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거짓말><꽃보다 아름다워><굿바이 솔로><그들이 사는세상>...

드라마를 통해 사랑의 치유력과 가족애, 희망을 전하는 작가, 노희경!

사람들은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수필집에 대해 ‘제목만큼은 아니다’라는 평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각자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나는 점점 빠져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낯간지럽게 지나간 사람을 이야기하며 ‘사랑타령’이나 하나 싶었는데 가족간의 사랑, 특히 엄마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는 가슴이 쓰린다.




 어머니에 대한 한이 한 순간에 녹다

<스님께 물었다>라는 시리즈로 블로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 법륜스님은 호통치며 대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가 들어도 답답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고 싶은데 조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상대를 위로하며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한다. 여기에도 어릴적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가 한이 되어 아직도 그 아픔에 휩싸여 사는 사람의 이야기들도 있다.

어느 30대 초반의 남자는 어릴 때 어머니가 이혼하고 재혼하면서 눈치보며 살았고 고등학교때까지 스스로 벌어서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뇌수술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건강도 좋지 않았는데 자장면배달, 신문배달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 하면서 자랐는데 엄마에게 서운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미안하다~ 내가 너에게 물려준 것이라고는 병 밖에 없어 정말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괜찮겠는데 그 말을 안해주어 더욱 서운하다는게다.

법륜스님은 단호하다.  

“아무개씨!” 

“네” 

“그동안 온갖 일 하면서 사느라 고생많았습니다. 이제 됐어요?” 

“......” 

“그렇게 엄마에게 위로받아서 뭐하려고 그럽니까? 어릴 적 그때의 엄마가 나이가 몇이었겠습니까? 20대 후반이나 30대초반정도이지요? 무슨 정신이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버리지 않고 재혼하면서 까지 무거운 짐일텐데 데리고 가서 키운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낳아준 것만 해도 고마운일이죠?” 

“네~” 

“‘어머니, 낳아준 것만 해도 참으로 고맙습니다’하면서 정진하세요” 

이 짧은 대화속에서 젊은 남자는 얼굴이 밝아졌다. 그동안 한 평생을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이 상처가 되어 살아온 것에 대한 자기 돌아봄이다.  

드라마작가 노희경의 엄마에 대한 추억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그 가운데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글은 간결하지만 목 끝에까지 차 오르는 눈물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읽으면서 그리 느낀것이다.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
내 출생은 그다지 경사스런 일이 아니었다. 뱃으니 낳을 뿐, 기대도 기쁨도 없는 출생이었다. (중략) 엄마는 당시 자식을 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달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에, 남편은 애나 만들어주려 집에 들를 뿐 생계는 아랑곳없는 사람인데, 다섯도 모자라 여섯째라니, 것도 자기 팔자 닮을 게 뻔한 계집아이라니. 

엄마는 나를 나아놓고, 칼바람이 돌게 앉아 있다가 나를 윗목에 놓았다 한다. (중략) 어떻게 제 자식을. 윗목에 놓아 죽이려 하나. 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악다구니를 쓰셨다 했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사주로 큰 언니가 생쌀을 씹어 나를 멕이고, 그래서 연명하는 날 보고 할머니가 엄마에게 간곡히 말했다 한다.  

“애가 저리 놓아두어도 아니 죽으니, 그냥 키워라.”
(중략)
그때 내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한 살의 꽃다운 나이. 자식은 여섯에, 남편은 남만 못한 남자. 힘도 들었겠다. 자식이 짐스럽다 못해 원망도 스러웠겠다. 없었으면 천번 만번도 바랐겠다. 굳이 출생 즈음의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걸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에게 해준 건, 죄의식이었겠다. 너무도 미안해서엿겠다. 이후에, 나를 참 예뻐라 했으니, 그것으로 다 됐다.

생각을 이렇게 말끔히 정리하고 잠이 들며 나는 내가 참 컸구나 싶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이해 못할 게 뭐 그리 많겠나 싶다. (하략)
---------
어찌보면 즉문즉설법회에서 질문한 분 처럼 엄마에 대한 한이 되어 미워하거나 원망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상처를 주면서 살았을 법한데 그러지 않고 잘 극복했다 싶다. 

노희경의 드라마를 보면서 <노희경 팬> 또는 <노희경 마니아>가 있다고들 한다. 나는 솔직히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TV자체를 볼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잘 모르고 연예인들도 요새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에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하는 분위기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노희경의 글맛은 남다르다. 작은 체격에 다부진 성격을 느낄 수 있듯 글에서도 느껴진다. 구질구질 하지 않다. 짧고 간결하고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여러번 겹쳐서 생각을 곱씹을 필요도 없다. 그 자체로 느끼고 받아들이면 된다.

내가 감히 평한다면 글맛이 입안에서 톡톡 튀고 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사잘린 직장인 상담 - 법륜스님의 10년전 이야기 

이야기 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의 직장인 응원프로젝트는 10년전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아래 이야기는 당사자 A씨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이다. 본인이 이름 밝히는 것은 원하지 않아 A씨라고 표현하였다.  

