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저는 어렸을 때 독실한 크리스쳔이었습니다. 철이 들었을 무렵엔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었고 주변엔 온통 교회 다니는 친구들에 목사님 전도사님 들 뿐이었거든요. 때문에 저는 참 자주 기도를 했었습니다.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던가 동생과 싸웠는데 화해하고 싶다던가 건담 프라모델이 갖고 싶다던가... ...

 

 

저는 지금 절망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어요

우타노 쇼고의 『절망노트』

 

 

우타노 쇼고는 워낙 유명한 일본 미스터리 작가라서 딱히 소개가 필요 없을 듯합니다. 일본 미스터리 좀 읽는다 싶은 분들도, 또 일본 미스터리를 시작하는 분들도 우타노 쇼고는 다들 아시니까요. 그런 우타노 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역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일 것입니다. 이 장편소설에서 우타노 쇼고는 지루한 전개를 완전히 뒤엎는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우타노 쇼고 하면 반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제멋대로 붙였는데요(으응?) 사실 그 이후로 본 작품들 중에는 그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없었습니다. 하여 우타노 쇼고 하면 저도 모르게 “츤데레데레츤데레츤”이라는 말을 하고요. 하여 이번 소설 『절망노트』역시 츤데레의 마음으로 구입하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만큼이나 나오면 외면하기 힘들다니까요 이 아저씨. 흐흐.

  

신에게 빌고 바란다고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도는 일시적인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모든 이는 알고 있다. 반드시 이뤄지리라 기대하고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기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기껏해야 이 세상에 신 따위 없어, 빌어먹을, 하고 욕설을 내뱉는 정도다. p.496

 

 

존 레논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아버지 때문에 숀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의 주인공 다치카와 숀, 이른바 다치숀은 어렸을 때부터 이름으로 놀림을 받았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저도 모르게 구레나가라는 소년 그룹에게 찔려 왕따를 당하게 되고 숀은 이런 자신의 상황을 구해줄 누군가를 바랍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습니다. 숀은 점점 더 어둠 속으로 잠식해 들어가서는 데스노트를 표절한 절망노트를 적습니다.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내용과 어찌하면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을 적는 노트.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숀이 노트에 적은 여러 바람이 묘한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마치 절망노트를 보고 있는 ‘어떤 신적인 존재’가 숀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하여 숀은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절망노트 안에서 비뚤어진 희망을 발견합니다.

  

8월 13일(월)

이름 고레나가 유이치로. 생년월일 1993년 4월 17일. 혈액형 O형. 주소 가타비라 시 미야시타 마을 2-8-7.

제거할 대상은 이 녀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8월 14일(화)

오이네프기프트 님, 고레나가 유이치로를 처단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녀석이 죽을 때까지 매일 기도드리겠습니다.

 

8월 15일(수)

오이네프 기프트님 고레나가 유이치로를 죽여주세요.

 

8월 16일(목)

오이네프 기프트님 고레나가 유이치로를 죽여주세요.

 

8월 17일(금)

오이네프 기프트님 고레나가 유이치로를 죽여주세요.

 

8월 18일(토)

오이네프 기프트님 고레나가 유이치로를 죽여주세요.

 

8월 19일(일)

내일은 전체 소집일. 고레나가의 자리에 국화꽃이 놓여 있기를.

(pp. 278~9)

 

 

소설 속의 숀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증오합니다. 그런 숀을 보면 저절로 입에 “에라이 찌질아. 차라리 가서 찔러 죽여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숀이 점점 불쾌해집니다. 처음에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면 갈수록 숀의 행동들이 어쩌면 그 자신을 왕따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게 된달까요.

  

최근에 본 박하익 작가의 『선암여고 탐정단』에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반에서 왕따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하여 카운셀러가 나타나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봅니다. 한데, 듣다 보니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헷갈립니다. 처음엔 가해자만이 잘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왜일까요, 피해자 역시 무언가 잘못한 것이 많아 보입니다. 와, 너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라고 중얼거리게 된달까요. 또 그런 모습 안에서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아, 그래서 내가 중학교 때에... ...

 

『절망노트』는 이렇듯 청소년의 왕따 문제를 다룬 추리소설으로, 우타노 쇼고의 대표작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닮은꼴입니다. 읽지 않은 분들이 계실 거 같아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나 두 작품 모두 사회의 ‘어떤 부분’을 깊이 있게 접근하여 분석하고 있거든요. 또 그 접근법이 상당히 색다르기도 하고요. 물론 그 전개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꽤 많지만 요즘처럼 인터넷에 모 고등학교의 왕따문제가 대두되었을 때엔 한 번쯤 읽고 우리 모두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망노트 속에 그려진 작은 사회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무척 닮았으니까요.

  

 

꼬리. 1.

이 책의 소제목들은 나중에 알고 보면 재미날 이스터에그랍니다.

 

2. 

매장 노트북의 ㅅ 키가 망가져서 ㅅ 오타가 많이 납니다. 될 수 있는 한 보고 올리기는 하는데 말이죠. 집에 가서 수정해야지 하면서도 일곱 시 퇴근해서 아홉 시 쯤 겨우 쉴 만해져서 글 좀 쓰고 일드 좀 보고 애니도 좀 보고 영화도 좀 보고 리뷰도 쓰고 서평도 쓰고 아이러브커피랑 애브리타운도 하고 친구나 가족과 수다도 떨고.... ... 그러다 보면 까먹고 수정을 못합니다(저 많은 걸 하느라 내가 늘 새벽 두 시 넘어서 자). 그러니까 그런가 보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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