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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가 울부짖는 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2
오사카 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인간은 살다 보면 반드시 거치게 된 의식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것, 결혼을 하는 것, 죽는 것, 그리고 제사를 올리는 것. 조상들은 이것을 가리켜 관혼상제라고 말하였습니다. 인간에 따라 관혼상제는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른이 되는 것, 흔히 성인식이라고 하죠. 보통 우리는 이 성인식 생각하면 여대생의 경우 “장미꽃 스무 송이와 향수, 그리고 입맞춤”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자 대학생이라면 어떨까요. 성인식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인식을 하더라도 술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누군가 성인식을 치르는 이를 따져봅니다. 예를 들어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성인식은 어떤 의미일까요……그것은 축복입니다. 생명의 증명입니다. 아득아득 기어올라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반증입니다.

그리하여 [모즈]는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다.
일드 [MOZU] 원작소설 [모즈가 울부짖는 밤]
여기, 모즈 한 마리가 있습니다. 때까치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이름은 엄밀히 말하여 다릅니다. 모즈는 여러 가지 모습을 합니다. 또 그 모습에 따라 다른 소리를 뱉습니다. 이 소설 속 모즈는 그 모즈와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띱니다. 살인자. 혹은 신가이 카즈히코. 혹은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가 바로 모즈입니다.
여기,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습니다. 공안부의 쿠라키 경부는 폭탄 테러로 아내를 잃습니다. 아내를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사건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쿠라키 경부는 한 사내를 알게 됩니다. 신가이 카즈히코. 그 사내는 “아마도” 아내를 죽였을 것입니다. 폭탄을 쓴 살인마.
여기, 형사가 있습니다. 독종입니다. 가족에게 버림받더라도 신념을 관철하는 사내입니다. 그 사내가 맡은 사건이 바로 이 폭탄 테러입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자신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은 두 명의 사내가 나타납니다. 모즈, 그리고 쿠라키 경부.
이 세 사나이는 그렇게 폭탄테러에 뛰어듭니다. 그리고 진상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 모즈입니다.
소설도 드라마도 같은 구조로 진행됩니다. 헌데 소설과 드라마는 그 구조가 같다면 같고 다른 것이, 바로 그 이야기의 “서술방식”입니다.
드라마는 영상미학입니다. 보는 것만으로 이해가 됩니다. 때문에 영상은 빠르고 보다 자극적으로 화려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소리를 들려줍니다. 모즈의 울음소리를.
책은 다릅니다. 영상도 소리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가 보는 것은 글자뿐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 글자를 이용하여 마치 하나의 영상을 보는 듯 오감을 자극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숨은, 어쩌면 모즈의 본능과도 같은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그러하지 못한다면 책은 살해당할 겁니다, 바로 모즈에게.
그리고 이 책 『모즈가 울부짖는 밤』은 그 놀라운 울음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새벽, 불 끈 방에서 책을 들었습니다. 저는 책상에 앉으면 바로 맞은편으로 커다란 창문이 보입니다. 그 창문 너머는 밖입니다. 어둠입니다. 저는 그 앞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책 속의 모즈가 이곳에 찾아올 것만 같아 창문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때문에 커튼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장을 덮을 때까지는 모즈를 혹여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한 밤 중, 불을 끄고 이 책을 들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디선가 모즈의 울음소리를, 그 날갯짓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그 소리는 여러분 안의 모즈가 꿈틀거리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