현재 NGO단체의 중견실무자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김영사에서 발행된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의 책을 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지만 그때 법륜스님과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30대 초반의 젊은시절(?)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직장 상사들 눈치보랴, 동료직원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속에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갈 지경이었다. 밖으로 웃으면서 태연한 척 지내지만 경쟁의 전투는 마음을 골병들게 했다. 그때 마음공부를 시작했고 법륜스님을 만났다고 한다. 그때가 1996년경이었으니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새벽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정진을 하면서 마음이 맑아진 것도 있지만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새벽에 눈을 떠 밤늦게까지 지내면서 새벽정진, 직장생활에 야근까지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점점 따라주지 않았나보다. 출근길 지하철은 앉기만 하면 잠에 빠져들기 십상이고 그래서 내려야 할 역을 놓치는 경우도 적잖이 많았다.  

아마도 이러는 모습이 회사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은 터졌다. 근무시간 도중 잠깐 조는 모습이 상사에게 발견되었다. A씨의 일방적인 이야기다보니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회사일에도 소홀히 한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의 성격으로 봐서도 대충 짐작이 가지만 밝은 성격의 A씨는 일을 대충하거나 소홀히 하는 스타일은 아닌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출근시간을 간혹 지각하기도 했고, 이번에는 근무시간에 조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가만 있지는 않을 태세~


결국 잘렸다. 어느 누가 가만 두겠는가? 이해는 충분히 간다. 마음공부를 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래서 인간관계도 원만해지고 회사일도 내 일처럼 열심히 책임감있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다고 지하철에서 졸다가 툭하면 출근시간이 늦고 근무시간에 조는 사람을 좋아할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A씨에게 법륜스님은 특명(?)을 내린다.
“매일 출근해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화장실 청소를 해라”

자기를 자른 회사에 다시 출근해서 회사의 화장실 청소를 하라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A씨는 열심히 그 말씀을 따라 그동안 회사생활하면서 졸다가 출근이 늦어진것과 근무시간에 존 것에 대해 돌이켜 뉘우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안고 평소 성격대로 부지런이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화장실 청소를 열심히 하던중 평소에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니 저 사람은 새로 고용된 청소하는 사람도 아닌데 저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지?’라고 생각하다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이상하게 여겨 1주일째 되던 날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회사 상사에서 문의를 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화장실 청소를 아주 열심히 하는 분이 있던데 어느 부서 사람인가요? 그리고 그 사람이 왜 화장실 청소를 그렇게 신나게 하고 있는거예요?”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회사의 상사는 A씨를 불러 ‘다시 출근하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감동적인 순간입니까? 법륜스님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그렇게 지침을 준 것일까? 여하튼 참회하는 마음으로 청소를 열심히 한 댓가(?)로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 기쁜 사실을 법륜스님께 말씀드렸더니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회사 그만둬라!”

그동안 이 이야기를 듣고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복수는 이렇게 하는것인가?’라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요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살펴보면,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의 과정에서 서로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내용을 보며 한편으로 이해가 조금 가기도 했다. 헤어지더라도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워하게 되면 자신이 괴롭게 되고, 그 사이의 자녀들이 이혼에 대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작장생활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회사의 상사나 동료들을 미워하게 되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 미워하면 상대방이 힘들어지는게 아니라 내 자신이 어렵고 힘들어진다는 것을 전해주는 대목이다.

이번에 발행된 <행복한 출근길>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을 할때 어깨 힘을 주고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살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당당하되 겸손하게 지내는 직장생활의 행복지침서~이제 직장생활이 달라진 대한민국을 상상해 본다.


 [책 구입할때 싸게 구입하는 방법]
1) 인터넷 서점은 기본적으로 10%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고, 1권을 구입해도 무료배송~
2) 교보문고의 경우에는 할인가의 10%를 다시 마일리지로 적립하여 사용할 수 있다. 교보문고 클릭
3) 알리딘의 경우 TTB리뷰(Thanks to Blogger)를 클릭하면 추가로 1% 적립 알라딘 클릭
4) 인터파크의 경우 리뷰를 읽고 <고맙습니다>를 클릭하면 리뷰를 작성한 분에게 1%적립 인터파크 클릭
5) 예스24의 경우 할인가의 10%를 다시 마일리지로 적립하여 사용할 수 있다. yes24 클릭
6) 인터넷서점의 경우 이벤트를 다양하게 진행한다. 이벤트를 꼼꼼히 살피면 상품이 푸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년실업, 경기침체의 시대

청년실업문제, 실업자 100만명시대… 이것은 대한민국의 화려한 수식어중 하나다. 취직문제는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사람들의 절대절명의 과제일 뿐 아니라 먹고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불황속에서 한국사회의 경기침체도 너나 할 것 없이 도마위에 올려놓고 있고, 정부는 또 경기회복을 위한 다양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유능한 정부가 될 것이고, 이 문제 해결없이는 그 어떠한 정책도 눈길을 끌 수 없을 정도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또 다른 한편으로 취직하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직장인들은 그럼 행복할까? 직장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 행복해하며 다니는 직장에 감사한 마음과 충실한 마음을 담아 살고 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을 만나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마지못해 다니는 직장인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하고, 지금 당장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한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고민하는 직장인도 있다. 즉, 부조리한 업무지시를 따를 것인가? 내 도덕적 소신을 지킬 것인가?하는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승진문제도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다. 승진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함께 입사한 동료보다 늦게 승진한다거나 다른 동료들은 승진을 모두 하는데, 함께 승진을 못한다거나 하는 것도 문제다. 자기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승진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늦게 승진하는것에 대해서 문제라는 것이다.

