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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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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음식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 책.

이름과 어원을 분석하고, 제조 과정과 유행 시점을 찾기 위해 문헌을 수집하며, 지역적으로 특색있는 음식인지 아니면 전국적으로 공유되는 음식인지를 파악하는 등 저자가 지금까지 출간한 음식인문학 서적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집필되었는지를 잘 알수있게 해준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는 연구방법론 개론서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각각의 공부법을 흥미로운 사례들 - 예를 들어 불고기의 기원이나 전어의 제철, 짜장면의 프로파간다 등 -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굳이 공부가 아니라 교양서로도 가치가 있다.

다만 음식이라는 것은 저자가 말했듯이 식품공학, 영양학, 농축수산학과 같은 이과 계열부터 역사, 경제, 사회문화와 같은 인문학적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반론이 튀어나올 수 있고, 또 보는 시각에 따라서 정답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이 길잡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이 책에 실린 내용이 모두 옳지 않다는 말이다.

당장 책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우육면은 란저우 사람들의 소울 푸드입니다”라는 문장만 봐도 그렇다. 소울 푸드는 1950~60년대 미국에서 흑인 문화에 ‘소울Soul’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유행하며 생겨난 말이다. 프라이드 치킨이나 콘브레드와 같은 흑인들의 음식을 일컬어 소울 푸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영혼이 담긴 음식, 삶의 애환이 담긴 음식으로 변형, 확장되어 쓰고 있다. 물론 언어의 차용 및 변형 역시 문화가 발전하는 모습의 일부분이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음식의 어원과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책에서라면 하다못해 각주라도 달아놓아야 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하게 ‘이건 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겠는데?’ 싶은 내용도 책 곳곳에서 눈에 띄고, 특히 예술사적, 미학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의 음식 문화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학술적 시각에서 내용을 비판적으로 뜯어볼 필요가 없다면, 공부하는 방법론적으로나 교양을 쌓기 위한 인문서적으로서나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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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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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뛰어난 미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30대 중반의 여인, 가지이 마나코. 


자신과 함께 지냈던 남자들을 연쇄 살인한 혐의로 수감중인 그녀를, 주간지 기자인 리카가 취재활동을 통해 파악하고 또 그로 인해 내면에 잠재되어있던 자신을 깨닫는다.


여성성이란 무엇인가,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이란 무엇인가, 욕망(그중에서도 특히 식욕)과 사회적 규범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지배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 얽혀가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여성성, 그리고 남자들이 바라는 여성성의 대립이 얼핏보면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 도 있는데… 글쎄, 개인적인 느낌이라면 페미니즘은 ‘투쟁’의 느낌이 강한 반면, 이 소설에서는 ‘자아 성찰’에 더 가까운지라 약간 방향이 다른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이념적 주제는 소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감동을 받게 되는 건 역시 본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와, 여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인간성과 인생 철학에 대한 통찰이 빛나기 때문이다.


“저기, 지금, 마가린이라고 했어요?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여자는 누구에게나 너그러워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그러나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페미니스트와 마가린. 만약 내가 다음에 당신과 얘기한다면, 당신이 절대 마가린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일 거예요. 나는 진짜를 아는 사람하고만 만나고 싶거든요.”


“버터를 한 조각 밥에 올렸다. 금세 쌓이기 십상인 편의점 도시락의 1회용 간장 봉지를 뜯어서 한 방울 떨어뜨렸다. 지시대로 버터가 녹기 전에 밥과 함께 입에 넣었다. 리카의 목 안에서 신기한 바람이 새어나왔다. 차가운 버터가 먼저 입천장에 서늘하게 부딪혔다. 갓 지은 밥과 버터의 대비가 질감, 온도와 함께 선명해졌다. 차가운 버터가 이에 닿았다. 부드럽게, 잇몸에까지 스며들 것 같은 식감이다. 이윽고 그녀의 말대로 녹은 버터가 밥알 사이로 흘러넘쳤다. 정말로 황금빛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맛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구수하고 향기로운 큰 파도가 밥에 엉키며, 리카의 몸을 저 너머로 흘러가게 했다.”


“요리책에 소금 적당량이나 소금 약간, 이라고 나오지? 요즘은 그렇게 개인 재량에 맡기는 표기를 하면 항의가 들어온다고 요리책 편집하는 지인이 말해주더라. 뭐랄까, 절대로 실패하고 싶지 않고, 자신의 적당량을 가늠할 자신도 없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어. 요리란 시행착오인데 말이야.(중략) 한 가지만으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에서 남들 수준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각자 자신의 적당량을 즐기고, 인생을 전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텐데.”

“그러려면 자신의 적당량을 모르면 안되겠지.”

“그러게. 그래서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자신에게 맞는 맛과 양을 찾아야 할지도.”


