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나 눈물을 보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두 분이 황홀하게 행복해하는 모습 또한 본 적이 없었다. 우리 가족은 돈 문제를 입에올린 적이 없었고, 마찬가지로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재무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종이 하나가 팔랑 떡어졌다. 허리를 굽혀 주워보니 열기구 광고 사진을 오려놓은 것이었다. 나중에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다가 또 하나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냉장고 자석에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책장에서도 하나를 더 발견했다. 임시방편으로 열기구 광고 용지를 접어서 책갈피로 썼던 것이다. 엄마한테 내가 발견한 광고 용지에대해 물어보았다. 엄마는 아버지가 항상 열기구를 타고 싶어했지만, 한 번도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힘이 빠졌다. 약간 놀랍기도했다. 정말로 아버지가 열기구를 타고 싶어했다고? 그 엄청난 모험을 하고 싶어했다고?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부모님을 제대로 알고 있던 것일까? 보통의 다른 자식들처럼 나도 우리 부모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두 분은 멀리 살았지만 예측이 가능한 분이었다. 라미와 나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부모님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알아맞힐 수 있다고 농담을 하곤 했다. 두분은 매일 정오에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감자튀김, 피클로점심 식사를 했다. 1시에는 그날 온 우편물을 살펴본 다음 거실의자에 앉아 각자 낮잠을 잤고, 5시 30분이면 저녁 식사를 했다. 그52

아것1리고 10시 뉴스가 끝나면 잠자리에 들었다.
두 분은 70년 가까이 부부로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사람들을이끄는 진행자 스타일이라 늘 웃으면서 실없는 농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분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방 친구가 되는재미있고 사교적인 분이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옆에 있는 한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늘 미소를 띤 얼굴에 아버지가 농담을 하면 소리 내어 웃는 게 전부였다. 아버지가 실없는 소리를 할때는 이를 보완해줄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엄마는 남들과 엮이지않고 조용히 그림자처럼 살아온 분이었다. 나는 그게 나름 엄마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원래 잘 웃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생각했다.
한데 지금의 엄마는 내가 알던 엄마와는 사뭇 달랐다. 수줍어하지만 할 말은 다하는 엄마, 자동차 딜러에게 농담을 하는 엄마.
그리고 내가 모르던 엄마와 아버지의 낭만적인 꿈까지 발견했다.
맞다. 나는 엄마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엄마와 아버지는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길이 있었을까? 엄마는 스테이시가 떠난 뒤 딸의 어떤 점을 가장그리워했을까? 아버지는? 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었다. 지금까지 부모님을 일정이나 욕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부모님의 이면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다.
라미는 엄마가 짐 싸는 것을 도왔다. 나는 이동 주택에 꼭 필

요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엄마는 자신에게 할당된 두 칸의 서랍을 채울 물건들을 골랐다. 그중에는 파이어사이드라는 시골 리조트에서 구입한, 낡고 바랜 빨간색 스웨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걸 왜 가져가려고 한대? 공간이 별로 넉넉하지 않을 텐데."
라미에게 물었다.
"어머니의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물건이래.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이기도 할 거야."
라미가 답했다.
라미의 말이 맞았다. 우리 둘이 여행을 할 때는 계획을 세우지않고 항상 가볍게 다녔지만, 이번 여행은 많이 다를 거란 사실을예감할 수 있었다.
짐을 싸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엄마의 상실감은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제 두분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물건으로 가득한 이 집에서 더 이상 살수 없게 되었다. 67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익숙해진 일상생활도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터였다. 엄마는 아버지의 체취가 배어 있는 베개와 아버지의 몸무게를 기억하는 침대에서 더 이상 잠들지 못할 것이었다.
엄마는 울지 않았다. 강단이 있는 분이었고, 엄격하며 감정을잘 드러내지 않는 독일 가정에서 자란 분다웠다. 대공황도 견뎌낸 엄마였다. 하지만 슬픔은 엄마의 몸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었다. 원래도 많이 드시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식욕을 잃고 체중이

줄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앙상했던 엄마는 눈에 띄게 살이 빠졌고,
전보다 더 말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지?"
가끔은 혼란스러운 듯 이렇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슬픔과병마가 엄마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울지않았다.
우리와 함께 나서기로 한 것은 엄마 나름대로의 낙관적인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직 안 끝났어. 아직도 인생에는 재미있는 게 많아. 아직 하고 싶은 일도, 알고 싶은것도 많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엄마는 옷장에 좋은 옷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여행하면서 입을 새 옷을 사며 즐거워했다. 그런 모습에 라미와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우리는 엄마에게마지막으로 꼭 챙겨가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었다.
"하나만 더 챙기면 돼. 소파에 있는 쿠션."
아마도 향수보다는 실용성이 있는 쿠션을 챙기는 것 같았다.
"아버지랑 스테이시 사진 좀 챙길까요?"
"아니."
우리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라미와 나의 결혼식 때 찍은 가족사진을 챙겼다. 엄마는 옛 기억을 불러일으킬 품목 대신에 길위에서 시간을 보낼 때 유용한 책과 퍼즐을 챙겼다. 사실 엄마의짐 가방에 가장 먼저 들어간 건 망원경이었다. 그리고 자연 세계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동식물 도감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우

3.
다. 이 블로그는 2011년 여름부터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난 몇년 동안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은 1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나는 그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아마 그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줄 거야! 자연과 여행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보살피며 하는 여행으로 주제가 바뀐다해도 말이야. 사진과 더불어 글을 같이 공유한다면 그렇게 외롭지 않을 거야.
나는 블로그에 ‘위도가 변한다. 태도도 변한다.Changes in Latitudes,
Changes in Atitudes‘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지미 버핏inny Buffett의 노랫말에서 따온 것이었다. 어머니가 책을읽는 데 열중하는 동안 팀과 나는 링고를 데리고 호수 강변을 산책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돌멩이 몇 개를 주워서 지질학에관심이 많은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우리가 이동 주택으로돌아왔을 때, 블로그에 댓글이 몇 개 달려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우편물로 배달된 편지를 읽을 때처럼 즐거워하기를 바라며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190대라고 모험을 즐기지 말라는 법 있나요?"
‘그냥 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세요."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전부계획 없이 찾아와요. 즐거운 시간이 되실 거예요."
어머니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댓글을 읽는 동안에는 눈빛이 반짝였다.

