의 나무가 된 것만 같았다. 땅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곧게 펼친 나무. 새들이 노래하는 숲에서다른 풀, 나무들과 연결된 존재.
수백 번, 수천 번 가지가 잘려 나가도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봄이 되면 어김없이 새순을 돋우는저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이 미친 세상에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 놓는저 나무를 온전히 껴안고 싶다. 나무 한 그루에 내 마음을 비추어내가 떠나온 곳을 그려 본다.
얼마 전 발매한 <우주 담요> 앨범 역시 사운드드로잉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들이 외부로 향하는 안테나를 조금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리 그림을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 소리가 그려 내는 그림에 스르르 마음을 열고서 허공에 펼쳐지는 공명의드로잉을 느낄 수 있길. 내가 부르는 노래가 누군가의 가슴에 고요한 그림으로 번지길 바랐다. 앨범 작업은 부암동에 있는 <제비꽃다방>에서 이루어졌다. 8년 전 나는 같은 자리에서 복합문화공간 <플랫274>를 운영했다. 카페이자 나의 작업실이었지만,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힘이 되는 공간이길 바랐다. 어떤 날은 갤러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예술가들의 갤러리가 되었다가 때로는 인더 뮤지션들의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공간은 4년 3개월을 끝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내게 몹시 특별했던 그곳을 뮤지션 성운 오빠가 인수하여 <제비꽃다방>으로 운영 중이다. 덕분에 문화공간으로 남아주길 바랐던 소원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성운 오빠에게 그동안 쌓아 놓은 노래에 대해이야기했더니 선뜻 프로듀싱을 도와 주겠다 나섰다. 전문 녹음실은 아니지만 우리의 시간과 애정이 담긴<제비꽃 다방>에서 앨범을 만들자고 했다.
평화의 노래
세상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는 일 내가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주는 것 누가 먼저 내가 먼저 평화가 되고 사랑이 되어
세상 혁명을 원할 때 우리가 먼저 자유가 되는 일 내가 마음을 나눌 때 온 세상에 기쁨이 되는 일 꽃씨가 되고 바람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맞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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