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거절술 - 편집자가 투고 원고를 거절하는 99가지 방법
카밀리앵 루아 지음, 최정수 옮김 / 톨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엔 시간을 쪼개서 2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갑니다. 책 살 돈이 부족하기도 하고, 원하는 자료가 서점에 없는 경우가 많기도 하여 시간을 쪼개 정독도서관에 들릅니다. 정독도서관, 상당히 오랜만이에요. 한동안 집 근처 도봉도서관만 다녔거든요. 걸어서 40분, 왕복 한 시간 반거리라 운동하기 딱이었는데,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퇴근 길에 정독도서관에 들릅니다. 또 이번에 쓰는 소설의 무대이기도 해서 다니다 보면 예전에 못 보았던 것들이 무척 많이 보이더군요. 낯익은 것들 사이에 숨은 새로운 것들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자료로 쓸 책을 고르는 데에는 제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습니다. 원하는 책을 고르면 그 책의 목차를 보고 몇 부분을 먼저 읽은 후 그 부분 중에 집중적으로 파고들 주제와 관련된 책을 다시 찾는달까요. 그리하여 책을 몇 권이고 고르고 나면 다음은 제가 ‘그저 읽고 싶은’ 책을 고릅니다. 자료책이 세 권이라면 나머지 세 권은 심심풀이 땅콩에 십자말풀이 같은 책으로 세 권. 그리하여 이번에 고른 책 중 하나는 표지부터 빨간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소설 거절술』이었습니다.

 

아, 나도 당해봤어.

카밀리앨 루아의  『소설 거절술』

 

 

카밀리앨 루아의 『소설 거절술』은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와 닮은 꼴입니다. 서술 방식도 ‘살짝’ 닮았고 ‘조금’ 다릅니다. 이 책은 서간문을 모아뒀거든요. 것도 소설을 거절하는 편집자들의 서간문을요! 우와, 개중에는 제가 예전에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며 거절당해 본 방식도 수두룩해서 엄청 웃었습니다. (크크) 이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되는대로 펼쳐서 보여드리죠.

 

 

둘만의 비밀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몹시 당황스러운 일이라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출판사에 투고하신 저자분들에게 편집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알리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원고 검토서를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난

목요일에 그 서류봉투를 건네받았습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 후에 제가 그것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좀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서류봉투를 열고 편집위원들의 검토 결과를 읽어봤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래서 편집위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모릅니다. 대개 무명작가의 첫 소설은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지요. 편집위원들이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어요. 하지만 제가 이 편지를 쓰지

않으면 선생님의 원고 검토 결과는 의문으로 남을 겁니다.

 

제가 부주의로 서류를 잃어버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네, 저는 주의가 산만합니다.

제 상태가 이러니 저도 어쩔 도리가 없네요. 아, 서류봉투가

제 자동차 좌석 밑에 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요! 그곳은 아직 뒤져보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제가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부탁드리는데, 선생님께서는 일단 가만히 계셔주세요.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마시고요.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저는 해고될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의 이해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비밀을 지켜주시길 당부드립니다.

 

(pp.078~079)

 

 

묵묵부답 

... ...

(p.026)

 

 

하이쿠 

 

 

한 원고에서 튀어나온 불완전한 단어들,

양날검이 치켜올라가 베어버린다.

(p.88)

 

 

이 예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 책을 펼치면 순간순간 “풋” 소리가 나오지 않고는 베기지 못할 소설 거절술이 가득합니다. 때문에 큰일났습니다. 이제 소설을 제가 어딘가 보내고 나면 첫 문장만 봐도 알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가 소설을 보낼 때 이 책을 함께 보낼까 합니다. 포스트잇을 추신을 붙여서요.

 

 

추신.

내 소설을 거절하려면 이 책에 없는 참신한 거절술을 써주시오. (煥)

 

 

... ... 음, 이건 혹시 『작가투고술』인가?

나 이거 주제로 한 편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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