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랫 패러의 비밀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서평이벤트에 별로 참여를 안 하는 특급변소입니다만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 프리뷰 이벤트에 신청했습니다. 책 제목부터 독특합니다. 브랫 패러의 비밀. 브랫 패러가 도대체 뭐길래(사람인가 아닌가) 또 무슨 비밀이 있기에 이런 비밀이 붙었을까요. 잠깐 들여다 보기로 합니다.


우아한 서러브레드 형 미스터리

브랫 패러의 비밀


사람이 살다 보면 하나 둘쯤 말 못할 비밀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착한 거짓말이든 나쁜 거짓말이든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거짓말을 들은 사람은 진실을 알았을 때 큰 상처나 충격을 받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브랫 패러(사람 이름이더군요) 역시 하나의 거짓말을 가슴에 안고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거짓말.


브랫 패러, 이 청년은 불운합니다. 고아원에 버려진 이후 홀로 자라났습니다. 어디고 정붙일 데 없이 떠돌다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말이 무척 좋아 그렇다면 말을 돌보며 평생 살겠다 생각했는데 그만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앞길이 어찌될지 자신도 알 수 없는 브랫 패러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당신과 꼭 닮은 남자를 안다며, 그리고 그 남자는 ‘죽은 쌍둥이 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순간 브랫 패러에게 유혹이 찾아듭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또다른 누군가를 연기하여 앞길을 찾자는 결심을 해버립니다. 그리하여 그 결심이 성공한 순간 브랫 패러에게 공포가 밀려듭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대체 자신은, 브랫 패러는 무슨 생각이었나? 그런 일을 자신이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나? 애초에 왜 그런 계획에 찬동한 건가? (p.113)


이렇게 켕기는 기분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이 정말 자기 가족이고, 접시 옆에 놓인 선물이 정말 자기 것이며, 정말 자기 생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들에게 축하받는 생일은 참 멋진 것이구나. (p.255)


 

비밀, 거짓말은 처음 할 때에만 좋습니다. 그 순간을 모면한다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남은 것은 죄책감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면, 그 때문에 나를 내쳐버린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입니다. 브랫 패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거짓말을 하여 자신을 잃어버린 쌍둥이라 인정받아 좋아했으나 점차 무거운 죄책감이 가슴을 옭죕니다. 가족들이 자신에게 잘 해줄수록, 그들이 좋아질 수록 브랫 패러는 더더욱 묵직한 죄책감에 억눌립니다. 또 쌍둥이 동생인 ‘싸이먼’이 자신이 쌍둥이 형인 ‘패트릭’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더욱 불안해집니다. 브랫 패러는 이 존재하지 않는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길을 찾습니다. 허나 그리 쉽게 방법이 떠오를 리 없습니다. 그러던 중, 브랫 패러의 머릿속에 의구심이 떠오릅니다.

 

패트릭은 정말, 사고사였을까?

 

이 의문은 브랫 패러에게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점이 됩니다. 그리하여 브랫 패러는 자기 자신이지만 자기 자신이 아닌 ‘패트릭’의 죽음에 접근합니다. 또, 그 접근하는 과정에서 브랫 패러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애써’ 만들어냅니다.


자신이 이토록 기이한 식으로 레체츠에 온 것은 혹시 살인을 밝혀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는 지구를 반바퀴 돌아와 거리에서 로딩과 마주쳤다. 그렇게 기묘한 우연은 운명일 게 틀림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중요한 운명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 와서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운명이었다. (p.354)


그리하여 브랫 패러는 자신(?)의 죽음을 파헤쳐 갑니다. 하지만 브랫 패러의 뒤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


‘브랫 패러의 비밀’은 이처럼 탁월한 기술로 비밀과 거짓말을 다룹니다. 동시에 시대성도 풍부합니다. 영국하고도 전쟁 후(아마도) 서러브레드를 비롯한 명마들을 키우는 아직 근대성을 간직한 시골 가문, 이 가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미스터리라는 형식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냅니다. 특히 가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말들과 그 동작 표현이 압권입니다. 주인공의 미스터리 구조 외에 이 다양하고 역동성 넘치는 상황들, 놀라운 표현들이 ‘브랫 패러의 비밀’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만 하면 곤란합니다. 이 작품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번역투라는 것이 존재하니까요. 때문에 여러분께서는 “오, 우리는 지금 말 구경을 하고 있어.”라는 기분으로 가볍게 이 책 한 권 들고, 담요로 몸을 감싸고, 어디 벽난로 앞에라도 앉아 읽어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그런데 내가 왜 감사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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