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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인간이란 무엇입니까? 음, 너무 난해합니까?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역시 난해합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인간을 흔히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요, 어찌하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불리는 것일까요? 아, 이제 좀 대답하기 쉬워졌군요. 아, 그렇죠. 사회 속에서 살아가니까 사회적 동물이지요.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이 사회가 ‘살 만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를 들어, 이놈의 사회가 살아가는데,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빌어먹을, 먹고 살 돈이 없다면 도대체가 우리는 이놈의 사회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탈출해야 합니까? 그럼 우리는 인간, 그만둬야 합니까? 아 것 참 모르겠네.
왜 우리는 늘 돈이 없는가?
우석훈의 ‘모피아’
저는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초라고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를 좋아합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말 그대로 사회를 들여다봅니다. 강력범죄를 일으키고 그 뒤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의문을 줍니다. 그 의문을 풀이하는 과정을 적은 것이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들입니다. 특히 그 소설들 중 올해 초에 출간되었던 ‘짐승의 길’은 정재계의 흑막 고다마 요시오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 주변의 이야기를 밟아갑니다.
우석훈의 ‘모피아’는 이 ‘짐승의 길’을 닮았습니다. 짐승의 길이 일본의 흑막을 이야기한다면 이 소설은 우리나라의 경제흑막 ‘모피아’를 이야기합니다. 모피아. 왠지 마피아와 어감이 비슷한데요, 맞습니다. 말 그대로 재계의 흑막이라고 할 만한 존재들을 가리키는 단어들입니다. 나라의 경제를 뒤흔드는 재경부 출신인사들이라던가 그 밖에 관련인사들, 국가의 경제를 생각한답시고 대통령조차 좌지우지 하는 놀라운 인물들이 바로, 모피아입니다.
‘한국의 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국의 수많은 경제학자가 학부에서 처음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갖게 되는 질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학도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현장으로 들어가면서 이 질문을 잊는다. p.55
때문에 처음부터 위기의 연속입니다. 첫 챕터 제목부터 ‘왜 우리는 늘 돈이 없는가?’ 하고 강렬하게 밀어붙이더니만 끊임없는 위험을 예기합니다. 2014년 한국에 찾아온 위기가 어떤 것인가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손 쓸 수 없는 위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멍청히 지켜봐야만 하는 무능력함, 그 위기의 뒤에 숨은 것은 모피아였습니다.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모피아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자신들의 세가 약해질까 선수를 쳤습니다.
왜 우리는 늘 돈이 없는가? 간단하다. 돈이 잘못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머니로 들어올 돈이 엉뚱한 곳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TV나 신문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런 걸 바로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사람들은 늘 좌절하고 쓰러지거나 무기력해졌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국의 대통령 특히 야당 출신의 대통령과 그 주변 집단은 집권에 대한 의지는 강렬했지만 통치 의지는 약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모피아들은 강력한 통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출세하겠다는 개인의 욕망과 집단적 통치 의지가 뒤엉켜서 분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들의 의지는 강렬하다. 개인은 실패할 수 있어도 집단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는 모피아! 그러나 그들의 집단적 성공으로 인해 우리는 늘 돈이 없다. p.144
대선을 고작 이틀 앞두고 이런 내용을 보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내가 누굴 뽑고, 어떤 국회가 서더라도 결국 달라지는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찌하여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다행히 통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며 조금씩 헤쳐 나가자고 말합니다. 조근조근 현실적인 방법(음?)을 이야기하며 모피아와 싸우는(음? 뭔가 어감이 묘해)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녹록치 않습니다. 결코 문장이 만만치 않아요. 때문에 현미밥처럼 씹어먹어야 합니다. 질겅질겅 소리가 나도록 질경이처럼 씹어먹는 것도 좋겠습니다. 자, 한 술 떠 먹어볼까요? 냠냠냠, 질겅질겅, 우물우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