"그 사람들은 왜 우리 여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야? 벌일이네."
어머니는 즐거운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댓글을 공유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팀이 맞았다. 나는 사진 덕분에위안을 찾았다. 하지만 그냥 사진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진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공유하며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 그덕분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기대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었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었고 날씨는 우리의 여행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삶의 흐름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부터 교란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이 감정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외로웠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나의 남편 그리고 어머니와 다시 만나는 길 위에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 방향대로 흘러가야 했다.
블로그에 댓글을 단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영원한 유목민도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기대 수준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을.
앞으로 다가올 4개월에 대해 세웠던 계획이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의 계획은 아주 단순해졌다.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한 것이다.
06

를 취하면서 장난을 쳤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고는 터져나오는웃음을 꾹 참으며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이 자그맣고 소극적인 분이 그린자이언트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그렇게우스울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몇 년 만에 처음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는 5주 동안 사진첩을 훑어보면서 어머니가 웃는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리 둘다 살짝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단지 "그냥 사진 찍을 때 어색해서 그래. 난 그게 그리 어색하더라."라며 대수롭지않은 일이라는 듯 말했지만 말이다.
그랬던 어머니가 여행길에 오른 지 단 며칠만에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실없는 행동을 하며 순수하게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녹색 거인 동상 아래에는 거인의 친구인 녹색의 작은 새싹 꼬마 모형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재미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얼굴 자리에 구멍이나 있었다. 어머니는 아주 태연하게 구멍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포즈를 취했는데, 얼굴에는 온통 장난기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때 나는 어머니에게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의 생기발랄함이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아주 고상한 것에서부터말도 안되는 우스운 것까지 모두 다 껴안을 수 있는 폭 넓은 분이었다. 적극적으로 삶을 즐기고자 했고 흥이 돋아 우스운 포즈를 취하는 것에도 스스럼없었다.

어머니 안에는 원래 그런 특성들이 있었지만 그저 표출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젊었을 때라면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을 행동을 이제는 나이도 들고 병도 들었기 때문에망설일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미시간 집을 떠나면서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 어머니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이제 더 이상 ‘멋진‘ 사진 말고 ‘진짜‘ 살아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찍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바보 같고, 냉소적이면서도, 즐겁고진실한 그런 사진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지난 20년 동안지켜봤던 어머니는 이제 그냥 ‘노마‘ 또는 ‘엄마‘가 아니라 ‘미스노마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아흔 살이라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야."라고 혼잣말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즉 팀의어머니이자 나의 시어머니인 ‘미스 노마‘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내륙 지역을 관통하는 90번 주간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주변에 어머니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볼만한 곳에 들르기 위해 일부러 러시모어로 가는 길을 둘러갈 필요도 없었다. 러시모어까지 가는 도중에 별스럽고 재미있는 곳이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팀과 둘이서 이 도로를 달릴 때는 마음내키는대로 어떤 곳은 들렀다 갔고, 어떤 곳은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제 우리는 조금이라도 몸이 근질근질하면 반드시 차를 세72

있다. 어머니의 웃음을 한 번 보고 나자, 자꾸만 더 그 웃음이 보고 싶어졌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사우스다코타의 미첼이라는 곳이 낙점되었다. 그곳에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옥수수 궁전이 있었다. 현지 사람들은 그곳을 세계에서 가장 큰 조류 사료장이라 불했다. 역사적으로 이 궁전은 한 해의 풍요로운 수확을 축하하기위해서 지어졌다. 궁전 건물 벽에는 옥수수, 지푸라기 등의 천연소재를 가지고 만든 여러 주제의 벽화로 가득했으며 해마다 새로운 주제로 벽이 장식되곤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새로운 벽화가 발표되는 옥수수 궁전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거리의 교통이 통제되고 옥수수와 관련된 모든것들이 각광받고 축하받는다.
링고랑 같이 저쪽에 서보세요."
팀이 이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옥수수상으로 갔다. 나는 거대한 인간 모형의 옥수수 동상 옆에 서 있는 어머니와 링고의 사진을 찍었다. 여행길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 데 어머니와 링고는 이미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져 있었다.
미첼에서 래피드시티까지 440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사우스다코타에서 눈에 띈 것은 광활한 해바라기 밭, 나무가 별로 없다는

점, 엄청난 수의 광고판이었다. 페인트를 칠해 만든 수백 개의 간판을 지나 월드럭 상점으로 향했다.
그때 기온이 36도였다. 이런 날씨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1931년에문을 연 월드럭은 차가운 얼음물을 무료로 나누어주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의 자동차 운전자들을 끌어들였다. 우리도 얼음물을받아 시원하게 들이켰다.
월드럭 안에 들어가 여러 상점을 지나 우편엽서를 고르고 있을 때 어머니는 당신보다 엄청나게 큰 들소 모형을 쓰다듬고 있었다. 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야외 건물들 사이에 서 있는 사슴뿔을 단 커다란 토끼 모형 위에 올라 앉기도 했다. 어머니는 생기를 되찾고 있었다.
사우스다코타 래피드시티 외곽에서 캠핑을 하고 다음 날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인 키스톤 블랙힐스산맥에 있는 러시모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이 공원은 1923년 정부 차원에서 관광을 중진하려는 목적으로 구상되었다. 조각가 거츤보글럼Gutzon Borglum을 비롯한 400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14년에 걸친 작업 끝에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ion,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시어도어루즈벨트neodore Roosevelt,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 등 네 명의미국 대통령 얼굴이 18미터 크기의 화강암 조각상으로 탄생했다.
우리는 이 조각상들의 높이가 얼마전에 본녹색 거인상의 길이와 얼추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원 방문객 센터에서 우리의 수줍은 어머니는 모형 전시실의 기폭 장치 막대 피스톤을 눌러대고 있었다. 피스톤을 누르면바로 눈앞의 화면에서 산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어머니는이 장면을 보며 신이 나서 어린 아이처럼 낄낄대며 웃었다. 어머니 옆에 있던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도 그 모습을 보고 킥킥거렸다. 그러더니 아이의 부모가 모두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서는 어머니가 폭탄을 터트릴 때마다 응원하며 흥겨운 분위기를연출했다.
우리는 어머니의 웃음이 우리 두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누군가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고, 그런 점 때문에 길을 나선 첫날 내 안에 커다란 두려움이 싹튼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어머니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의 보살핌에 대한 대가로 가격을 매길 수도 없는 소중한 것을주고 있었다. 순수한 즐거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다른사람들과 어울려 함께하고자 하는 태도, 모든 걸 버렸기 때문에모든 걸 즐기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머니가 대통령 조각상을 보고 싶어했던 까닭이 미국 역사에대한 관심 때문인지, 지질학적 호기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단지 그걸 보는 것 자체가 멋진 일 같아서인지는 알 수 없

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머니는 대통령 조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국립공원 내 안내문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읽으며 마치 스펀지같이 모든 걸 흡수했다. 그리고 우리도 이내 어머니에게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어머니가 해보고 싶은 일을 빼곡히 채워 넣은 목록을받을 심산이었다. 그런 목록을 입수한다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가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버킷리스트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글쎄, 잘 모르겠다."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우리는 어머니한테 목록받는 걸 곧 포기했다.
때로 우리는 어머니가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적지 않게 실망하기도 했다. 나이 때문인가? 단어가 쉽게 생각나지 않는 건가? 그냥 꿈을 꾸어본 적이 오래돼서 꿈꾸는 방법을 잊은 건가? 그동안 생각을 묻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의견을 표현하는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가 이 목록에 대해 무겁게 입을 닫겁내는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은 덕분에 찾아온 기회에 감사하게 되었다.
계획이 없으면 그냥 물 흐르는 대로 가게 마련이었다. 볼것도않고, 할 것도 많았으며, 그 무엇보다 어머니는 그냥 인생을 즐기16

