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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누쿠이 도쿠로의 진화형 미스터리 미소짓는 사람
최근 북스피어에서 발간한 도로시 L. 세이어즈의 책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에는 에드거 알란 포우가 ‘만든’ 여러 형식의 탐정소설이 나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the mistery of Marie Roget」로 에드거 알란 포우가 적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단편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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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팽이 등장하는 세 번쩨 소설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모방작은 별로 없지만, 비평가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상점 여점원의 실종과 살인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 모음과 그에 대한 뒤팽의 언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 자체에는 사건의 해결이 들어 있지 않고 기실 공식적인 결말도 없다. 물론 매우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실종은 실제 벌어진 사건으로, 장소는 뉴욕이고 메리 세실리아 로저스라고 하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필요한 만큼 각색을 하기는 했지만 신문 기사도 실제 기사다. 포의 글을 실은 신문은 감히 결론까지 발표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나온 이야기로는 포의 논증은 본질적으로 맞았다고 한다. 이 주장이 나중에 반박되기는 했어도 포는, 애당초 스스로 창작하지 않은 실제 문제라는 엄격한 시험에 자기 추리 기술을 쏟아 부은 소수의 미스터리 작가 사이에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PP. 30~31,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위에서 인용한 그대로 이러한 형식의 소설은 소설가, 혹은 기자의 눈을 빌어 여러 목격자나 사건 관련자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이 외에도 잘 알려진 소설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오키상 수상작 『이유』가 있겠습니다. 저는 『이유』를 보고 매우 감명을 받아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하고는 지금까지 왔습니다. 르포르타주 형식은 아니지만 내년에 완성할 생각인 『흰 바람벽이 있어』 역시 그러한 느낌의 사회파 추리소설입니다. 때문에 이번에 출간된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은 서점에 깔리자마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반드시 이 책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누쿠이 도쿠로는 제가 수집하는 책 목록에 속한 작가는 아닙니다. 물론 누쿠이 도쿠로의 책은 대다수가 집에 있었기는 합니다만 주변에 워낙 누쿠이 도쿠로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기에 다 입양보냈습죠.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가 시점이 잘 바뀌는 책을 읽지 못하는데, 누쿠이 도쿠로의 최근 출간되었던 두 권의 책이 모두 이렇게 시점이 잘 바뀌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번 책에는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반쯤은 또 사고 나서 남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잘 둔 덕에 공짜로 얻어 읽었습죠. (흐흐) 그리하여 읽은 결과는? 오늘 새벽에 읽기 시작해서 결국 다 읽고 새벽 다섯 시 넘어 잤습니다. 와, 정말 재미나더군요?

표지를 벗기고 드러나는 다닥다닥 붙은 글자들은 소설의 처음 부분이다. 마치 신문을 보는 듯한 배치를 통하여 이 소설이 르포르타주 형식을 띤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이 이야기는 소설가의 시점으로 여러 이야기를 듣습니다. 시점이 바뀌기는 하지만 『난반사』나 『후회와 진실의 빛』만큼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이 두 작품을 재미나게 읽으신 분이라면 아무 무리 없이 이 책을 읽으실 수 있을 것이요, 굉장히 만족스러우실 듯합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한 남자가 체포됩니다. 남자의 죄목은 부녀살해, 것도 ‘자신의’ 부녀를 살해했습니다. 헌데 그 이유가 기괴합니다. “집에 책을 놓을 공간이 부족해서” 자신의 부녀를 살해했다고 말합니다. 이것 참, 대체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이야기는 그 ‘왜’에서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그리는 누쿠이 도쿠로의 시점은 소설가이자 한 명의 독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모습은 누쿠이 도쿠로의 또 다른 책 『우행록』과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훨씬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습니다. 그 세련됨이 아슬아슬합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사회파 미스터리와 순문학의 중간 닿을 듯 말 듯하다고 하겠습니다. 때문에 이 책의 띠지에 누쿠이 도쿠로의 이런 말이 실렸나 봅니다.
『미소짓는 사람』은 제 작품 중 ‘최고 걸작’이 아니라 ‘최고 도달점’에 이른 작품이에요. 미스터리로서 갈 수 있는 끝까지 가서, 이 이상 가면 미스터리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되는 아슬아슬한 부분의 이야기라는 의미로 최고 도달점이라는 표현을 써봤어요, 미스터리의 틀을 넓히려는 시도를 해 본 거죠. 지금까지 아무도 읽은 적 없는 미스터리일 테니 처음에는 당혹스럽겠지만, 이런 미스터리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며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런 형식은 이미 에드거 알란 포우가 시도한지 한참이 지났으니 아무도 읽은 적이 없는 미스터리이다 라는 말은 조금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누쿠이 도쿠로의 자신감은 작품을 흘러가는 방향을 쫓다 보면 과장이 아니라 당연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 부분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람은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는 줄 알지만 실은 무엇 하나 모르는 것 아닐까. 당신의 이웃이 니토와 같은 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 정체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알았을 때는 이미 일이 터져 버린 뒤다. P.12
~ 하지만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남을 죽이는 인간에게 일 년을 기다리는 것보다 살인이 손쉬운 방법이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니토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이해가 갔는데, 세상에는 살인이라는 금기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결여된 인간도 있다. 그러한 인간에게 살인은 사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 죄악감이라는 억제 장치가 없으면 인간은 얼마든지 쉽게 결단을 내리는 법이다. P.154
~ 아무튼 너무나 니토답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인간이란, 싫어하는 걸 눈앞에 두면 변하는 걸까요. P.246
“최종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결말이 나는 건 픽션 뿐이에요.” (중략) ~살인귀는 물론 가까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실은 모른다고요.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남편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부모는요? 자식은요? 연인이나 친구의 생각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초능력자죠.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 왜 살인범의 심리만은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걸까요?” P.326
~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지니까. 그 눈속임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니토라는 존재에 우리는 이상한 흥미를 보였다. 전부 자신의 불안을 억누르고 싶기 때문이었다. P.338
누쿠이 도쿠로의 글은 예전보다 훨씬 찰집니다. 물론 제가 무척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나 그 정신적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초석이 된 마쓰모토 세이초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나 하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도 하게 됩니다만, 저는 이 작품 덕에 많은 소스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내년에 출간할 책은 이보다 더 재미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누쿠이 도쿠로 식의 자신감을 가슴에 얻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자신감일까요?

책을 모두 읽고 나면 목차의 의미가 새롭다.
이것 역시 또다시 별 다섯이군요.
큰일 났네. 오늘은 리뷰가 죄다 별 다섯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