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다 - 삶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샬럿 조코 백 지음, 안희경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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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떠 누군가에게 얼른 소개해 주고파 안달이 나게 하는 책과 만날 때가 있다. 바로 이 책이 내겐 그랬다. 마치 한 알만 물어도 입 안 가득 퍼지는 박하사탕의 시원함처럼 명쾌함이 내 온 몸과 마음으로 환하게 퍼져나갔다. 이미 첫 문단의 오타쯤은 까맣게 잊었다. 그것이 대수겠는가?

 

   이 책의 저자인 샬럿 조코 백은 일본 선종의 법맥을 이었으며, 전통적 참선만으로는 현대인들의 정신적 치유에 부족함을 느끼고 심리학 및 다른 여러 종교를 병행하여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느껴지는 어조는 단호하고 명확하면서도 고요하고 부드럽게 와 닿는 살뜰함이 있었고, 몇 년 전 감탄하며 끼고 다녔던 스즈끼 순류선사의 『선심초심』의 고요함이 그 연장 선상에 있었다. 그러나 『선심초심』의 내용이 큰 나무의 실루엣과 같았다면, 이 책은 그 나무의 가지 하나하나를 모두 조명하여 환하게 드러낸 듯 하다고나 할까...마치 집중수행 때 스승과 마주앉아 인터뷰를 하듯 수행의 여러 의문점들을 적절하게 풀어 주고 있었다.

   대체 내가 찾고 있던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올바른 수행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고 있는 나는 진정 누구인가? 내가 생각하던 깨달음이란 것이 혹 어떤 일에나 자명하게 지혜가 밝고, 모든 존재에게나 온갖 상황에서도 자비롭고, 파워풀한 능력 또한 있어서 자재로이 쓸 수 있고, 비일상적인 경험쯤이야 당연한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에선 깨달음이 어떠어떠한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깨달음에 대한 믿음 또한 생각일 뿐임을 알아차려야 하며, 도달할 그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의 부재라고 한다. 깨달음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며, 굳이 뭔가를 얻었다고 표현한다면 나라고 할 나가 없는 무아의 경지가 그것이라고 한다.

깨달음에 대해 말을 아끼는 대신 수행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먼저 수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보다 수행이 아닌 것부터 짚어나간다. 수행의 목적이 아닌 것들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말함으로써 보통의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수행의 성과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져나가게 한다.

 

   또 하나 내게 와 닿았던 점은 수행을 일상생활에 깊이 접목한 점이다. 물론 이 책의 제목이 그러하듯 규칙적인 앉음을 강조한다. 게다가 집중수행의 중요성을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러한 주문은 지극히 어려운 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라도 깨어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수행인 것이다.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 관찰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비파사나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조금 더 세밀하게 생각을 분류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어떤 생각들이 일어날 때 구체적으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 행주좌와 어느 때일지라도 깨어있을 것을 요구한다. 가령 설거지를 하고 있다면 손에 와 닿는 감촉들, 귀로 들리는 소리들에 온전히 집중한다. 그러다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이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분류하여 이름표를 붙인다. 그런 식으로 수행해 가노라면 자신의 생각의 패턴을 깨닫게 된다. 좌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호흡을 조절하지는 않는다. 그저 관찰한다. 처음엔 온갖 외부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잘못된 것은 없다. 온전히 그것들을 듣는다. 그리고 점점 내부로 집중되어 간다. 생각들이 당연히 일어나리라. 괜찮다. 분류한다. 그렇게 생생히 깨어서 좌선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어가며 나는 지금껏 공부했던 여러 가지의 수행론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 무사히 안착함을 느꼈다. 수행이랍시고 하면서도 왜 항상 힘들고 고통스러웠는지..물론 붓다의 말씀처럼, 산다는 것이 곧 고이긴 하겠지만, 나는 다만 그것들을 수행으로 녹여낼 수 없다면 모든 것들이 지나가듯 그렇게 견뎌낼 뿐이라고 여겼다.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다. 내게 한계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한계인 것은 아니다. 역으로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하는 것이 내게 꼭 힘든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개개인의 다른 점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한계지점이 수행해야 할 축복의 지점이라고 말한다. 한계가 곧 스승인 것이다. 수행하겠다는 굳은 서원을 가지고 생각과 환상과 감정에 빠져들지 않고 깨어서 생활한다면 가랑비에 옷 젖어가듯,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그렇게 반드시 진전이 있으리라... 희망이라는 것을 갖지 말라는 노선사의 가르침을 어기며 나는 수행의 희망을 발견한다.

 

   이렇게 귀한 책과의 인연을 이어주신 명상 힐링 아쉬람 카페의 멀더님과 나눔해 주신 판미동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밝은 가르침 남겨 주신 샬럿 조코 백 선사님과 매끄럽고 유려한 문체로 번역해 주신 안희경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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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냐? - 마음의 끝에 서서 눈을 들어라
김건웅 지음 / 슈하인터내셔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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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는 누구냐』

 