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더 생기 있고 충만하게 살아가며, 우리 앞에 펼쳐지는 삶에 대해 "그래, 좋아!"라고 답할준비가 되어 있었다. 적극적으로 세상에 다가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인생을 즐길 준비를 마쳤다. 그래서 나는 15년 정도 소식이 끊겼던 친구 타냐가 어느 날 갑자기 이메일을 보내왔을 때그리 놀라지 않았다.
"요즘 문득 네 생각이 많이 나더라. 잘 살고 있지? 지금 우린사우스다코타에 살고 있어. 시간 되면 네 소식 좀 전해줘."
나는 답장을 보냈다.
"우리도 지금 사우스다코타에 와 있어!"
이 우연의 일치에 짜릿함을 맛보며 친구에게 지금 남편 팀과시어머니와 같이 여행 중이고, 그 내용을 자세히 보려면 페이스북페이지 ‘미스 노마 할머니‘에 가보라고 링크를 알려주었다. 우리모험의 연대기를 기록하기에는 블로그보다 페이스북이 편리했다.
"어머니가 맥주 좋아하니?"
타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해왔다.
"스피어피시에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괜찮으면 우리가만든 수제 생맥주를 캠프장에 가져다줄게."
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럼 좋아하고 말고."
내 오랜 친구는 정말 수제 맥주를 싸들고 캠프장에 나타났다.
여섯 개들이 맥주 세 팩을 가져왔는데, 팀은 그 가운데 수상 경력

에 빛나는 캐니언크림에일 맥주를 유리컵에 부어 어머니에게 건다. 어머니는 맛있게 한 모금을 마시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요양원에 들어갔더라면 결코 이런 걸 맛볼 수 없었을 텐데.
정말 좋구나."
그러고는 차가운 맥주를 쭉 들이켰다.
어머니가 한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띤 것인지 깨달은 나는 전율을 느꼈다. 드디어 우리는 목적을 찾았다. 평생 동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보살펴온 여성이 이제 생의 마지막 목전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것이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여행하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라는 사실 말이다.

오늘 하루 종일 휠체어를 밀고 다니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엄마가 너를 밀어줄게."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누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본 적이없었다. 그날 생전 처음 휠체어에 앉아보는 호사를 누렸다. 주변의 관광객들은 우리를 향해 흘낏흘낏 의아한 눈길을 던지거나머리를 저으며 지나갔다. 어쩌면 혀를 끌끌 찼을지도, 나를 막돼먹은 아들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짧은 보답을 받는 동안 라미는 비디오를 찍었고, 우리는 뭔가 기분 좋게 웃을거리가 필요한 날은 그 영상을 틀어보곤 한다. 그때 우리 곁을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가 휠체어를 교대로 타보는 것 이상의 멋진 경험을 한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날 산이 우리를 안아주고, 서로가 서로를 꼭 안아주는 것을 느꼈다. 내려놓는 기쁨,
그리고 많은 노력을 통해 서로를 붙들어주는 것에서 생기는 자유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라미와 나는 그 후로 엄마가 내 휠체어 운전 솜씨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불안을 느낄 때면 어김없이 그날을상기시켜주었다.
"어머니, 팀이 잘하고 있어요. 우리 옐로스톤 기억하죠?"

무나 대조적이었다.
덕분에 어머니는 앞자리 가운데에 편안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우리 셋은 어머니의 휠체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리는 인디언 부족 수백 명이 춤추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부족 사람들이 전부 나온 듯했다. 이들은 모두 멋진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수십 개의 북소리와 수많은 사람들의복창에 맞추어 춤추며 율동적으로 스텝을 밟고 있었다.
춤이 끝날 때마다 당연히 이어질 법한 박수갈채도 없었다. 이들은 외부의 인정이나 상을 받으려고 춤추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쇼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일종의 정신적인 축제를 하는 곳에온 것이었다.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명상을 움직이는 기도를,
어머니인 지구와 아버지인 하늘의 융합을 보고 있었다. 대를 이어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성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춤을 보면서 나는 전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깨달았다. 팀이나 나나전통이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의식 같은 게 있는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다. 그런 점 때문일까. 내 눈에는 세대간을 아우르는아름다움, 문화적 강단, 밝게 빛나는 사람들의 광채가 더욱 빛나어머니도 같은 생각인 듯했다.
어머니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옆에 있는 내게 속삭였다.

January 2016
 라미
8장
비행
플로리다주올랜도

팀과 결혼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무엇이든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으로 결정할 것을 약속했고, 둘째,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나중에 뒤돌아보면서 ‘그렇게 했있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우리 결혼서약이었고 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동 캠프에서 지켜야 할칠칙이기도 했다.
지난 7월 팀의 부모님 집에서 열기구 광고 스크랩을 발견한뒤, 우리 둘은 비밀 조약을 하나 맺었다. 그 조약의 내용은 어머

니와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다. 미 서부에서 남서 쪽으로 이동하면서 모든 열기구 회사를 뒤졌지만 몸이 불편한 노인이 탑승할 수 있는 열기구는 없었다.
11월이 왔다 지나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아직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땅에 줄로 연결한 상태로 열기구를띄워준다는 업체는 있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머니는 정말 날고 싶어했으니까. 몸이 불편한 노인이 탈 수 있다는 곳도 있었지만 그런 곳에서 말하는 열기구도 바구니 안쪽에 앉을 의자가 없었다. 어머니의 체력으로는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바구니 안에 앉을 자리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바구니 안쪽에 앉을 의자가 있다고 해도 어머니가 어떻게 안으로 들어갈 수있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어머니의 체력으로 발판을 딛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할까?
바구니에 문이 달려 있어서 휠체어를 밀고 그대로 들어갈 수있는 그런 열기구는 없을까? 계속 물음표만 늘어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보았다. 바구니 안에 의자를 하나 실어서거기에 앉아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하는 거야. 그런데 그게 안전할까? 하지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바구니 안에 탑승하는 일이었다. 나는 계속 인터넷을 검색하고 열기구 회사에 전화를 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불편한 몸도 문제였지만 우리의 계획도 아직 불확실했다. 이 넓은 땅 어디에서 탈지그리고150