연봉도 스트레스다. 절대적인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남들과 비교할 때 나타는 문제다. 억대연봉의 친구를 만나면 스스로 한심스럽기도 하고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복권당첨되는 사람이 부럽고, 하루 하루 착실히 노력하여 돈을 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건강하게 비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질없고 무능력해보이는 것도 스트레스다.

어쩔수 없이 다니는 직장 

그래서 직장이 스스로의 자기실현의 길이 되지 못하고 결혼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벌어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다르게 그렇게 참고 살아가고 있는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고생이다. 스트레스다. 오죽하면 월요일에 출근하기 싫은 그 심정들을 ‘~증후군’이라 표현하며 동감을 얻고 있을까?


‘오늘 정말 행복해!’ 매일 아침을 깨우는 행복 감탄사!

가슴 설레는 ‘첫 출근’ 같은 인생이 펼쳐집니다!

 

이번에 김영사에서 발행된 신간 <행복한 출근길>을 설명하는 이 문구에서 살 떨리는 기대가 스쳐진다. 나는 나 자신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나 스스로 정말 ‘오늘 정말 행복해!’라는 시간을 가진적 있던가? 내 스스로 나의 일에 대해 ‘가슴 설레는’ 경험을 아직 갖고 있는가? 매일 아침 눈뜨기 힘들어하는 이유가 출근길의 발걸음이 무겁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았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스스로의 스트레스들을 하나 하나 체크표시를 하면서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새롭게 다짐을 해 본다. 내 정신속 깊이 세포 하나하나에도 심어야 할 ‘아~ 정말 행복하다’라는 것과 ‘가슴 설레는 인생’에 대해서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동안 ‘사장님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런 결정을 내린다’, ‘부장님은 일을 하는거야 안하는거야’, ‘김대리는 왜 저리 잘난척만하고 성과를 못내지’ 등등 ‘남탓’만 하고 살았던 것도 다시 돌아봐야겠다. 그 사람들의 입장과 심정에서 이해하려고 하지 못했던 것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그래서 스스로 평안하고 차분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그것도 정말 짜릿하다.

도인이 된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을 차분히 하여 경거망동하지 않고, 발걸음과 행동이 부드럽고 말이 유순하여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꿈을 꿔보기도 한다. 정말 큰 변화다. 나에게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변화~


노희경작가는 추천사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슴절절함이 묻어나는게 참 공감이 커 그대로 옮겨본다.


 “남은 못했고 마냥 자신이 잘했다는 위로만이 필요한 사람에게 스님의 책은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남을 이기고 싶고, 이기는 것에서만 기쁨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어쩌면 여느 읽을거리처럼 별다르지 않을 수 있다. 돈과 명예를 가지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감동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주변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멀어져서 그것이 못내 안타까운 사람에게, 세상 모든 것들과 등 돌리고 있는 게 참으로 외로운 사람들에게, 행복이 정말 절박한 사람들에게, 한 번쯤 제 스스로가 제 인생의 희망이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말 큰 위안이 되리라 서슴없이 단언한다.”


“왜 우리는 행복하기 우해 선택한 것들로 고통받는가?”
이 근원적 물음을 시작으로 법륜스님은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다고 일갈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지금 현재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자기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따뜻하게 안내하고 있다.

<행복한 출근길>의 주요내용은 직장인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힘들어할 법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 내용은 책의 주요목차들을 차례대로 정리한 것인데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을 법하다.

-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하고 싶습니다

- 이 사람과는 도저히 같이 일 못 하겠어요

- 화가 잘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 이 일이 내게 맞는지,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 나만 혼자 뒤처지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 인생의 목표나 계획도 없고 노후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 업무 과중으로 과로사 지경입니다

-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 주말부부로 지내다 보니 가정에 불화만 쌓입니다

- 회사가 부도덕하여 마음이 괴롭습니다

- 물질이 아닌 정신이 윤택한 삶을 원합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 다니는 직장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라 사실인지 슬쩍 물어보았다.

“직장인들이 실제로 힘들어하기는 힘들어하나요?, 그렇다면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나요?”

“주로 관계문제가 대부분입니다. 일과 관련해서는 큰 어려움이 없는데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의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관계문제~ 군대생활이 생각났다. 군대생활의 경험으로 지금 군입대하는 조카들을 떠나보내며 눈물흘리는 누나에게도 아는척을 한다. “군대는 훈련이 힘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관계가 힘들어서 힘들다고 하는거야~ 그렇기 때문에 대인관계 원만하기 때문에 잘 할 거야”하며 위로하기도 했던 기억들을 떠 올려본다.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은 지금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땅의 실업자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 그동안 <스님께 물었다>라는 이야기로 위로와 용기를 주었듯이 충분히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직장인들의 필독서, CEO가 권하는 책으로 안성맞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 장편소설 <남한산성>을 읽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이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인다는 부정적인 생각속에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읽은 이병주님의 <지리산>과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이후 소설을 책을 들었던 분명한 기억은 없는것 같다. 아마 들었어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와 끝까지 읽지 않아도 나 스스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을거다.  

