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삼셩긔봉 : 현대어본
임치균 외 엮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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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가장 지루한 시간은 한문이었고, 그 다음으로 지루한 시간은 문학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고시조며 고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도대체 저놈의 것들이 나중에 내가 사회에 나가서 무슨 도움이 될까?”싶은 생각이 들었습죠. 하지만 자라 보니 그런 것들이 필요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 참, 희한한 일입니다. 때문에 어른들은 늘 나중에 무슨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적을 만들지 말고, 언제나 지금에 충실하라.’고 귀가 따갑도록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한조삼성기봉을 만나다

여러분은 장편소설 한 권이 원고지로 어느 정도의 분량인지, a4용지로 따지면 어느 정도 분량인지 혹시 아시나요? 대략 800장에서 1200장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700장부터 2000장도 한 권으로 나오곤 합니다.

예전엔 달랐나 봐요. 이 책, 한조삼성기봉은 무려 1414책이었던 것을 단행본 한 권으로 묶었습니다! 책 두께로 봤을 때엔 요즘 나오는 장편소설 한 권 정도 분량인데 참 신기합니다. 그리하여 따져 보니, 조선시대에 나오던 소설 한 권은 지금의 한 권과 그 기준이 많이 달랐다는 생각에 미칩디다.

그렇다면 당시 이 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가만히 혼자 따져보자니 자연스레 세로쓰기 된 옛 한글로쓰인 고전소설들이 떠오르네요. 아하! 그 때엔 판형이 컸다. 게다가 글자도 컸구나! 그래서 한 권의 분량이 지금보다 훨씬~ 짧아도 두께감이 있었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저는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 14권으로 나왔을  한조삼성기봉을 펼쳤습니다.

한조삼성기봉은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는 한조삼셩을 기반으로 옮긴 소설이죠.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산림처사 위성입니다. 위성은 당나라 현종 시대의 산림처사, 이른바 낙양 운수동에 숨어 사는 작자입니다. 이 위인은 자식복이 없는 것빼곤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겐 조희(趙熹지명(池明설흠(薛欽)이라는 죽마고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게 자식복이 생깁니다. 한나라 시대 비운의 여인, 곽황후 덕(?)입니다.

곽황후는 비극의 주인공입니다. 한나라 시절, 광무제를 헌신을 다 바쳐 모셨건만 광무제는 곽황후를 폐출시키고, 태자는 동해로 내쳤습니다. 사랑하던 후궁 음여화를 황후에 앉히기 위해서였죠. 곽황후는 죽고 나서 하늘에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이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윤회를 부탁합니다. 그 윤회란, 이번엔 곽황후가 남자가 되고, 광무제와 음여화가 그의 부인이 되는 윤회였습니다.

​옥황상제는 뜻밖에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현재의 당나라 문제 때문입니다. 당나라 왕 현종이 양귀비에게 홀려 정줄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이 상황을 해결하고 당나라를 제대로 이끌 왕이 필요했거든요그리하여 옥황상제는 이 곽황후의 말을 들어 곽황후를 당 현종의 아들로, 광무제는 조씨의 아름다운 딸로, 음여화는 설흠의 딸로 아주 못생기게 태어나게 만듭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환생한 곽황후와 이 두 인물,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과정이 서유기 저리가라 싶게 액션과 요술이 난무하고, 측천무후가 떠오르게 여자들의 질투가 펼쳐진다, 이 말이죠. 더불어 그 과정을 보다보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혹시 저렇게 남에게 나쁜 짓을 해서 원한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실수 한 적은 없나."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잘못한 것만 생각나니 이것 참, 윤회하면 큰일입니다.

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자.

실 저는 이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습니다(!) 중간 중간 유치하다 싶은 부분을 그냥 두고 보더라도, 아 장면 연출이 어찌나 즐겁던지. 고전소설이라고 하면 펴자마자 잠이 들 줄로만 알았는데, 이 소설은 펴는 순간 집중을 하게 되더군요. 특히 전철에서 보면 저도 모르게 침을 질질…… 뭣보다 인과응보의 주제가 이토록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오래 전, 구중궁궐의 한 풍경을 떠올려 봤습니다. 후궁들이 밤늦게 잠은 자지 않고 나란히 이불을 덮고 촛불에 이 책을 비춰 보며 안타까워 하고 기뻐하고 낄낄거리는 모습을.

그 모습은, 지금 블로그에서 이 리뷰를 보는 여러분과 꼭 닮지 않았을런지 

끝없는 하늘이시여, 이 무슨 죄입니까?

우리들이 죄가 없거늘

신명께서는 어찌 이런 재앙을 내리시는 겁니까? (419)

 

사진과 함께 보기 : ​http://cameraian.blog.me/150188497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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