언제 탈지도 애매했다. 우선 장소는 겨울을 보내기로 계획한 플로리다에 집중해서 찾아보기로 했다. 플로리다 데스틴 근처의 헨더슨비치 주립공원 캠프장에 천막을 쳐놓고 앉았다. 발밑에서는링고가 낮잠을 자고 있었고 그동안 나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처음 몇 곳은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마침내 통화음이 가자마자 받는 곳이 하나 있었다.
톰슨에어의 제프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기 너머로 우렁찬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게 아니라 어머니와 같이 열기구를 타려 하는데 어머니 나이가 올해 아흔이세요. 인터넷에 뜬 사진을 보니까 바구니안에 의자도 있던데, 자세히 문의 좀 하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근데 그보다 먼저 이렇게 나이 많은 분이 열기구를 타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인가요?"
나는 단숨에 두서없이 전화를 한 이유를 댔다. 그리고 곧 이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제프라는 사람과 친구 같은 수다를 떨었다.
세프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가완디 박사가 ‘독립심과
‘안전‘이라고 하는 주제에 대해 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나이 들고 아픈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잘못은 단순히 더 아프지 않게, 또는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오

래 사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중요시한다.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이들이 의미 있는 인생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완디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이렇게 쓰고 있었다. 몇달 전 그 구절을 보았을 때 "맞아! 그래!"라고 무릎을 치며 읽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제프가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길 바랐다. 어머니 같은 분이 열기구를 타는 일이 너무 위험하진 않은지 정직한 답변을 듣고 싶었다. 나는 이 모험이 어머니를위험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어머니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제프가 열기구를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전화선을 타고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열기구와 관련된 본인의인생 이야기를 들뜬 목소리와 확신에 찬 어조로 들려주었다. 열다섯 살 때부터 열기구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제프와 그의 가족이라면 어머니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는느낌이 들었다. 그는 가장 최근의 이력으로 미국 열기구 협회에서 인정하는 최고 열기구 조종사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인증을 취득한 사람은 미국에서 32명밖에 없다고 했다. 제프가 진점으로 열기구를 좋아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우152

리 가족의 소망을 이루어줄 수 있다고 확언했다. 그와 통화를 하면서 ‘와, 이거 정말 할 수 있게 되려나 봐.‘라는 희망이 점점 커져갔다.
제프는 자기네 가족의 열기구 회사가 세운 안전 기록에 대해기술하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우리 열기구는 다른 데 것과 달라요. 바구니 안에 긴 의자가놓여 있어요. 어머니가 불편해하실 게 없습니다. 아무런 문제도없을 거예요."
이렇게 첫 번째 장벽은 해결되었다. 나는 큰 숨을 들이켜고 다음 질문에 들어갔다.
"그럼 바구니 안에는 어떻게 들어가죠?"
"걱정 마세요. 다 들어가는 방법이 있으니까. 제가 들어가게해드릴게요."
제프가 말했다. 그리고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다독이며계속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에 몸무게가 30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 손님도 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깃털ㅊ 가볍다면서요. 문제없어요."
마침내 나는 날짜를 잡았고, 팀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날 어머니에게이 소식을 공개하기로 했다.
며칠 후, 크리스마스 장식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기 위해 상점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팀에게 "어머니가 아직도 열기구를 타

고 싶은 마음이 변함없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검소하게 사는습관이 몸에 배인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보통 열기구 타기와 같은
‘별난 모험에 큰돈을 들이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지불할 가치가있다고 생각했다.
팀과 나는 풍선과 두꺼운 종이, 테이프를 이용해 작은 열기구모형을 만들었다. 조그마한 열기구 바구니 안에 ‘열기구 승차권‘
도 만들어 넣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걱정은 사라지고 아이와같은 흥분과 즐거움으로 들떴다. 우리는 정말 멋지게 그날을 준비하고 싶었다. 열기구 타기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랫동안 바라던거였고 이제 그 꿈을 실현하려는 거였으니까.
크리스마스 날 아침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여느 집 부모들처럼 팀과 나도 킥킥거리고 속닥거리며 바쁘게 준비를 마치고, 어머니가 일어나기 전에 식탁 위에 우리가 만든 열기구 모형을 걸어두었다. 오전 9시 정각이 되자 어머니 방의문이 열리고, 어머나는 아버지가 함께 살 때 크리스마스만 되면 늘 그랬던 것처럼산타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우리는 <위위시 유어메리 크리스마스크We wish You a Merry Christmas)라는 캐럴 대신에 피프스 디멘션Downsic의 높이, 높고도 멀리 Up, Upand Away〉를틀었다.
현악기들의 연주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르254

쭈그러들어 있던 나일론 뭉치가 우리 눈앞에서 7층짜리 건물크기로 살아나고 있었다. 풍선의 무지갯빛 줄무늬는 마치 아름답게 떠오르는 일출의 빛깔에서 하나씩 색을 가져온 듯했다.
"자, 우린 준비 다 됐습니다. 미스 노마도 준비되셨나요?"
제프의 어머니 코니가 밴 차량의 문을 열고 노래하듯 외쳤다.
‘준비됐어요. 그런데 바구니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죠? 내가저길 넘어갈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어머니는 큰 소리로 물었다.
그때 글렌이 어머니에게로 다가왔다. 헐크 같은 덩치의 영국남자가 옆에 다가서자 어머니는 더 작아 보였다. 그는 허리를 굽혀 멋진 파란 눈을 어머니에게 들이대고 매력적인 영국 억양으로 이렇게 물었다.
"제가 한번 번쩍 안아드려도 될까요?"
곧바로 어머니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뒤를 이었다. 글렌은 어머니를 가뿐히 안아 올려서는 바구니 안에 ‘퐁당‘ 내려주었다.(나중에 들은 어머니의 표현에 따르면.)일단 모두 자리를 잡자, 한바탕 실컷 웃고 나서 우리는 마지막안전 점검을 하며 비행 준비를 마쳤다. 나에게는 세번째 열기구탑승이었다. 이전에는 열기구를 타는 동안 멋진 경관을 보느라정신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어머니를 제일 많이 지켜보게 될 것잡았다. 어머니의 눈 안으로 들어가 어머니의 시각에서 세상을바라보고 또 어머니의 가슴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셔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찬물이 담긴 컵을 입에 가져다 대며 미스미가 말을 이었다. 채워지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 무턱대고 사랑을 갈구하다바람을 피우고 불륜을 저지르는 거야.
그 건조한 표정에 고세는 미스미의 과거를 생각했다.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결론짓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얼마 안 있어 양쪽 테이블에 요리가 나왔다. 맛이 느껴지지 않는 페페론치노 파스타를 먹으면서 고세는 미쓰리와 남자를 힐끔거린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는 있지만 어딘가 어색함이 감돈다. 함께 그쪽을 살피던 미스미가 "역시 아닌 것같은데?" 하고 덧붙인다.
"친밀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안 느껴지잖아."
"그래도 모르잖아.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을 수도 있고."
"음, 그쪽도 아닐 것 같은데."
디저트와 커피가 나오자 저쪽 테이블에 변화가 일어났다.
남자가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낸 것이다. 그러더니 둘이 얼굴을 맞대고 태블릿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얼굴이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고세는 자기도 모르게 "!" 소리를 냈다. 미스미가 얼른 고세의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가 너무 커 별 사이 아니라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아빠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만화 좋아했던 거 알고 있었어?"
세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세가 부엌의 아일랜드 앞 의자에 앉아 야스오에게 묻자 "당연히 알고 있었지"
라고 답이 돌아왔다.
"만났을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나랑 결혼하고 네가 태어나면서 그만뒀지. 네가 클 때까지는 육아에 전념하겠다면서."
"아니, 왜?"
깜짝 놀라 물었다. 자기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는 뜻인가하지만 야스오는 "그거야 너를 너무 사랑하니까 그렇지"라며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너는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 모유도 잘 못 넘기고,
잠도 못 자고, 아무튼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지. 그런 너를 돌봐야 하는데 만화 그릴 틈이 어딨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야스오는 여전히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고세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네가 농구를시작했잖아. 그때부터 몸이 건강해져서 농구에 푹 빠져 지내더니, 중학교에 올라가고부터는 완전히 농구에만 집중하더라고 가족끼리 어디 놀러 가는 일도 거의 없어졌고"라고 덧붙였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가자미를 능숙하게 손질한다.