  먼저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고 하기에는 나의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서평이라기보다는 그저 글을 읽은 ‘소감’ 정도로 명명하며 시작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수행방법에 대한 여러 스승의 글들을 접하게 된다. 필요에 의한 것인지, 다른 까닭이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깨달음이라는 문을 여는 방법의 다양함을 인지하게 된다. 영성이 상품화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수행방법을 주장하여 눈 밝지 못한 이들을 먼 길 돌게 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쨌거나 소수만의 전유물로 닫혀 있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세대가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서두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라며 거듭 당부하고 있다. 7일간의 강의로 목차를 나누고 차례차례 사실적인 것을 들어 설명하고 쉽게 이해시켜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나’라는 것의 여러 모습들을 자세히 관찰하게 한 후 진정한 ‘나’에 대한 설명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내게는 이 방법이 좀 지루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하나의 章이 넘어갈 때마다 같은 내용이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까닭도 있었겠지만 이런 지식적 탐구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 탓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나라는 것의 실체를 하나하나 자세히 파헤치며 점점 깊은 곳으로 인도하여 허상과 실체를 분별하게 하고 마지막에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본성계합으로 이끄는 이 방법을 잘 따라간다면 어렵지 않게 궁극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이런저런 모습의 ‘나’를 설명하고 있을 때, 들여다보는 나는 일종의 느낌에 가깝다. 생각도 감정도 없는..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생각과 감정이 일어난다기보다 그것에 반응하는 나를 보고 있다고나 할까..이 책에서는 이런 상태를 객관화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느낌도 모두 허상이며 어떤 대상이 객관화가 된다고 해도 그것 또한 바다를 찾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가재에 불과하다고 한다. 보는 자가 없이 대상만 보여도 본성과 가까워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수정에 물드는 것이 무엇일지라도 그것은 수정이 아님을 비유하며 수행과정의 현상들을 부정하고 또 부정한다. 그리고 최후의 인식 즉 본성계합은 단 한 번만으로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결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은 스스로 체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게는 이 책이 여러 번 차근차근 곱씹어 읽어야할 내용인 것 같다. 여유를 두고 주의깊게 사유하며 저자가 인도하는 길로 따라가 봐야할 것 같다. 사실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누구를 대하든 가르침이야 없겠는가마는 영성의 길을 탐구하고 찾는 눈 밝은 이들에게 이 책은 갈 길을 곧장 인도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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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 호오포노포노 - 부와 건강, 행복을 부르는 하와이인들의 습관 판미동 호오포노포노 시리즈
이하레아카라 휴 렌, 사쿠라바 마사후미 지음, 이은정 옮김 / 판미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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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번 호오포노포노』

언제나 그렇듯 새 책을 받아 읽기 시작하면 가슴이 설렌다. 내가 모르는 또 어떤 것이 펼쳐질까...그런데 이번엔 뭔가 좀 이상했다. 읽을수록 계속 언젠가 읽었던 것만 같은 내용들이...나중에 알고 보니 이 책은 『호오포노포노의 지혜』란 이름으로 출판되었던 책인데 절판된 후 판미동에서 재출간하게 된 모양이다.

그러나 두 번 읽어도, 아니 거듭 읽어도 좋은 책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내가 호오포노포노를 접한 것은 꽤 몇 년 전의 일이다. 한동안은 열심히 사미용고(사랑해 미안해 용서해줘 고마워)를 하며 정화하고 블루솔라워터도 만들고 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들은 차츰 시들해졌고 내게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하지만 그땐 내가 호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가령 휴렌박사가 강조하는 ‘백 퍼센트 자신의 책임’이라든가, 또는 ‘용서해 주세요’라는 말의 의미 등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었다. 분명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는 피해자일 뿐인데 왜 나의 책임이며 용서를 빌어야 하는가?

이 책에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본래 우리 모두에게는 신성한 지혜가 있지만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잠재의식에서 올라오는 사고와 기억이라고 한다. 호오포노포로 잠재의식을 계속 정화해가면 신성한 지혜에서 영감이 내려오게 되고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대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그저 판단하고 비난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잠재의식의 프로그램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외부의 것들이 나를 치고 지나갈 때 그때가 바로 나 자신을 다시 정화해야 할 때임을 깨닫게 되었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어느 길을 갈지라도 자신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감사한 마음이 물결처럼 밀려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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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 더없이 소중한 날들을 위한 명상과 그림의 눈부신 만남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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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어떤 책들은 만들기에 수고한 공에 비해 그냥 대강의 중심내용만 파악하게 되는 책이 있고, 또 어떤 것은 읽기가 아까워 내용을 곱씹어가며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읽는 경우가 있다.

 

<앙드레씨의 마음 미술관>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의미를 반추하며 저자와의 발걸음을 나란히 하고서 책장을 넘기고 싶은 책이다.

 

스물여섯 점의 명화를 명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하는 이 책은 마치 경건하고 고요한 그림 전시장에 온 듯, 책 자체로써 명상상태에 들어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프롤로그에 배치된 렘브란트의 <명상하는 철학자>로 내면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며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그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마음 챙김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자각함이다. 이 책에서는 몇 백 년 전의 그림들 속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느끼게 한다.

전체적인 그림을 배치한 후 그림의 부분들을 클로즈업하여 배치한 것은 어쩌면 흐릿한 마음의 상태가 명상으로 인해 점점 명징해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저자의 숨은 의도는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그 명료해진 의식으로 이어진 듯 보이는 삶의 연속성을 한 컷 한 컷 분리시켜 볼 수 있게끔... 마치 프레임 하나하나가 모여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듯.

 

 

이 책을 읽다보면 책장을 덮고 잠시 호흡을 고르고 침묵하고자하는 충동이 저절로 일어남을 느끼게 된다. 단지 이야기로서의 명상이 아니라 실천적인 면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기에 명상을 접해보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하기 쉬운 내용을 마치 안개에 옷이 젖어가듯 명화로 풀어내는 기법 또한 탁월하다고 하겠다.

 

 

마음의 여유를 잃고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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