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이미 벌어진 현상을 보도합니다. 그걸 바탕으로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죠. 현재 한국인들이 각지에서 벌이는 저항운동들은 스스로 떨쳐 일어난 것이지 우리 신문의 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인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어니스트 베델의 주장이 끝나자 지켜보던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박수소리가 잦아들 즈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일본군의 만행이나 나쁜 일에 대해서 보도를 하면 곧장 통감부에서는 잘못된 기사라고 항의를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면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뗀 일들이 사실로 밝혀진 경우가 너무많습니다. 그걸 보고 분개한 조선인들이 저항을 한 것이라고 거듭 말씀드립니다."


"우리 신문사의 편집인 양기탁 씨가 검사님에게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피고인석 끝자리에 앉아있던 비쩍 마른 남성이 벌떡 일어나서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뭉치들을 검사에게 건넸다. 그러자 어니스트 베델이 말했다.
"방금 양기탁 씨가 건네준 종이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의병들이보낸 전보 내용들입니다. 보시면 신문에 실린 것보다 훨씬 험악하고 거친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확인하셨습니까?"
어니스트 베델의 질문에 검사 윌킨슨이 종이에 적힌 글들을 읽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것 같군요."
"제가 보기에도 너무 과격한 내용들은 알아서 뺍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의병들은 자발적으로 봉기를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저에게 격문을 보내는 겁니다. 우리 신문이 과격한 주장을해서 사람들을 선동했다는 것은 이런 전후 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검사님."
방청하던 사람들이 다시 박수를 쳤다. 얼굴을 찌푸린 검사는 심문을 마치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자네 말이야, 우리가 왜 약해졌는지 알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의도가 있는 질문 같아서 갑급 통신원 17호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네. 강한 자는 법을 무시하고, 약한 자는 법을 피할 생각을하고 있어.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법을 무시하기 때문에 나라의근본이 흔들리게 된 걸세. 힘이 있어도 법을 지켜야 하고, 법을 에기면 아무리 강하고 권세가 있는 자라고 해도 처벌받아야 하네. 그래야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는 거지."
"그걸 위해서 상관과 동료를 기소한 것입니까?"
"나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나. 하지만 내가 부서져 원칙이 세워진다면 기꺼이 나를 부수겠네."
"몇 년 전과는 다른 행보시군요."
"무슨 말인가?"
"제가 경무청에 연이 좀 있어서요. 오늘 재판에 오기 전에 몇 년전 기록을 봤더니 흥미로운 일을 하셔서 말입니다."
갑급 통신원 17호의 얘기에 이선재가 쓴웃음을 지었다.
"동지권고문 얘기로군."
"일본군 부상병을 위해서 의연금을 모금하자고 주장하셨죠?"
"맞아. 그때는 일본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고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믿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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