내가 살아온 과거, 즉 역사가 궁금했다.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시절 어려운 왕조의 이름을 외우기 힘들어 포기하다시피해서 기억하는 상식도 없는 세계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말고 진짜 역사를 이해하고 싶었다. 흐름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역사에 관련된 책이라면 흥미를 조금 가지는 편이다.  

아마도 <남한산성>을 잡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소설이지만, 내가 조선시대 인조에 대해 기억하는 것도 없거니와 남한산성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부끄러움이 자리했기 때문일거다. 
 

글이 아름답다 

오늘 글을 시작하는 것도 소설 <남한산성>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남한산성으로 천도하고 인조를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과 백성들의 삶을 아파하고 애통해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리고 청나라의 불손함과 야만함을 지적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세상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작가 김훈의 손냄새라고 할까, 지금은 언어와 사뭇 다른 사극을 다룬 드라마의 대사같은 알듯 모를듯 한 말들 때문이다. 짧지만 군더더기가 없고, 부드럽지만 강한 뜻을 전달하는 그 뭔가의 힘이 있다. 
 

요새 우리들은 토론문화가 발달해 있다고 하지만 말이 직설적이고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서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부부간의 대화도 그렇고, 친구간의 대화는 더욱 그러하다. 그냥 의미를 전달할 뿐이지 속내를 드러내어 주고받기에는 부족하다 싶다. 같은 말이라도 부드럽게 표현하고 그 속뜻을 분명히 전달할 때 말하는 이의 사람됨-예의범절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이 살아있을것이다.

 

