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거짓말><꽃보다 아름다워><굿바이 솔로><그들이 사는세상>...

드라마를 통해 사랑의 치유력과 가족애, 희망을 전하는 작가, 노희경!

사람들은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라는 수필집에 대해 ‘제목만큼은 아니다’라는 평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물론 각자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나는 점점 빠져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낯간지럽게 지나간 사람을 이야기하며 ‘사랑타령’이나 하나 싶었는데 가족간의 사랑, 특히 엄마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는 가슴이 쓰린다.




 어머니에 대한 한이 한 순간에 녹다

<스님께 물었다>라는 시리즈로 블로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 법륜스님은 호통치며 대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누가 들어도 답답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고 싶은데 조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상대를 위로하며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한다. 여기에도 어릴적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가 한이 되어 아직도 그 아픔에 휩싸여 사는 사람의 이야기들도 있다.

어느 30대 초반의 남자는 어릴 때 어머니가 이혼하고 재혼하면서 눈치보며 살았고 고등학교때까지 스스로 벌어서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뇌수술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건강도 좋지 않았는데 자장면배달, 신문배달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 하면서 자랐는데 엄마에게 서운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미안하다~ 내가 너에게 물려준 것이라고는 병 밖에 없어 정말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괜찮겠는데 그 말을 안해주어 더욱 서운하다는게다.

법륜스님은 단호하다.  

“아무개씨!” 

“네” 

“그동안 온갖 일 하면서 사느라 고생많았습니다. 이제 됐어요?” 

“......” 

“그렇게 엄마에게 위로받아서 뭐하려고 그럽니까? 어릴 적 그때의 엄마가 나이가 몇이었겠습니까? 20대 후반이나 30대초반정도이지요? 무슨 정신이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버리지 않고 재혼하면서 까지 무거운 짐일텐데 데리고 가서 키운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낳아준 것만 해도 고마운일이죠?” 

“네~” 

“‘어머니, 낳아준 것만 해도 참으로 고맙습니다’하면서 정진하세요” 

이 짧은 대화속에서 젊은 남자는 얼굴이 밝아졌다. 그동안 한 평생을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이 상처가 되어 살아온 것에 대한 자기 돌아봄이다.  

드라마작가 노희경의 엄마에 대한 추억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그 가운데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글은 간결하지만 목 끝에까지 차 오르는 눈물과 그리움이 묻어 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읽으면서 그리 느낀것이다.  

출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
내 출생은 그다지 경사스런 일이 아니었다. 뱃으니 낳을 뿐, 기대도 기쁨도 없는 출생이었다. (중략) 엄마는 당시 자식을 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달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에, 남편은 애나 만들어주려 집에 들를 뿐 생계는 아랑곳없는 사람인데, 다섯도 모자라 여섯째라니, 것도 자기 팔자 닮을 게 뻔한 계집아이라니. 

엄마는 나를 나아놓고, 칼바람이 돌게 앉아 있다가 나를 윗목에 놓았다 한다. (중략) 어떻게 제 자식을. 윗목에 놓아 죽이려 하나. 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악다구니를 쓰셨다 했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사주로 큰 언니가 생쌀을 씹어 나를 멕이고, 그래서 연명하는 날 보고 할머니가 엄마에게 간곡히 말했다 한다.  

“애가 저리 놓아두어도 아니 죽으니, 그냥 키워라.”
(중략)
그때 내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한 살의 꽃다운 나이. 자식은 여섯에, 남편은 남만 못한 남자. 힘도 들었겠다. 자식이 짐스럽다 못해 원망도 스러웠겠다. 없었으면 천번 만번도 바랐겠다. 굳이 출생 즈음의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걸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에게 해준 건, 죄의식이었겠다. 너무도 미안해서엿겠다. 이후에, 나를 참 예뻐라 했으니, 그것으로 다 됐다.

생각을 이렇게 말끔히 정리하고 잠이 들며 나는 내가 참 컸구나 싶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이해 못할 게 뭐 그리 많겠나 싶다. (하략)
---------
어찌보면 즉문즉설법회에서 질문한 분 처럼 엄마에 대한 한이 되어 미워하거나 원망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상처를 주면서 살았을 법한데 그러지 않고 잘 극복했다 싶다. 

노희경의 드라마를 보면서 <노희경 팬> 또는 <노희경 마니아>가 있다고들 한다. 나는 솔직히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TV자체를 볼 시간이 별로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잘 모르고 연예인들도 요새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에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하는 분위기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노희경의 글맛은 남다르다. 작은 체격에 다부진 성격을 느낄 수 있듯 글에서도 느껴진다. 구질구질 하지 않다. 짧고 간결하고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 여러번 겹쳐서 생각을 곱씹을 필요도 없다. 그 자체로 느끼고 받아들이면 된다.

내가 감히 평한다면 글맛이 입안에서 톡톡 튀고 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