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 120일
D.A.F. 사드 지음 / 고도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사드 백작에게 불후의 불명예를 안겨준 작품, 소돔 120일.

사드 백작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극단적으로 갈리는지라 여기서 그가 실제로 새디즘에 빠져있었는지, 아니면 인간의 악한 본성을 살피는 철학자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소돔 120일이라는 소설이 '인간의 쾌락과 방종이 이끌어내는 타락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포르노그라피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행위의 묘사가 아니라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묘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행위의 묘사마저 했다면 이 책은 아직도 금서목록에서 빠지지 않았을지도...) 그런 내용을 원한다면 차라리 대여점에 널려있는 만화책이나 하이틴러브로망스(-_-;) 소설중에서 한권 집어드는게 빠를 겁니다.

그러나 인간의 타락에 대한 측면에서 본다면 무시무시한 소설이죠. '인간의 생각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달리는 사람은 걷고 싶고, 걷는 사람은 서고 싶고, 선 사람은 앉고 싶고, 앉은 사람은 눕고 싶고, 누운 사람은 자고 싶다'는 것처럼 일상적인 성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그 자극의 강도를 더해가는지 알고 싶다면 볼만한 글입니다.

물론 오늘날 현실 사회에서, 이 책에 나온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의 타락'이라고 불리는 행위들이 실제로 자행되고 있다는 건 더 무시무시한 사실이긴 합니다만.

ps.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점은, 인간의 타락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면 정신 제대로 박힌 등장인물들이 타락하는 모습을 써야하지 않았는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이거야 원 처음부터 스와핑(그것도 자신들의 딸을!)으로 이어진 정신병자 그룹이 등장하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겨움부터 먼저 느끼고 도망치기 십상이죠.

ps2. 만약 오늘날의 이상 성 심리학과 연계하여 보고 싶으신 분은 '성문화와 심리. 윤가현 (1999)' 추천합니다. 예전에 성의 심리학 배우면서 교재로 샀던 물건인데 의외로 가끔 참고자료로 활용할만 하더군요. 이 책 뒷부분에 보면 소돔120일에 나왔던 온갖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학술적으로 다 정의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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