마음을 담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표현들
- 경들은 저 너머 겨울 들판이 보이는가? 나는 보이지 않는구나.
- 너의 소疏를 읽었다. 뜻이 가파르되 문장이 순하니 아름답다.
- 적병이 이미 도성을 에워싸서 왕명이 강을 건너지 못한다면 서북 산성에 군율이 닿겠느냐.
- 임금의 말투는 장님이 벽을 더듬는 듯했다.
- 산줄기들은 가까이 다가와 성을 겹으로 외호했고, 물은 동쪽으로 흘러서 성 밖 들에 닿았다.
- 산이 물러서며 성 안팎으로 길이 열리는 자리가 조붓했다.
- 깎고 쪼고 뚫고 파고 훑고 후비고 깨고 베고 거두고 찧고 빻고 밀고 당기는 모든 연장들이 서날쇠의 대장간에서 나왔다.
- 그렇겠구나. 그래서 병판은 적의 추위로 내 군병의 언 몸을 덥히겠느냐? 병판은 하나마나한 말을 하지 말라.
- 우리 부자의 죄가 크다. 하나 군병들이 무슨 죄가 있어 젖고 어는가.
- 밤에, 임금은 군병들의 창자 속으로 스미는 기름기를 생각하며 자리에서 돌아누웠다.
- 국은 간이 엷어서 뒷맛이 멀었다.
- 임금은 국물에 밥을 말았다. 실진 밥알들이 입속에서 낱낱이 씹혔다. 임금은 혀로 밥알을 한 톨씩 더듬었다.
- 사물은 몸에 깃들고 마음은 일에 깃든다. 마음은 몸의 터전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니, 일과 몸과 마음은 더불어 사귀며 다투지 않는다.
- 명길은 울면서 노래히고 웃으면서 곡하려는 자이옵니다.
- 전하, 빙고를 정리하다가 밴댕이젓 한 독을 찾아냈사온데, 씨알이 굵고 삼삼하게 삭아 있사옵니다. 마리 수가 넉넉지 못하오니 어명으로 분부하여 주소서.
- 수라상에 졸인 닭다리 두 개가 오르던 다음 날부터 성 안에서 닭은 울지 않았다.
- 명길이 사직을 헐어서 적의 마구간을 짓고, 백성의 나락을 거두거 적의 말먹이 풀로 내주려 하니 명길이 과연 누구의 신하이옵니까.
- 명길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적진에 보내시고 그 간을 으깨고 염통을 부수어 성첩에 바르소서.
- 언관들의 말이 심히 가프르나 대의를 밝혀 아름답다.
- 차가운 날씨에 어찌 먹이고 있는가?
- 쌀죽에 간장을 풀어서 한 그릇씩 먹였사옵니다.
- 물을 많이 붓더라도 고루 먹이고 뜨겁게 먹여라. 뜨거워야 몸이 풀린다.
- 문서에 청병을 가리켜 오랑캐 적狄 자를 쓰면 실없이 적을 노하게 할 것이므로 맞생대 적敵 자가 마땅하고 또 화친을 염두에 둔다면 북래군北來軍이나 외병外兵이 합다할 것이라고 호조는 말했다. - 상궁은 말린 산나물과 밴댕이젓으로 저녁 수라상을 차렸다. 산나물을 데쳐서 통깨를 뿌리고, 실고추와 미나리로 밴댕이젓 위에 고명을 올렸다. 빨간 실고추와 파란 미나리가 밴댕이젓 위에서 색동으로 피어났다.
- 조정이 가난하여 너희들의 추위를 덮어주지 못하니 나의 무덕이다. 너희들이 이 외로운 산속에서 얇은 옷에 떨고 거친 밥에 주리며, 살이 얼어 터지고 발가락이 빠지는 추위에 알몸을 드러낸 채 성을 지키고 있으니, 나는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듯 아프다.
- 고립된 성은 위태롭기가 머리카락과 같고 … 개미 새끼 한 마리 구원하는 자가 없으니 … 군부의 위급함이 이 지경에 이르러 신민의 충정에 기대려 함은 … 삼남의 군사들은 밤을 새워 달려오라. 너희 의로운 신민들은 달려오고 달려오라.
- 도성을 더나 야지에 나와 있어 기름지게 먹이지 못하나, 너희가 뜨거운 국물을 마시니 내 몸이 훈훈하다. 너희 몸이 내 몸임을 알겠으니, 너희도 그리 알라.
- 지금 사대부들이 성첩에 올라와서 한 가지를 보며 열 가지를 말하고, 문자를 써서 무식한 군병들을 꾸짖고 조롱하며, 주역을 끌어대며 군의 길흉을 입에 올려 군심을 불안케 하니, 사대부들의 성첩 출입을 금하여 주소서.
- 이시백은 돼지를 삶은 가마솥에 엉긴 기름을 걷어 내고 무명천을 그 기름에 쟁여 놓았다. 동상에 걸린 군병들이 줄지어 늘어섰고, 비장들이 기름먹은 무명천을 잘라서 환부를 사매주었다. 손발을 들이미는 자도 있었고, 고개를 돌려 귀를 들이대는 자도 있었다.
- 품계 높은 사대부는 길을 몰라 갈 수 없고, 품계 없는 군병은 못 믿어서 못 보내면 까마귀 편에 보내려느냐.
- 서날쇠의 행장은 가벼웠다. 초로 봉한 격서를 기름종이에 싸서 저고리 속에 동였다. 등에 진 바랑 하나가 전부였다.
- 세모에 영신迎新의 예를 갖춤은 적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옵니다.
- 보내라. 동방의 예법을 보여서 저들이 이웃임을 스스로 알게 하라.
- 다만 적장을 만나서 싸움이다 화친이다 말하지 말고 이웃간에 송구送舊의 예법이라고만 말해라. - 언 땅에서 뽑아낸 냉이 뿌리는 통째로 씹으면 쌉쌀했고 국물에서는 해토머리의 흙냄새와 햇볕 냄새가 났다. 겨우내 묵은 몸속으로 냉이 국물은 체액처럼 퍼져서 창자의 먼 끝을 적셨다. 쌀뜨물에 토장을 풀어 냉이 뿌리를 끓인 다음 고춧가루를 한 숟갈 뿌렸는데, 도살장 계집종의 솜씨와 수라간 상궁의 솜씨가 다르지 않았다.
- 백성들의 국물에서는 흙냄새가 나는구나.
- 제발 예판은 길, 길 하지 마시오. 길이란 땅바닥에 있는 것이오. 가면 길이고 가지 않으면 땅바닥인 것이오.
- 전하, 오직 죽을 사死속에 수, 전, 화의 길이 모두 있을 것이옵니다. 화를 논할진대 어찌 사를 논하지 않으시옵니까.
- 두려움이 말을 가파르게 몰아가는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소서.
- 칸은 문체를 꾸며서 부화한 문장과 뜻이 수줍어서 은비한 문장과 말을 멀리 돌려서 우원한 문장을 먹으로 뭉갰고, 말을 구부려서 잔망스러운 문장과 말을 늘려서 게으른 문장을 꾸짖었다.
- 말을 접지 말라. 말을 구기지 말라. 말을 펴서 내질러라.
- 새카만 묵즙이 눈에서 나오는가 싶었다. 묵즙이 흘러서 연지에 고였다. 최명길이 붓을 들었다. 최명길이 붓을 적셨다. 최명길이 젖은 붓을 종이 위로 가져갔다.
- 이제 스스로 새로워지고 기뻐서 따르려는 소방의 뜻이 돌담 안에서 시들이 않도록 살펴주시옵고, 모든 생령들의 살고자 하는 기운을 거두어서 기르시는 황제의 천하에 소방이 깃들게 하여 주시옵소서…
- 붓끝이 얼어서 종이가 서걱거렸다. 연지에 고인 묵즙에도 살얼음이 잡혔다.
- 황제의 깃발 아래 만물이 소생하고 스스로 자라서 아름다워지는 것일진대, 황제의 품에 들고자 하는 소 방이 황제의 깃발을 가까이 바라보면서 이 돌담 안에서 말라 죽는다면 그 또한 황제의 근심이 아니겠나이까. 하늘과 사람이 함께 귀의하는 곳에 소방 도한 의지하려 하오니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 마지막 몇 글자가 마르기 전에 얼어서 종이가 오그라져 있었다. 최명길은 아침 햇살에 글자들을 녹여서 말렸다.
- 그러하옵니다. 전하,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거가셔야 할 길바닥이옵니다.
- 아들아, 너는 목숨을 귀하게 여겨 몸을 상하게 하지 마라. 아아, 너희들은 생명에 칼질을 하지 마라. 고향에 조용히 엎드려서 세상에 나오지 마라.
- 풀 먹인 무명 옷자락이 서걱거렸고 갈아 신은 버선코가 반듯했다.
- 때가 되었다. 나는 죽으니, 너희는 그리 알라. 너희는 방 밖에 정히 앉아서 나를 보내라.
- 알았다. 당분간 살아 있으마. 미음을 가져와라.
- 민촌은 술렁거렸으나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고요했다.
- 조선 왕은 오랫동안 이마를 땅에 대고 있었다. 조선 왕은 먼 지심 속 흙냄새를 빨아들였다. 볕에 익은 흙은 향기로웠다. 흙냄새 속에서 살아가야 할 아득한 날들이 흔들렸다.
- 이새백은 쌀밥을 따로 짓고, 밴댕이 젓을 얹어서 질청에 누워있는 김상헌에게 보냈다.  