조림이나 튀김 요리를 하려는 모양이다.
"너 중학교 1학년 때, 새해맞이하러 참배 가자고 했더니 네가 거기 안 가고 농구 연습을 하겠다고 했어. 그때 엄마가 말하더라고. ‘이제 나도 내 취미를 즐길 때가 됐나 봐‘라고"
고세는 말없이 야스오의 손끝을 바라봤다. 농구에 푹 빠져있던 자신이 농구부 활동을 무엇보다 우선시했던 것은 분명하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아"
야스오가 말했다. 주변을 한번 둘러봐. 좋아하는 일에 푹빠져 사는 사람들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적어. 우선 기회를얻는 것부터가 어렵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에 놓이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고 재능도 어느 정도는 필요해. 안 되겠다, 더 이상은 못 해, 하고 좌절하면 거기서 끝이니까.
고세는 자신의 손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농구를 그만둔 후 손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렇게까지 미쳐 있었는데,
재능이 없다며 다 내팽개쳐버렸다. 부모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때, 나도 한동안 낚시를 쉬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당신까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대신 언젠가 다시 만화를

그릴 때 아무 말 말고 응원해 달라고."
좋아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게 해 주는 아내랑 살다니, 내가 참 복이 많아. 이렇게 말하면서 야스오는 가자미의 절반을 냄비에 넣었다. 육수와 조림에 쓸 간장 양념이 보글보글 끓자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를 맡으며 고세가 미쓰리를 바라본다.
아빠가 낚시를 하러 가도 엄마는 짜증스러운 얼굴 한번 한적이 없었다. 매일 식탁에 생선 요리가 올라와도 불평하지않았다. 아빠가 좋아하는 일을 응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밤 10시가 되면 조용히 잠자리에 드는 것 역시 엄마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사인이었다.
"나는 네 엄마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
진지하게 말하는 야스오의 시선 끝에 미쓰리가 있었다.
그 눈빛은 앨범을 함께 펼쳐 보던 때와 변함이 없었다. 아아, 아빠와 엄마 사이에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자 고세의 가슴속에 온기가 퍼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 나가는 두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좌절할 때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지켜 나가고 있다.
나는 어떨까. 언젠가 다시 농구가 하고 싶어질까. 아니면

켰네, 어차피 들킨 거 그냥 네 엄마를 그만할게‘ 그러더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놀라서 말하자 미스미도 "그러게 말도 안 되는 소리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믿기 어렵겠지만 진짜야. 아빠도 엄마가 바람피우는 걸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아. 이대로 가정을 유지해봤자 의미가 없다면서 따로 살자고 하더라? 그러더니 둘 다어딘가로 가 버렸어."
고세가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수 없어 고심하고 있는데, 앞서 걸어가던 미스미가 "신경 쓸필요 없어"라며 먼저 말을 건넸다.
"둘 다 대학 등록금은 내 준다고 하고, 할머니도 나랑 사는거 좋아하시고. 나도 맘 편하고 좋아."
"그래도… 너무 속상하잖아. 너는 가족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오늘, 아주 잠깐 미행을 하는 동안에도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는데, 순간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미스미는 오롯이 혼자 그런일을 겪었고, 심지어 그 의심이 사실로 밝혀졌다. 미스미가지나왔을 시간을 떠올리자 괴로워졌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필사적으로 애썼을 텐데. 그 결

과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니. 너무하다."
미스미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가슴이 아파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런 고세의 얼굴을 본 미스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은 그런 눈물겨운 감정 같은 거 하나도 안 남았어."
"그래도…."
"이제 진짜 상관없다니까."
미스미가 단호하게 말하자 그 기세에 눌린 고세가 입을 다물었다. 미스미가 "정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하면서 웃는얼굴을 만들어 낸다.
"아까 너희 가족을 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 아, 우리 집은애초에 글렀었구나. 분위기가 완전 다르던데? ‘가족이란 이런 거다‘라는 압도적인 설득력 같은 게 있어서 오히려 웃음만나더라고."
고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스미가 깔깔 웃는다.
"고세 너, 우리 반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지? 다들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조금은 알 거 같다. 이런 순수함 때문일 거야, 분명."
"무, 무슨 말이야."
도대체 왜 뜬금없이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다느니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얼굴이 살짝 붉어진 모습이 어둠 속에서도ent

있다.
"고제키가 키우던 개가 죽기 직전에 찍은 사진인데 나한테는 그 개의 눈에 서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망이 분명하게 느껴졌어. 아, 개들도 죽는 건 두려워하는구나. 처음에는그렇게 생각했지. 그리고 자신이 키우던 개의 공포를 냉정한시선으로 포착해 낸 고제키에게 놀라 전율하고 말았어. 이사람은 정이나 사랑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볼 수있구나. 그게 나한테는 굉장한 충격이었어. 그리고 그 사진덕분에 내 감정에서 한 발 떨어져 부모님에 대해 생각할 수있었거든."
미스미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사진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었는지에 대해. 엄마가 불륜 상대와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잡아내려 셔터를 눌렀을 때, 내 감정이확 멀어지는 기분을 경험했어. 아아, 바로 이런 게 ‘부감‘이라는 거구나, 이런 감정을 더욱 고결하게 담아낸 것이 고제키의 시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고제키의 사진 덕분에나 역시 그런 시선을 가질 수 있었어.
두 사람의 발걸음은 모지항 레트로 전망대로 향하고 있었다.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고층 맨션의 최고층이 전망대로 개방되어 있다. 모지항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저 멀리 놓인 관문교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평

일이라 그런지 인적이 뜸했다. 두 사람은 경치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세는 오는 길에 산 따뜻한 캔 밀크 티를 미스미에게 건네고는 자신의 캔을 땄다.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어제저녁에 고제키가 혼자 있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말을걸었어. 지난번에 화를 냈던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내 마음도 전하고 싶어서. 그래서 방금했던 이 얘기를 했더니 고제키가 엄청 화를 내더라고."
탁, 캔 뚜껑을 따던 미스미가 애처롭게 웃는다.
"그런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면서. 생명도, 사랑도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말도 하더라."
고제키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미스미를 보더니 "너 진짜 최악이다"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했다.
"그 얘기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꼴사납게 울어 버렸어. 왜그렇게까지 말하는지 이해도 안 됐고, 무엇보다 난 고제키가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거든. 내가 너무 멋대로기대했나 봐."
밀크 티 캔에 잠시 입을 대는가 싶더니 "바보 같아"라는 말을 덧붙인다. 기대하면 안 됐는데 말이야.
"치코는... 고제키가 태어났을 때부터 여동생처럼 키웠던개야."

