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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 용감하고 유쾌한 노부부가 세계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기쁨
린 마틴 지음, 신승미 옮김 / 글담출판 / 2014년 7월
평점 :
바리스타를 할 때엔 바리스타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하다 보니 “아, 좀 지겨우니 그만둘까.” 생각하곤 했었죠. 백수 생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8월부터인가, 거진 1년 가까이 백수로 지냈는데 처음엔 좋다가도 슬슬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겨워.” “뭔가 나도 인(간)생(활)에 도움이 되는 변소이고 싶어.” “전업작가 별 거 아니네.”라고 하다가 지금은 나름 직장형 변소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지금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있죠.
“지겹다, 떠나고 싶다”를 외치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올해 들어 저는 몇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사회복지사 공부. 작년에 소설 한 편을 쓰며 큰 관심이 생겨 일단 시작했더랬죠. 결과는, 중반 이후 흐지부지, 말기에 들어서서는 연락두절 잠수. (-_-b) 연이어 진행한 장서각 왕실 아카데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잘 듣고 한 번 빠지면 전전긍긍하다가 마지막 세 수업은 아예 사전에 못 간다고 통보했습니다. 흠, 저는 희한하게 늘 이럽니다. 시작은 좋은데 뒤에 가면 자꾸 딴 데로 새요. 불많이 많고 다른 걸 하고 싶어져요. 유일하게 이러지 않는 게 글이라서(-_-) 아마 잘도 쓰고 있는 모양인데, 것도 따져보면 퇴고는 참 못합니다. 이런, 용두사미형 변소 같으니!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서포터즈는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서포터즈는 짧은 텀을 두고 꾸준히 새 책을 주고, 새로운 말미가 생기기 때문이 아닌가, 혼자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시작한 ‘글담 서포터즈’는 이런 저에게 딱인 책 한 권을 보내줬습니다. 바로 이 책,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입니다. 저는 《꽃보다 할배》를 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텔레비전 자체를 보지 않기 때문에 (;;;) 국내 방송이나 드라마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도 적당히는 알고 있었죠. 뭐 대충 “이순재 할아버지와 그 친구들이 여행가는 내용”정도로요. 헌데 이 책을 처음 보내준다고 담당자님이 이메일을 보낼 때에 적힌 글자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꽃보다 할배》였습니다. 그래서 “오호?!” 하고 일단 받아서 펼쳤는데……아,《꽃보다 할배》가 이런 내용이라면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한 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70대 부부가 세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두 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70대 부부가 세계여행을 떠난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다 재혼한 부부, 그들의 세계여행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세 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70대 부부가 세계여행을 떠난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다 재혼한 부부, 그들의 세계여행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무것도 미루지 말자.”(p.341)
우리는 인생을 살며 많은 것을 미룹니다. 겁이 나서, 시간이 나지 않아서, 귀찮아서, 그보다 더 재미난 것이 많아서, 그리고 우리는 후회합니다. 미뤘기 때문에, 혹은 잊었기 때문에, 혹은 때를 너무 늦춘 나머지 죽어버려서. 이 책을 보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그것이었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서른여섯이다. 열 살 나이에는 시간이 너무나 느릿느릿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이룰 것만 같은, 중2병의 나이를 지나 정신을 차려보니 무언가 한참 헤매고 있었다. 이런 내가 앞으로 헤맬 가능성은 얼마일까. 그리고 헤매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우리의 독특한 생활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삶을 대대적으로 바꾸라고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p.36
인생은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자 하는 방식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저 흘러갈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노부부는 재혼 후 서로를 만나고, 말 그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있어 새로운 삶이란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었으니, 세계여행입니다. 노부부의 세계여행은 일반적인 세계여행과 다릅니다. “여행”하면 의례히 떠올리는 며칠씩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몇 달씩” 한 곳에 머무릅니다. 그곳의 삶 자체를 익혀 자신의 삶 속에 숨겨져 있었던, 혹은 앞으로 결코 발견하지 못할 법한 것들을 꾸준히 즐기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쉽니다.
끊임없는 활동에 “노”라고 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람은 때때로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66
떠남, 쉼, 즐김.
이 세 가지 단어가 이들 노부부가 즐기는 세계여행의 가장 중요한 모토입니다. 새로운 것의 시도가 아니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이것은 젊었을 때는 결코 완벽하게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날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노부부는 조금 다릅니다. 무엇이든 놓아두고, 그저 흘러가기를 원합니다.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행복을 찾습니다. 그러므로 노부부의 여행은 새롭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그런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 우리는 되돌아보지 않았다. 바랐던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며 세상과 우리 스스로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 지루함은 우리 곁에 아예 얼씬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만족감은 어떨까? 과할 정도로 많다.
내 의견이 피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그들의 생각이 부분적으로는 옳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디너 파티에 내놓을 냅킨이 식탁보와 어울릴지, 동호회 모임에 늦지나 않을지를 걱정하느니 차라리 다음 주 교통이 혼잡한 시간대에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우리 아파트로 무사히 갈 방법을 걱정하고 싶다. 물론 우리의 생활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최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스스로 원하는 방식대로 살고 있으며, 우리에게 딱 맞은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p. 343
사진과 함께 보는 리뷰 : http://cameraian.blog.me/220040378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