위의 글들은 문장이 수려하여 마음을 붙잡아 두는 곳을 새로 기록해보았다. 그 중에는 특히 말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넘어 임금의 백성을 향한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인도의 빔비시라 왕이 붓다를 찾아와 나라가 멸망하지 않는 법에 대해 물었을때 붓다의 대답중 ‘백성을 내 친아들 대하듯 하라’는 부분이 있다. 백성이 임금을 믿고 따르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마음이 담겨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고대왕조들의 임금과 백성의 관계뿐만 아닐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씀을 돌아볼 일이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말을 다듬을 일이다. 그러한 붓다의 중생을 위한 교화사례를 담은 책도 있다. 샨티출판에서 발행한 법륜스님의 <붓다, 나를 흔들다>에 보면 아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중생들을 대하는 붓다의 설법을 통해 그 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붓다, 나를 흔들다 (샨티)의 본문내용

차례를 통해서도 얼핏 엿볼 수도 있겠지만 붓다는 누가 욕을 할 때나 해치려 할 때조차도 한결같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자비롭고 진실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 살려주고, 가난한 이를 보면 돌보는 그런 마음씨, 그런 말씀, 그런 행동을 보면 붓다의 인격을 알 수 있고, 그 인격에 감화되어 존경을 하게 된느 것이다. 나아가 ‘나도 저분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조선의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는 그 자애로운 심성속에 백성들은 아마도 임금을 존경하고 따랐을 것이라고 본다. 아래 글은 자연을 표현한 부분들이다. 날씨와 계절, 생태환경의 변화, 그리고 지금의 기계문명과 달리 과거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던 자연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상상으로 써내려갈 수 없는 대목이라 하겠다. 


▲ 김훈 작가 / 많은 사진들 가운데 정돈된 느낌으로 가장 잘 어울렸다.
 

내가 작가 김훈을 잘 모르긴 하지만 글을 통해 이 분은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세심하게 관찰했을 법한 살아있는 생태운동가라고 말하고 싶다. 계절의 변화가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고, 날씨의 표현이 마치 내가 지금 그 안에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듯하고, 그 영상을 직접 보고 있는 듯 하다. 

날씨, 계절, 자연생태를 담은 멋진 글들 

- 청천강은 얼었는가?
- 헐떡이는 말들의 허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눈보라도 보였다.
- 흐린 날은 일찍 저물었다.
-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 붙었고, 언 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 그해 눈은 메말라서 버스럭거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 그해 바람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 습기가 빠져서 가벼운 바람은 결마다 날이 서 있었고 토막 없이 길게 이어졌다.
- 칼바람이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눈 덮이 봉우리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 긴 바람 속에서 마른 나무들이 길게 울었다.
- 주린 노루들이 마을로 내려오다가 눈구덩이에 빠져서 얼어 죽었다.
- 새들은 돌멩이 처럼 나무에서 떨어졌고, 물고기들은 강바닥의 뻘 속으로 파고들었다.
- 사람 피와 말 피가 눈에 스며 얼었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렸다.
- 순한 물은 여름에도 땅을 범하지 않았다.
- 겨울 해가 짧아서 산에 기댄 성 안은 일찍 어두워졌다.
- 눈 덮인 행궁 골기와 위에서 초저녁 어둠이 새파랬다.   