고세가 나지막이 말했다.
"치코를 정말 예뻐했고, 처음 카메라를 잡은 것도 치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어."
고세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제키가 치코와 산책하는 모습을 당연한 일상처럼 지켜봐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제키는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산책하면서 목에 건 카메라로 치코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사진을 신문사에 보낸 사람은 고제키가 아니었다. 고제키의 어머니가 너무 좋은 작품이라며 멋대로 응모한 것이었다. 학교로 수상 연락이 오는 바람에 엄마가 벌인 일을 알게된 고제키는 화를 냈다. 상을 받지 않겠다고 우겼고,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이 아무리 설득해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때는 나도 치코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어. 그래서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고제키에게 멋진 사진인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 거냐며 화를 내더라고."
신문의 사본을 보자 그 작품을 단순히 근사한 사진이라고만 생각했던 중2 무렵의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당시의 내 눈에는 너무도 당연한, 지극히 일상적인 사진처럼보였다. 그래서 고제키에게 그렇게 말했다.
"치코는 언제나처럼 고제키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잖아. 치코의 눈 안에는 고제키의 모습만 가득하고."

그때 고제키의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러더니 마음을바꿔 상을 받기로 했다. ‘공포‘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중에야 치코가 죽었을 때 찍은 사진이라는 걸 알았어.
난 공포를 느낀 건 치코가 아니라 고제키였다고 생각해. 태어났을 때부터 늘 함께하면서 자신을 믿어 주고 올곧은 눈으로 봐 주던 존재가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했을 거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남겨 두고 싶어서 셔터를 누른 걸 거야. 고제키는 분명."
고세는 밀크 티를 마시며 "그래서 냉정하다는 말에 화가난 거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미스미는 캔을 만지작거리며 문득 창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역시, 내가 상상했던 거랑 다르네. 나는 좀 더 드라이한고제키를 기대했는데.
"미스미가 고제키에게 어떤 마음을 가졌던 건지, 알아. 냉정한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존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도 알고, 얼마 전에 미스미가 나랑 같이 있어 줬을 때 나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거든.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미스미는 고세에게 시선을 돌렸고, 고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강하고 드라이해서 멋있어"

라고 말하면 좀 그렇잖아. 그런 이유로 널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너도 기분이 별로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그래서 고제키가 화를 냈던 것 같아."
한동안 고세를 물끄러미 보던 미스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시던 캔을 앉았던 자리에 놓고는 "고세, 너 자기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가봐?"하고 조용히 말했다.
"그게 아니면 네가 나보다 고제키를 더 잘 안다고 자랑하는 거야? 미안한데, 그런 충고 필요 없거든? 아, 짜증 나."
"어? 아..…."
간다. 짧은 인사를 남기고 미스미는 사라졌다. 붙잡을 틈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모습을 감췄다.
"아니, 대체 왜?"
미스미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다. 쫓아가야 하나 싶어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사이 어디선가 키득거리는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헉, 뭐야 고제키!"
어떻게 된 일인지 고제키가 서 있었다.
"네가 너무 심각한 얼굴로 집에 가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유쾌하다는 듯 웃으며 고제키는 미스미가 놓고 간 캔을 주웠다.

"못쓰겠네. 이런 걸 그냥 버리고 가다니."
고제키는 이따 버려야겠다면서 캔을 든 채로 고세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고맙다" 하고 입을 열었다.
"뭐, 뭐가?"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생각해 보니 중학교 2학년 때 너한테 제대로 감사 인사를 안 한 게 생각나서. 내 사진을 제대로 봐줘서 고마워."
진지한 말투에 어설프게 걸터앉아 있던 고세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밀크티를 마시며 "뭐야" 하고 툭 내뱉는다.
"감사 인사를 받을 일도 아니잖아. 그냥 치코의 사진이 그렇게밖에 안 보였던 건데 그게 다야."
"넌 그게 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제대로 이해해 준 사람은너밖에 없었어."
고제키가 차분하게 말한다.
"너만 이해해 줬고, 너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나한테 그건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고제키가 창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겨울의 두꺼운 구름사이에 방금 전까지 없었던 틈이 생겨나면서 푸른 하늘이 조금씩 드러났다.
"치코가 죽을 때 너무너무 무서웠어. 이런 눈을 가진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을 하면서 셔터를 눌렀어. 네 말대로 남겨 두고 싶었거든. 어떻게든 남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
캔을 쥔 고제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 끝이 하얗게질려 있었다.
"치코 사진이 공개되니까 여기저기서 냉정하다는 얘기를하더라. 점점 모르겠더라고 소중한 존재가 세상을 떠나는순간을 뷰파인더 너머로 보고 있던 나란 인간이 뭔가 잘못된것 같기도 하고. 나 좋자고 셔터를 누른 게 치코를 슬프게 한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고. 그래서 카메라를 더 이상 들지않게 된 거야."
처음으로 들은 고제키의 고백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렴풋하게 보이던 것이 비로소 선명해진 느낌이랄까.
그리고 반성했다. 고제키를 그저 어른스럽게만 보고 있었는데, 자신과 다를 바 없이 혼란스러워하고 힘들어했던 것이다. 알고 있다며 묻지 않는 것은 오히려 고민만 쌓이게 할 뿐이다. 어디에선가 토해 낼 수 있게 도와줬어야 했다. 자신은고제키에게 무엇이든 상담해 왔으니,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수 있었을 터였다.
"딱히 나만 알고 있던 건 아닐 거야. 그리고 난 아무것도묻지 않은 게 아니라 능숙하게 물어볼 방법을 몰랐던 거고.

나, 그렇게 센스 있지 않아."
헤헤 하고 웃으니 "그걸로 충분해" 하고 고제키가 말한다.
난 그래서 네 옆에 있는 게 편하고 좋아. 고제키의 다정한 목소리에 고세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고제키에게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그래서 미스미처럼 자기 멋대로 감상을 밀어붙이는 사람을 만나면 괴로워져. 그래서 그만.. 미안, 너는 미스미 좋아했는데 이렇게 돼서."
아, 그러고 보니 나미스미한테 짜증 난다는 말을 들었지.
뒤늦게 깨달은 고세는 조금 슬퍼졌다. 하지만 미스미가 교제키를 좋아하는 것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뭐, 어쩔 수 없다.
"신경 쓸 필요 없어. 나중에 다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고어차피 지금은... 됐어. 그리고 난 내가 좋다고 생각한 사진을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좋아."
그때 거실에 있는 앨범이 떠올랐고, 똑 닮은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그 앨범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모습이 스쳐 갔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을 것이다.
"그렇구나. 나도 그래."
고제키가 훗, 웃는다. 그러다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라멘 먹으러 갈래? 내가 쏜다."