“직업이나 나이, 결혼 여부, 아이가 있는가 없는가, 그런 건 우리 전혀 몰라요. 직장은 고사하고 이름도, 정말로 성을 뺀 이름밖에 몰랐어요. 아는 것은 각자 좋아하는 식재료와 싫어하는 식재료, 나페가 가능한가, 프랑스에 치즈 여행을 가보았는가, 어느 백화점 지하 매장을 좋아하는가, 식탁을 꾸밀 때 참고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그런 게 우리한테는 무엇보다 소중한 프로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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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2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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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셜리 등으로 유명한 (그리고 그 특유의 오타쿠 기질과 장인정신으로 더 유명한)
모리 카오루의 다음 작품, 신부 이야기.
배경은 중앙아시아. 어린 신랑에게 시집간 젊은 처자의 이야기.
아직 2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은 관계로 큰 줄거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양탄자에 자수넣기나 토끼사냥 등 소소한 이야기만으로도 나름 재미있다.


 
모리 카오루, "신부 이야기", 대원씨아이, 2010.
 

특히 이 작가의 오타쿠 정신은 융단이나 나무기둥 조각, 유목민 의상 등을 그려낼 때 빛을 발한다.
스크린톤을 바른게 아니라 하나씩 펜으로 선을 그어 그려낸 그림들.
2권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이 그림에는 "정신이 아득해질만한 시간과 수고, 그리고 마음과 기도가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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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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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제로 하는 만화는 많다.
요리만화보다는 적지만 이러한 음식들이 보여주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만화 역시 많다.
하지만 요리가 아니라 일상적인 식사를 소재로, 이와 얽힌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화는 그닥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 식당은 우리에게 뭔가 좀 더 깊은 차원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에게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와인을 마시며 넓은 꽃밭의 춤추는 여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식객'에서 시장표 돼지국밥을 먹는 장면은 이보다는 친숙하지만, 그래도 어쩌다 가끔 접할뿐 매 끼니마다 먹기 쉬운 음식들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웹툰 중심으로 그야말로 집에서 해먹는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종종 올라온다.

yami. 코알랄라.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koala/29)
 

하지만 어찌보면 이정도도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의 전유물일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경우 이마저도 귀찮아서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 한깡통 따서 밥과 함께 먹거나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인 라면 정도 끓여먹는 것이 일상생활 사람들.
그렇기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쉬운 음식일수록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식당은,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해먹는 밥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기본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과 맥주, 청주, 소주뿐.
하지만 재료만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만들어준다.
어제 만들어서 하루 묵혀둔 카레라이스, 문어모양으로 구운 소세지, 달걀 샌드위치, 버터라이스 같은 것들.


 

아베 야로. 심야식당 제 1권. 2008. 도서출판 미우.
 

이렇게 간단한 음식일수록 평범한 사람들이 집에서 해먹는 빈도가 높은 건 당연한 사실.
그리고 가끔 가다 한번 먹는 요리에 비해 몰입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뜨거운 밥 위에 구운 김 한장 싸먹을때의 그 맛, 그 느낌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며
만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친근하게 접근하게 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심야식당의 영업시간이 밤12시에서 새벽 6시반까지인 만큼,
그 고객들 역시 야근 끝낸 회사원에서 밤업소 종사자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보다 잘난 것 하나 없는 그 모습의 인간 군상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
밥과 간단한 반찬 하나 대충 차려먹는 사람들끼리의 동질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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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열대
유재현 지음, 김주형 그림 / 월간말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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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목적없이 도서관 가서, 정처없이 휘적휘적 걸어다니다가 눈에 띈 책을 골라잡고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책, "달콤한 열대"도 그런 식으로 건진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저자가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먹었던 맛있는 열대 과일들에 대한 이야기.
색깔 예쁘게 넣은 열대 과일의 그림을 보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더 임팩트가 컸던건 3장, '바나나 - 추억과 공화국 전쟁' 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어먹던 바나나가 알고보니 독재정권의 자금줄이었던 것.
이게 두배로 충격이었던 이유는, 당시에 즐기던 커피쪽에서도 공정무역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 기분'이랄까.

그리고 좀 더 찾아봤는데, 사방팔방에 이런게 널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피, 차, 초콜릿, 바나나, 설탕, 고무, 목재... 심지어는 청바지까지.
어느 정도냐면, 불공정무역 제품을 모조리 보이콧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공정무역 캠페인, 쓸모없다"는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활동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니까.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에게 한푼이라도 더 돌아가게 하기 위해 몇걸음이라도 더 걸어서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 간다거나, 좀 더 비싼 공정무역 초콜릿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사는건 그야말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념에 따른 개인의 행동일 경우이고, 이를 남에게 강권하려면 그 이상이 필요한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생각은 해묵은 개고기 논쟁과 동물학대 관련 서적을 보면서 더욱 굳어지게 되는데...
도살당하는 개들이 불쌍해서 개고기를 안먹는다? 물론 좋다. 개가 불쌍하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를 강요한다? 그러려면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돼지나 닭은 먹으면서 왜 개고기만 비판하는가..라는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스타벅스가 커피농가를 착취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건 좋다. 100가지 잘못된 사회에서 한가지라도 고쳐보려는 노력이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도 가지마'라고 하기엔, 사람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다르고, 관심을 갖는 분야가 다르다는게 문제.
어떤 사람은 커피가 아니라 바나나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할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불공정 무역보다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들 신경쓰는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함께 사는 불우이웃 돕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으니까.
이러한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욕얻어먹기 십상일듯.
마치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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