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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품절


'한번 꼭 읽어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흘러가 버린 책 중의 한권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번 읽어본 후, 그 즉시 주문해서 곧바로 구입했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간과 냄새가 관련된 한편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향수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에센셜 오일에 빠져서 아예 직접 집에서 증류까지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구나가 상상할 수 있는 냄새에 대한 묘사 - 일상 생활에서 맡을 수 있는 여러가지 냄새와 몇종류 꽃향기 - 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서 그 이름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벤조인과 오렌지 블러썸, 로즈마리, 몰약, 유향, 네롤리, 유칼립투스, 사향, 시나몬, 나르시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겁니다.

알람빅에 불을 때는 부분을 읽으며, 수많은 허브를 쑤셔넣어 얻어낸 단 몇방울의 에센스 오일이 증류기의 마지막 유리관을 통해서 떨어질 때의 그 기쁨을 떠올리고

조심스러운 향수 원액과 알콜의 혼합과정을 읽으면서, 지금 서랍 속에서 숙성 중인 오리지널 향수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거지요.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대규모 군중을 집단 최면 수준으로 홀려버리는건 좀 억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일단 향기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에게는 그마저도 애교넘치는 허풍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더군요.

18세기 프랑스에 진동하던 악취와 이를 압도하는 향기를 넘나들며 천국과 지옥을 번갈아 경험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오히려 부수적인 요소로 여겨질 정도로 말이죠.

아울러 책이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입에 저절로 침이 고일 정도로 미각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몇번 봤지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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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ro 2007-03-0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겅~ 그런가요? 전 산지 오래됐지요... 그 사이에 바뀌었나보군요. ㅠ_ㅠ
 
소돔 120일
D.A.F. 사드 지음 / 고도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사드 백작에게 불후의 불명예를 안겨준 작품, 소돔 120일.

사드 백작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극단적으로 갈리는지라 여기서 그가 실제로 새디즘에 빠져있었는지, 아니면 인간의 악한 본성을 살피는 철학자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소돔 120일이라는 소설이 '인간의 쾌락과 방종이 이끌어내는 타락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포르노그라피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행위의 묘사가 아니라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묘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행위의 묘사마저 했다면 이 책은 아직도 금서목록에서 빠지지 않았을지도...) 그런 내용을 원한다면 차라리 대여점에 널려있는 만화책이나 하이틴러브로망스(-_-;) 소설중에서 한권 집어드는게 빠를 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타락에 대한 측면에서 본다면 무시무시한 소설이죠. '인간의 생각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달리는 사람은 걷고 싶고, 걷는 사람은 서고 싶고, 선 사람은 앉고 싶고, 앉은 사람은 눕고 싶고, 누운 사람은 자고 싶다'는 것처럼 일상적인 성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그 자극의 강도를 더해가는지 알고 싶다면 볼만한 글입니다.

물론 오늘날 현실 사회에서, 이 책에 나온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의 타락'이라고 불리는 행위들이 실제로 자행되고 있다는 건 더 무시무시한 사실이긴 합니다만.

ps.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점은, 인간의 타락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면 정신 제대로 박힌 등장인물들이 타락하는 모습을 써야하지 않았는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이거야 원 처음부터 스와핑(그것도 자신들의 딸을!)으로 이어진 정신병자 그룹이 등장하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겨움부터 먼저 느끼고 도망치기 십상이죠.

ps2. 만약 오늘날의 이상 성 심리학과 연계하여 보고 싶으신 분은 '성문화와 심리. 윤가현 (1999)' 추천합니다. 예전에 성의 심리학 배우면서 교재로 샀던 물건인데 의외로 가끔 참고자료로 활용할만 하더군요. 이 책 뒷부분에 보면 소돔120일에 나왔던 온갖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학술적으로 다 정의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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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주제는 간단하다못해 한문장으로 요약 가능할 정도입니다.

"지금의 유혹을 참으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무절제한 소비에 빠졌던 사람들에게 자성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라는 생각이 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철저한 인내와 노력을 통해 성공을 향해 나아가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가 유명해지는 거구요. (만약 노력한 만큼 댓가가 당연하게 돌아온다면 이러한 일화는 평범한 것이 되었을겁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지금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참는다고 내일 두개로 돌려주는 곳이 아닙니다.

남과는 다른 마쉬멜로우 요리법, 새로운 종류의 마쉬멜로우를 개발해야 성공하는 사회인 거죠.

