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파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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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이든 소설을 읽을 때면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이 소설을 쓸 수 있을까?”를 가늠한다. 어떤 소설은 “쓸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어떤 소설은 “나는 절대로 못 써!”라고 소리친다. 이번에 읽은 최혁곤 작가의 B파일은 후자였다. 내가 쓸 수 없는 소설 아니, 쓴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려야 쓸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아주 재미난 소설이기도 했다.

 

 

 

내가 쓸 수 없는 소설을 만나다.

최혁곤의 B파일

 

소설을 쓰는 것은 재미나지만 마감은 싫다. 마감이 다가오면 눈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당연히 약속을 잡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더라도 내 ‘알맹이’는 어딘가로 날아가고 없다. 진짜 나 자신은 매우 초조하고 불안에 떨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카운트다운의 모래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이럴 때에 누군가를 만나면 큰 실례를 하는 일이 많아 나는 아예 사람을 피한다. 이러한 마감에 쫓기는, 게다가 아주 자주 쫓기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 바로 기자라는 직업이다. 최혁곤의 B파일은 바로 그 기자들의 이야기다. 기자들(+2)은 의문의 죽음을 목격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그 죽음에 다가가고, 음모를 파헤친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 헌데 이 단순한 줄거리가 결코 단순치가 않다는 것이 이 소설 B파일의 함정이다.

 

일본에는 마쓰모토 세이초가 있다.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라 하겠다. 또 미야베 미유키가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 불리는 소설가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소설가들의 소설을 원하고, 우리나라에는 이런 작가가 없느냐고 묻는다. 나도 그렇게 많은 국내 작가들의 소설을 읽지 않았기에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마침내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네,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최혁곤 작가가 있어요.”

 

그렇다. 이 소설 B파일은 입을 떠억 벌리게 하는 웰메이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속도감은 결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고 이야기의 묵직함은 어디에 비견해야 할까! 아아, 이 소설은 그저 ‘최혁곤스럽다’. 때문에 이 소설은 맛이 있다. 다양한 사회의 맛이, 작가의 시선이 구석구석 배어 있기에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게 한다. 제대로 된 한정식 집에서 으리으리한 밥상을 받은 기분이랄까.

 

B파일의 가장 큰 장점은 리얼리티다. 최혁곤 작가의 기자로써의 이력이 발휘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기자들의 삶이 피부로 와 닿는다. 발로 뛰며 기사를 얻는 기자, 그와 반대로 손가락 하나로 기사를 얻는 기자, 많은 것들과 타협하는 기자, 수많은 기자군상들을 그려낸 러프스케치 안에는 풍부한 현실감이 숨쉬고 있다. 돈과 사회 계급을 생각케 한다. 자연스레 최근 읽은 소설 ‘모피아’를 떠올린다. ‘모피아’ 역시 그러했다.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지배되고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그 이야기가 모피아 안에 있었고 이 소설 B파일 안에 있었다.

 

때문에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났을 때 나는 나 자신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B파일인가,

아니, 

이 사회 자체가 B파일인 것은 아닌가,

라고. 

 

 

추신. 

트위터 탐정 설록수 1차 마감을 무사히 끝내서 잠시 쉬며 (봄까지 마감은 켜켜이 쌓인 상태지만 일단 숨은 돌리느라) 밀린 숙제를 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쓰신 최혁곤 작가님의 새 책 B파일이 너무 안 팔린다는 안타까운 소문(이 무슨!) 을 듣고 몇 글자 읊조려 봤습니다.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사실 아직 B컷 안 읽고 버팅겼는데 바로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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