- 겨울 새벽의 추위는 영롱했다.
- 아침 햇살이 깊이 닿아서 먼 상류 쪽 봉우리들이 깨어났고, 골짜기들은 어슴푸레 열렸다.
- 그 사이로 강물은 얼어 붙어 있었다.
- 언 강 위에 눈이 내리고 쌓인 눈 위에 바람이 불어서 얼음 위에 시간의 무늬가 찍혀있었다.
- 다시 바람이 불어서 눈이 길게 불려갔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간의 무늬가 드러났다.
- 깨어나는 봉우리들 너머로 어둠이 걷히는 하늘은 새파랬고, 눈 덮인 들판이 아침 햇살을 품어 냈다.
- 숲에서 새들이 날개 치는 소리가 들렸고, 잠깬 새들이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앉을 때마다 눈송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정갈한 추위였고, 빛나는 추위였다. 말발굽 밑에서 새로 내린 눈이 뽀드득거렸다.
- 새벽에 눈이 내렸다. 눈이 쌓여서 사공의 시체가 언 강 위에서 하얀 봉분을 이루었다.
- 그날 새벽에 강은 상류부터 먼 하류까지 꽝꽝 얼어붙었다.
- 성첩에 뚫린 총안마다 새파란 하늘이 한 개씩 박혀 있었다.
- 소화가 잘된 곱고 굵은 똥을 물에 풀어서 일 년쯤 그늘에서 고요히 삭히면 그 위에 거품이 잡히고, 거품을 걷어 내면 맑은 똥물이 익어 있었다. 서날쇠는 익은 똥물을 밭에 뿌려서 배추 잎을 갉아 먹는 벌레를 잡았고 땅 힘을 돋우었다.
- 밤에 비가 내렸다. 질기게 내려서 깊이 적셨다.
- 말들은 흙냄새 속에서 아직 돋아나지 않는 풀냄새를 더듬었다.
- 언 땅 밑에서 풀냄새는 멀었다.
- 날이 저물어서 먼 숲에 어둠이 스몄고 순찰로 앞쪽이 흐려졌다. 멀리 나갔던 새들이 성 안 오리나무 숲으로 돌아왔다.
- 달이 능선 위로 올랐다.
- 묵은 눈 위에 밤새 또 눈이 내렸다.
- 봄이 오지 않겠느냐. 봄은 저절로 온다.
- 눈 쌓인 우둠지가 햇빛을 튕겨 냈다. 바람이 마른 숲을 흔들면 빛의 줄기들이 부딪쳤다. 잎 진 나무들은 줄기만으로도 길차고 싱싱했다.
- 겨울 해는 일찍 저물었다. 눈 덮인 산속의 어스름은 차고 새파랬다. 하얀 성벽이 노을 속으로 뻗었고 먼 노을에 닿은 북장대 족 성벽은 붉고 선명했다. 



- 아비가 사공이니 물가에서 자랐겠구나. 송파강에는 물고기가 많으냐? 무슨 고기가 잡히는고?
- 쏘가리, 배사가리, 어름치, 꺽지…
- 아하, 그러냐. 그게 다 생선 이름이구나. 이름이 어여쁘다. 꺽지란 무슨 생선이냐?
- 강 가장자리 쪽에서 사는 생선인데, 꼬리가 둥글고 아가미가 무지개 빛이라 하옵니다.
- 송파강은 언제 녹느냐?
- 봄에…, 민들레꽃 필 때…
- 바람이 마른 숲을 흔들어 나무와 눈이 뒤엉겼다. 눈에 눌린 나뭇가지 찢거지는 소리가 장지문 창호지를 흔들었다. 바람이 골을 따라 휩쓸고 내려가면 바람의 끝자락에서 나무들이 찢어졌다.
- 밝음과 어둠이 꿰맨 자리 없이 포개지고 갈라져서 날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 오목한 성 안에 낮에는 빛이 들끓었고 밤에는 어둠이 고였다.
- 아침에는 소나무 껍질의 고랑 속이 맑아 보였고, 저녁에는 성벽에 낀 얼음이 노을에 번쩍였다.
- 행궁 마당에는 생선가시 같은 비질 자국이 선명했고, 저녁의 빛들이 가시 무늬 속에서 사위었다.

- 바람이 잠든 날 눈이 내래면 숲에서는 길이 먼저 하얘지고, 들에서는 언덕이 먼저 하예졌다. 바람 부는 날 눈이 내리면 산에서는 골짜기와 먼 바위가 먼저 하얘졌고, 마을에서는 초가지붕과 나무 꼭대기가 먼저 하얘졌다.
- 추위가 팽팽해서 별들이 닿을 듯했다. 가까운 별들이 성 안에 가득 차서 아른거렸다.
- 묵은 눈이 갈라진 자리에 햇볕이 스몄다. 헐거워진 흙 알갱이 사이로 냉이가 올라왔다. 흙이 풀려서 빛이 드나드는 틈새를 싹이 비집고 나왔다. 바늘끝 같은 싹 밑으로 실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었다.
- 뿌리가 깊어야 싹을 밀어 올린다. 봄은 지심地心에서 온다고, 냉이를 캐던 새남터 무당이 말했다.
- 눈 녹은 물이 인마의 시체로 썩어 가던 불을 물을 밀어내고 강을 가득 채웠다. 새 물로 흘러가는 강은 향기로웠다. 강물은 먼 산악 속의 비린 봄냄새를 실어왔다. 어린 물고기들은 햇볕이 쪼이는 따스한 물가 가장자리로 몰려들었다.
- 조선의 봄은 어린 계집과도 같구나.
- 송파강의 여울은 빨랐다. 지저귀는 물 위로 물비늘이 튀었다.
- 해가 하류쪽으로 내려앉으면 강물은 붉은 노을 속으로 흘렀다.
- 눈녹은 논바닥에 물기가 잡혔고 진한 흙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 올봄은 해가 곱구나. 꼭 저승에 내리는 햇볕 같구만… 기침을 쿨럭이는 늙은 옹기장이가 말했다.

