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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싯다르타를 읽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싯다르타 역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두 명의 인물은 서로 다른 삶을 살며 한 가지의 답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여기, 쉴드에도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싯다르타에 등장하는 인물과 마찬가지로 『쉴드』라는 이름의 답을 추구하는 고지마와 기지마가 그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삽니까? 무라카미 류의 『쉴드』에서 자신을 찾다.
기지마와 고지마, 두 명의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두 아이는 이름은 비슷한데 반하여 하는 행동은 전혀 달랐습니다. 콜리를 키우는 고지마는 언제나 방긋방긋 웃는 착한 아이였으나 기지마는 늘 불평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헌데 이 둘은 함께 있을 때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제나 방긋거리는 고지마가 기지마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심술궂은 소리를 해댔습니다. 반대로 기지마는 그런 고지마의 이야기를 방긋거리며 들어줬고요.
“야하!”
면접장에서 기지마가 그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어어!”
고지마도 그렇게 인사를 받았습니다. (p.49)
때문에 둘은 서로의 삶과 스스로의 삶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웃고 있다. 누군가의 신경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 웃는다. 과연 이것이 옳은 삶일까? 나는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 언제나 무뚝뚝하다. 하지만 이런 나 때문에 다른 이가 불편하다면 과연 이것이 옳은 삶일까? 두 아이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갑니다. 바로 뒷 산에 사는 ‘이름 없는 노인’입니다. 그리고 이 노인은 수수께끼와 같은 답을 두 소년에게 들려주며, 두 소년에게 이제부터 펼쳐질 삶에서 ‘쉴드’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살아갑니다. 자신들의 쉴드를 찾기 위하여.
인간은 몸 중심에 있는 부드럽고 연약한 그것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해. 지키지 못하면 소중한 그것은 차츰 딱딱해지고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진 개똥처럼 변해버리지. 그렇게 되면 인간은 화석처럼 굳어서 감정도 감동도 경이로움도 생각하는 힘도 다 읽고 말아. (pp.29~30)
이 책 『쉴드』는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무라카미 류보다 순수합니다. 이야기와 어우러진 하마노 유카의 삽화는 그저 귀엽습니다. 두 소년의 삶과 꼭 어우러진 이야기와 그림은 헤르만 헤세와 파울로 코엘료, 샐린저 등 문학을 통해 구도를 하는 소설가들과 꼭 닮은 꼴입니다. 때문에 놀랍니다.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쓴 그 작가인가 싶습니다. 무라카미 류 하면 떠오르는 퇴폐가 이 안에는 전혀 보이지 않거든요.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 훨씬 소중한 대상이죠.”
그럼, 인생의 전부인가요? 여자가 그렇게 묻자, 고지마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전부는 아니에요. 그 밖에도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죠. 다만 셰퍼드랑 같이 있을 때는 나 자신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무리가 가질 않아요.” (pp.120~1)
하지만 삶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무라카미 류 그대로입니다. 쉴드를 찾는 방식, 그 쉴드에서 많은 것을 깨닫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쩐지 그 안에 제가 아는 퇴폐적인 무라카미 류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싯다르타처럼 말이에요. 세속의 싯다르타와 신성의 싯다르타가 전혀 달라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하나의 뜻을 이루는 그 모습이 기지마와 고지마 안에 있었달까요.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책 안에 든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꼭 어울리는 그림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는 그런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 속에서 뻔한 감동을 느끼고 뻔한 우리를 생각하여 마침내는 뻔하지 않은 미래를 살겠다, 그렇게 한 발짝을 내딛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