이 편의점, 대체 뭐지?
수상쩍다. 하지만 따뜻하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페로몬을 내뿜는 꽃미남 점장
비밀리에 인기 만화를 연재 중인 파트타임 직원
묘한 카리스마의 털보 남자와 빨강 할아버지미스터리한 직원들부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손님들까지
더없이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바다 옆 편의점에서 만들어 내는작은 기적, 큰 희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큰누나
작은누나
그리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수제비에 대한 추억까지

그래도 이 시대를 정직하게
배운 대로
자기가 무슨말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있는 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업으로 삼는다느니, 밥벌이를 한다느니, 그리고 뭐, 상업 잡지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해?"
진심으로 신기해하는 목소리에 요시로는 목소리를 높여
"그야 당연하지" 하고 답했다.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옛날부터 아이들이 푹 빠져서 볼 만한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 그러니까…"
"그래, 그러니까 말이야. 네가 말한 꿈이랑 아까 그 얘기가같은 뜻이냐고"
요시로의 움직임이 멎었다. 쓰기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밥벌이니, 직업이니. 그런건 꿈 뒤에 따라오는 덤 같은 것아닌가?"
가벼운 말투가 마치 혼잣말같기도 해서 요시로는 아무 말

도 하지 못했다.
"그게 아니라 재능이"
힘겹게 말하자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요시로의 그림이 좋다니까? 동생도 그렇다고 하고"라고 답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 그거야 말처럼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벌써 네 작품을 좋다고 하잖아.
그런 사소한 건 필요 없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되받아치지 못했다.
말이 나오지 않아 엄한 스케치북만 뒤적인다. 예전에 만화에 푹 빠져 그렸던 그림들을 눈에 담는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쓰기가 "아아!" 하고 큰 소리를 냈다. 다급하게 길가에 차를 세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자 반짝이는 눈으로 "방금 그 페이지, 다시 한번 보여줘!" 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들춰 봤던 페이지를 다시 찾았다.
"뭐, 여기?"
펼쳐 놓은 페이지는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고지로의대결 장면이었다. 간류 섬에 있는 동상을 본 순간 그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어 남겨 뒀던 장면이다. 대상을 정밀하게데생하는 기술은 없기 때문에 요시로 자신의 스타일대로 그려 봤다. 그 그림을 쓰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좋네. 진짜 좋아. 네 그림에만 있는 맛이랄까? 그런 게 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된다는 건 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목록‘보다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늘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심한 성격이던 지오가 "어떻게 그런 일이!"를 외치며 벌떡벌떡일어날 만큼 풍파를 겪은 자기는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많아진 애어른이 된 것 같았다. 스스로 버린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 안타까움이 쇠스랑처럼 묵직하고 날카로운 느낌으로 심장에 자국을 냈다. 석주의 무의식적인 과시는 그걸 감추기 위해서였다.
"영동 애들하곤 연락 안 하냐? 너 이러고 사는 거 애들은모르는 거 같던데."
차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지오가 물었다. 석주는 태호를보고 숨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태호와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해야 했다.
"너, 곽태호 기억나?"
석주가 물었다. 지오는 대답이 없었다.
"넌 같은 반이 된 적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럼 양근석은 알지? 1학년 처음에 같은 방 썼잖아. 그 패거리야."
"근데 걘 왜?"

"너, 그때 자퇴했을 땐가? 안 했어도 기숙사 층이 달라서모를 수 있겠다. 암튼 나 그놈들한테 생일빵 당했었거든."
지오가 아이들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하는석주가 말했다. 석주는 다른 애들이 생일빵을 당하는 걸 보거나 들었지만 자신도 당할 줄은 몰랐다.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도 자신은 여전히 엄마 아빠의 비호와 영향권 아래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남한테 일어나는 일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아직 모를 때였다.
석주는 다른 애들이 당하는 걸 아는 체하지 않았다. 남의일이라고 생각했고, 공부하기도 바빴다. 그런데 자신이 당하고 나니까 그보다 더한 치욕이 없었고 그다음엔 분해서 공부가 안 될 정도였다. 어른들에게 일러 봤자 소용없다는 건이미 알려진 일이었다. 석주는 공부에 방해되는 감정들을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어떻게 했어?"
지오가 성마르게 재촉했다. 석주는 지오를 더 놀라게 할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뿌듯했다.
현수라고, 방송반 애 알아?"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잖아. 잘난척 오지게 하던 놈."

"기억하는구나, 현수한테 상준이 생일빵 장면을 찍자고했어."
"뭐? 기숙사에서 그게 가능해?"
지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주는 지오의 반응이 놀라웠다. 매사에 냉소적인 채 한발 물러나 있던 지오가 이렇게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
"현수 생일이 상준이 생일 다음이었거든. 두려움이 극에달하면 무모한 용기가 생기는 법이잖아."
지오 말대로 잘난 척이 심한 현수는 곽태호 패거리들이공공연하게 벼르고 있던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걸 알고 있던 현수는 석주의 제안에 응해 방송반 카메라를 가져다 화장실에 숨어 촬영에 성공했다.
"동영상 갖고 쫄아? 그런 새끼들이 아닌데."
지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걔들이 아니라 사감하고 딜했지. 사감이 일진 선배였던거 알지? 사과하면 조용히 끝내겠지만 아니면 일을 크게 벌인다고 공갈쳤어. 우리 엄마랑 현수네 아빠가 학부모 운영위원이었잖아. 걔들이 우리 밟는다고 설치는데 사람이 누르는 거 같았어. 동영상 털리면 사람 잘리고 애들도 퇴학 각이

니까. 사감 앞에서 애들한테 사과받고 그 뒤로 다른 건 몰라도 생일빵은 없어졌어."
석주는 지오를 슬쩍 돌아다보았다. 더 큰 걸 기대했었는지 지오의 표정이 허탈해 보였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지오가 말했다.
‘마마보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냐? 동영상 찍는 거 그놈들한테 걸렸으면 개박살 났을 텐데."
고등학생 때의 석주는 마마보이란 말이 너무 싫었다. 누가그렇게 부르면 발끈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더는 마마보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호를 보고는 숨었다. 태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뭔가 창피해서였다.
아직 스스로 선택한 삶에 자신이 없는 거다. 그 고백은 술이라도 한잔 마셔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좀 겁나기는 했어. 걸려서 터질 각오도 했지. 근데그 새끼들이 생일도 아닌 우리를 때리면 빼박 폭력인 거잖아 그럼 일 진짜 커질 거고, 우리 학교가 자랑하는 태명 3무중 1빠가 뭔지 너도 기억나지? 폭력이잖아."
석주가 동의를 구하며 돌아보자 지오는 시선을 피했다. 석 주는 지오가 지금까지만 해도 많이 들어 준 거라고 생각했