- 먼 봉우리들이 깨어나고 안개가 골짜기 아래로 깔렸다. 새벽빛이 닿은 숲이 열려서 젖은 향기를 풀어냈다.
- 남쪽에는 눈이 녹아서 개울물이 불었고 산수유 꽃망울이 맺혀서 산들이 구름처럼 부풀었으며, 청병이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들은 비탈 논에 쥐불을 놓고 두엄을 실어 냈고 두 살배기 어린 소를 빈 논으로 끌고 나와 매질을 해서 농사일을 가르쳤다.
- 며칠 전 성첩에 올라가서 삼전나루 쪽을 살폈사온데, 물빛이 푸르게 살아났고 먼 상류부터 물 위에서 햇빛이 튕기면서 흘러 내려왔으니, 송파강은 이미 녹은 것으로 아옵니다.
- 우물이 시체로 메워졌고, 무너진 우물 옆에서 매화가 꽃망울을 밀어내고 있었다.
- 봄 물이 부풀어서 강은 가득 차 흘렀다. 물 위로 먼 산악의 봄냄새가 실려 왔다.
- 물이 불어 송파강은 숨이 찼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이식시킨다
아마도 이러한 표현들이 우리들을 새롭게 살린다. 자연을 체험하지 않고 자랐을 요즘 세대들에게 새로운 생태적 감수성을 간접적으로 이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내안의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내고 그 연관과 조화를 깨달을 수 있다면 심성이 고와질 것이다. 고요해진 심성과 부드러워진 우리들의 삶이 어찌 이 소설이 기여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뒤에는 남한산성 고지도가 실려있는데 글을 다 읽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산성을 미리 가보고 훤히 알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리 본다고 한들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잃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행적을 생각하며 지도를 보면 그 맛이 새롭다. 
 

또 <조선왕조실록>중에서 <인조실록>부분을 날짜별로 짧게 정리한 부분도 있다.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니다. 기막히다. 사실과 사실을 이어주는 작가의 상상력이 현재의 살아있는 역사가 된다. 꼭 읽어볼 만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간결하고 단아해서 그 맛이 입안에서 남는다. 직설적이고 건조한 요즘의 언어를 걷어내고 나도 흉내내면서 살아볼까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출근전에 문자를 넣었다. 
 

귤이 먹고 싶소. 백성들은 차디찬 사무실에서 언 발과 시린 무릎을 두 손으로 부비며 지내고 있을터인데 배부른 욕구가 아닐까 두렵기만 하오.  귤이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 - 행복한 인생의 첫 단추 나비 4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를 카드처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서 기획이 신선하고 참 새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한 <가족 - 행복한 인생의 첫 단추>는 법륜스님의 법문을 모아둔 작은 책이다. 너무도 책이 이쁘고 카드처럼 쓸 수 있도록 표지가 만들어져 있고, 내용 또한 부드럽고 우리모두가 고민하고 공감하는 내용이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여기 저기 보내야겠다 싶어 여러권을 사서 보내기도 했다.

샨티출판의 <축하해>의 성매매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는 이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한데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무수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가족’이라는 말앞에 무기력해지는 것 또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미워하고 아파하면서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인연도 ‘가족’일테다.

정토출판의 <가족>은 자기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법륜스님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들과 대화하고 싶습니다’라는 첫 번째 질문에서 대학생의 아들이 취업할 생각도 안하고, 이것 저것 물어보면 대화를 깊게 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데 부모 자식 사이의 대화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질문했고, 법륜스님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가 어렸을때부터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라고 합니다.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꾸중만 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뭔가 도움을 요청할 때 맘에 안들더라도 기꺼이 ‘그래, 그렇게 해보자.’ 아니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너에게는 그렇다는 거지.’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주라고 합니다. 거절을 하더라도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또 아이가 열여덟 살이 넘었으면 그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인정해주라고 합니다. 
 

다음 다섯가지만 어긋나지 않으면 관여를 하지 말고, 간섭하지 말고 한 사람으로 존중해 주세요.
첫 번째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는 일,
두 번재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는 일,
세 번째 성폭행을 하거나 성추행을 하는 일,
네 번째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일,
다섯 번째 술을 먹고 취해서 헤매거나 마약에 중독이 되는 일.
이런 경우가 아니면 아들이라도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존중해줘야 해요.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그것은 그의 인생이에요.
<본문중에서> 

남편의 도박이 원망스럽다는 질문도 있다. 아내의 심정이 묻어나는 그런 질문이다. 도박을 통해 돈을 다 잃고 있는 남편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잡아야 한는지 질문을 던졌다.  

 법륜스님은 먼저 자기 마음을 보라고 합니다. 남편이 투기와 도박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지 돈을 잃기 때문에 문제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하면서 문제의 핵심은 도박이나 투기가 아니라 돈을 잃는다는것이라고 꼬집어준다. 정말 함께 사는게 손해라고 생각되면 이혼하면 되고, 이왕 함께 산다고 한다면 미워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남편을 고치려는 생각을 버리고 살라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결국에는 버릇을 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답의 처음을 “‘남편의 어리석은 행동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라고 질문해야 한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60대 아버지의 이야기로 ‘아직도 가장으로서의 60대 아버지’ 라고 하소연한 질문이 있다. 또 30대 청년의 어머니를 원망하는 이야기도 있다. 남편이 실직하고 수입이 끊겨서 불안하다는 아내의 이야기, 시어머니가 무섭기만 20대 며느리의 이야기…  

그 외에도 더 가족에 대한 얽히고 설킨 몇가지의 이야기가 더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내가 더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은데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원망스럽다’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런 투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행복한 삶으로 바꿀려면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책 사용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