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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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3월마다 눈이 옵니다. 벚꽃이 눈처럼 내려 봄눈이라는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눈이 옵니다. 것도 폭설이요. 그리고 오늘 아침 또 눈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데 어머니께서 눈이나 비 온다더라.” 한 마디를 툭 던지시기에 리락쿠마 우산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출근길엔 비도 눈도 오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무언가 섭섭해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을 한 권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육학년도 재미날,

미야베 미유키의 눈의 아이

 

어쩌다 보니 미미 여사의 책들은 야금야금 거의 다 읽었습니다. 그리 잘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미미 여사의 글이 워낙 술술 읽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재미있고요. 때문에 생각합니다. 재미난 소설의 첫 번째 조건은 쉽게 읽힐 것이다.

 

대학 수업 때 그런 말을 듣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적어라.” 술술 읽히는 것과 더불어 재미난 책의 조건이 하나 더 있다면, 보편적인 소재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좋아하는 도시괴담류라던가.

 

미미여사의 현대물, 특히 단편들은 도시괴담을 차용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지하도의 비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편선이고 홀로 남겨져역시 그런 단편들이 섞여 있습니다. 구적초역시 마찬가지로 으스스한 이야기에 초능력까지 더해져 이것 참, 어린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러한 단편들이 단순하게 괴담만 이야기한다면 의미가 없겠다 하겠지만 미미여사의 책은 좀 다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적는 작가답게 괴담 안에 사회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한 괴담은 이야기로써 힘을 갖고 우리에게 재미란 이름으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번 단편선 눈의 아이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초자연현상이 나타납니다.

 

표제작인 눈의 아이에서는 말 그대로 오래 전 눈 내리던 날 살해당한 눈처럼 사랑스러운 초등학교 동창생 유령의 이야기입니다. 이 유령은 왜 동창회에 나타났을까.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장난감은 한 장난감 가게 노인 부부의 죽음과 수수께끼의 귀신 소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라 어쩐지 뜨끔했습니다. 지요코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입니다. 인형 탈을 쓰는 아르바이트가 보통 일이 아니구나 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내면뿐이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p. 123, 돌베개

 

 

돌베개는 북스피어 블로그에도 적혀 있었듯이 미미 여사가 상당히 빠른 시간에 적어내린 단편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간만에 현대물, 눈의 아이 http://booksfear.com/526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탄탄합니다. 너무나 뻔한 설정일 수밖에 없는 공원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여자 유령이야기가 이렇게 색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니! 새삼 필력에 감탄했습니다. 마지막에 실린 성흔은 다른 단편들과 달리 좀 무겁습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쉽사리 던지는 덧글, 리플, 악플 이런 것들이 얼마나 큰일을 일으킬 수 있는가 새삼 깨닫습니다. 때문에 이 단편을 모두 읽었을 때 마음에 묵직한 무엇이 새겨집니다. 말 그대로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의 성흔이 가슴에 내렸습니다.

 

 

자기들만이 진실을 안다고,

정의를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되어 버린다구요.

p. 175, 성흔

 

얇은 책을 훌렁 읽고 나니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여운에 입맛을 다시며 퇴근하다 인터넷 뉴스를 보니 내일은 정말 눈이 온다고요. 하지만 저는 하루 일찍 눈을 만났으니 내일은 눈을 대신할 책을 만나야겠습니다. 예를 들어 눈의 엄마라던가, 미야베 미유키의 아버지라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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