아저씨 말에 지오는 문득 자기도 아버지한테 한 번만이라도,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응원한다는 말을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든 생각치고는 너무 강렬해 지오는잠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우찌 지냈나?"
아저씨가 지오를 궁금해했다. 오는 내내 자기 삶을 더듬어 봤기에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지리멸렬이죠, 뭐. 스무살 넘으면 빛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네요."
지오는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지리멸렬‘이란단어만큼 자신의 현재와 딱 들어맞는 말도 없는 것 같았다.
"어데 제절로 나는 빛이 있나. 지오니, 이른 봄 얼음 녹을때 냇가에 가본적있어?".
아저씨의 물음에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지오 머릿속에영화나 소설 등에서 본 이미지들이 조합돼 이른 봄, 얼음 녹을 때의 냇가가 펼쳐졌다.
"물가에 있어 보마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가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여. 그때 햇빛이 반사돼가 빛나는 긴

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낼라카마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않아야 하는 기여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기라. 사는 기 평탄할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고난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지."
말을 마친 아저씨는 열무 줄기에서 연두색 벌레를 잡아 원두막 옆 수풀로 던졌다. 열무 잎에는 벌레가 갉아먹은 자국인듯 작은 구멍들이 나있었다. 벌레가 열무 줄기에서 산 삶의 흔적이었다.
정욱 패거리들이 쫓아왔다. 도망치다 보니 그 아이들은근석 패거리로 바뀌어 있었다. 금방 뒷덜미가 잡힐 것 같은네 다리에 쇳덩이가 매달린 듯 무거웠다. 결국 아버지 손아귀에 잡히려는 순간 지오는 소스라쳐 깼다. 진짜로 달린 양헐떡이며 낯선 주위를 둘러보던 지오는 예전에 석주와 함께샀던 그 방에 있음을 깨달았다.
지오는 잠을 깨운 다리 위의 중압감을 떨쳐 내며 일어나앉았다. 지오의 다리를 베개 삼아 자던 석주는 머리가 바닥

"그전에 난 항상 먼 미래만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같아. 근데 여기선 그럴 수가 없어. 나무들은 필요한 걸 제때에 해 주지 않으면 안 되거든 서은이랑 비슷하다. 서은이는어른들이 어떤 상황이든 저 하고 싶은 걸 해야 돼. 그러지 않으면, 너도 떼쓰는 거 봤지? 휴, 걔 아무도 못 당한다. 처음엔 너무 버릇없는 거 같아서 걱정되는 거야. 그런데 가만히보니까 그때그때 저한테 필요한 걸 원하는 거더라고, 나무가 자라려면 필요한 게 있듯이 그 애도 자기가 잘 자라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난 서은이를, 미래만 보면서 살았던 나 같은 애가 아니라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알고, 또 하면서 사는 애로 키우고 싶어. 나무가 서은이 같다고 생각하니까 일하는 게 나름 재밌어."
힘들지 않느냐는 지오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던 것 같다. 삶의 진실을 깨달은 것 같은 말들이 어쩐지 비위에 거슬리던 게 기억났다.
석주는 여기 파묻혀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석주는 의대를 지망하면서도 의사가 된 자기모습이나, 어떤의사가 되고 싶은지는 그려지지 않았는데 사과나무를 키우면서는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졌다고 했다. 그 일은 과일 품

"그래서 여기서 이러고 사는 거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지오는 졸렬한 질문에 석주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뒤의 폭음은 어쩌면 석주로부터 후회한다는고백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보다는자신을 잊기 위해서였다는 게 더 맞았다.
지오는 벽에 기대앉아 잠자는 석주를 내려다보았다. 생뚱맞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란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 떠올랐다. 불행한 가정들을 집대성해서 그려 놓은 듯한그 책은 한창 가정사 때문에 괴롭던 지오의 마음을 달래 주던 책이었다. 지금은 잔뜩 웅크린채 잠든 석주의 모습이 위안을 주었다. 이 모습이야말로 지오의 질문에 대한 진정한대답인 것 같았다. 지오는 불안하고 외로워 보이는 석주에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런데도 가슴 저 깊숙이 뿌리내린 열대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오는 나가서 담배를 피울까 하다가 술은 물론 잠까지 완전히 깰 것 같아 참았다. 정신이 맑아지면 다시 잠들지 못할것 같았다. 

"이른 봄, 얼음 녹을 때 냇가에 가본 적 있어?"
깨진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 얼음장이 곧추설 때야. 그때 햇빛이 반사돼 빛나는 건데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하지 몰라. 얼음장이그런 빛을 내려면,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

지오는 자신을 이른 봄, 햇살이 내리쬐는 시냇가로 데려다 놓았다.
깨진 얼음이 곧추선 채 빛나는 그 순간으로.


우연으로 시작해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빛나는 인생에 대하여

이금이 청소년문학
청소년들의 ‘지금과 여기‘를 살피고, 꿈과 미래를 힘껏 응원하는이금이 작가의 청소년문학 시리즈입니다.

유진과 유진 
이름이 장편소설책으로 따뜻한세상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청소년 권장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청소년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책 읽는 서울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선정 도서  부산시교육청초중고 권장도서  교보문고 선정 마음에 힘을 주는 책  알라딘 독자 선정 청소년문학최고의 책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권장도서  창비어린이 선정 올해의 책 학교도서관저널 「성과 사람 366, 선정 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성장소설 50선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선정 어린이·청소년 평화책

주머니 속의 고래 이금이 장편소설중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권장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도서  전국독서새물결 선정 교과별 추천도서  서울북페스티벌북크로싱 선정 도서  창비어린이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 청소년 추천도서

벼랑 이금이 소설집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도서  창비어린이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청소년 추천도서  네이버 북리펀드 선정 도서

안녕, 내 첫사랑 이금이 장편소설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 추천도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어린이자료분과추천도서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선정 우수도서 인터넷교보문고 어린이책 AWARD 선정 도서  소년조선일보 추천도서 아침독서추천도서

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장편소설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네이버 북리펀드선정 도서

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장편소설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추천도서 아침독서 청소년 추천도서  네이버 리펀드 선정도서

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장편소설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장편소설초등학교·중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 책으로 따뜻한세상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책읽는교육사회실천협의회 추천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이달의 책  서울시교육청 교과별 권장도서  경기도교육청 독서감상문 경시 대회 선정 도서  부산시교육청 독서인증제 권장도서  중앙일보 선정 좋은 책 100선

소희의 방 이금이 장편소설한국도서관협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한겨레예스24 선정 청소년책 30선 아침독서추천도서  네이버 북리펀드 선정 도서

숨은 길 찾기 이금이 장편소설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청소년 추천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세종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