물론 그러한 시작조차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뭔가 깨달음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아 성찰과 인내만으로 모든 것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반쪽짜리 이야기'로 남을 수 밖에 없을 듯 하군요.

ps. 마쉬멜로우를 먹지 않고 참음으로 해서 아이가 얻은 것은 두개의 마쉬멜로우. 그러나 잃은 것은 어린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함. 너무나도 빨리 '애늙은이'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을 보며, 마쉬멜로우 이야기에서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저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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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ferry 2006-01-2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읽는다기에, 슬쩍 빌려서~ 끝까지 읽지 못했던, 윗 분 리뷰 절대공감합니다.
이런 류의 처세술을 주제로 한 얄팍한 베스트 셀러~의 열풍이 유감스럽네요.

Nitro 2006-04-18 0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세술책이 다 그렇지만... '은근슬쩍 그럴듯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지요.

ssamdi 2007-05-23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년전쯤 한때 베스트셀러였고, 저 또한 읽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파이프라인 우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생각나는군요, 이책들을 읽은후 얼마되지않아 유명한 네트웍마케팅사(암XX)를 지인과 함께 우연히 가게되었는데, 자체 서점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그곳 영업사원(회원이라고 해야 하나??)들의 필독서로 젤 잘팔리고 있더군요.... 왠지 씁쓸해지는 기분이랄까.....
 
젠틀 매드니스 - 책,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
니콜라스 A. 바스베인스 지음, 표정훈.김연수.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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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마 대다수의 사람에게, 심지어는 나름대로 책 읽는 것을 즐긴다는 사람에게도 지루한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책 홍보용 문구 - 2만권이 넘는 책을 훔친 블룸버그나 책을 얻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돈 빈센테 등의 이야기 - 만을 보고 이 책을 집어드는 것은 잘못된 선택입니다.

한두개의 이야기라면 모를까, 무려 1111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양 (해설집인 3부를 제외하면 848페이지) 전체가 이러한 이야기로 가득차있으니까요. 처음엔 재미있을지 몰라도 1부 절반도 가기전에 지겨워질겁니다. 설탕을 한스푼 먹으면 달콤하지만 계속 먹으면 역겨운 것과 마찬가지죠.

때문에 젠틀 매드니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면 안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그러한 책에 미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니까요.

알렉산드리아 대 도서관이 존재하던 고대 역사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책에 미쳐있던 사람들을 총망라했다는 사실은 더 나아가 이들이 모았던 책, 그리고 그 책에 담겨있는 지식, 사회가 그러한 책과 지식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이 책을 손에 넣었는지를 보여주며 궁극적으로는 활용하기 위한 책과 소장하기 위한 책의 가치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런 이유에서, 젠틀 매드니스를 단지 흥미 위주로 본다면 이는 그저 '책에 미친 별난 정신병자들의 기록을 모은 두껍고 재미없는 책'에 지나지 않지만, 그 이면에 실린 배경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책의 역사인 동시에 지식의 역사이며, 또한 책 자체를 일종의 예술품으로 여기는 애서광들의 모습인 동시에 지식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거대한 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자료인 것이죠.

다행히도 저는 문헌정보학 전공이고, (세부적으로는 정보학을 배우고는 있지만) 서지학과 도서관사 등을 배운 덕분에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마 이쪽 계통과 관계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분노할만한 '3부'의 내용도 제게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니까요.

하지만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 "나는 전형적인 부흐링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 아니라면 이 비싸고 두꺼운 '젠틀 매드니스'를 구입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고 '피가되고 살이되는 내용이다'라고 공감이 가면 그때 가서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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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tripper 2006-01-1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저도 '젠틀 매드니스'가 될 것인가 부흐링인가 고민하는 중인데요,
읽진 않아도 구입은 아마 할 듯.
땡스투 누르고 갑니다..

그린브라운 2006-01-2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독서의 역사>도 읽을때 좀 지루했는데...이것두 그럴수 있겠군요...^^;;

비로그인 2007-01-3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 좋아한다고 자부해온 저도 참 어렵게 읽었습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넘 잼나게 읽어서 이책을 오해했나봐요. 그래도 대단한 책입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글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특히 '책'에 대한 욕망과 집착,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지식과 - '오름'으로 대변되는 - 감동, 이것에 의해 사람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며 변화하는지를 판타지 소설로 잘 풀어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부분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단순히 흥미 위주의 모험 활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읽을만한 이야기지요.

뒷부분으로 가면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서인지 좀 지나치게 (그리고 통속적으로) 과장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체의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비교적 깊은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쓰는데 성공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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