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결혼, 남일은 재밌습디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저는 독신주의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혼자 있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일단 잠들기 전 한 시간정도는 혼자 쭈그리고 앉아서 음악을 듣던 일드를 보던 해야 하고(... ...) 우울하거나 글이 안 써지면 핸드폰 던지고 훌렁 배낭 메고 도망쳐야 하고 (... ...) 헌데 결혼하면 미안해지잖아요? 뭐, 이런 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꿈같은 이야기겠죠? 이런 인간이다 보니 딱히 결혼에 관심이 없습니다만, 결혼 이야기는 좋아합니다.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요. 남 일이니까요. 내 일이 아니면 재밌습디다. 크크. 

 

예배당으로 들어가 선배와 종에 매달린 끈을 잡는다. “하나 둘 셋” 기합을 넣고 힘껏 잡아당기니 기분 좋은 울림이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댕... ... 댕... ... 댕... ...

결혼식의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태양빛을 가르며 흔들리는 종을 바라본 뒤 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모쪼록 오늘 하루가 무사히 끝나기를. (p.20)


츠지무라 미즈키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에는 흥미진진한 남의 결혼식이 무려 네 쌍이나(!) 등장합니다. 11월 22일 일요일 아르마이티 호텔 웨딩홀의 골드룸, 로열룸, 에머럴드룸, 펄룸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네 쌍과 그 가족들은 뭔가 다들 사연이 있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방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골드룸의 신랑은 스즈키 리쿠오, 신부는 미타 아스카입니다. 이 신랑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신랑이 본래 록밴드의 보컬이었다는군요? 그리고 신부는 아스카인데... 어라? 이상하네. 뭔가 이상합니다. 뒤로 갈 수록 이 결혼... ... 뭔가 수상한 냄새가 진동을 해요. 킁킁, 이건 무슨 냄새야? 썩은 복숭아 냄새가 나네?! 로열룸은 신부가 묘한 복장을 하고 있어요. 아니 저 파란 윗도리에 노란 치마 거대한 흰 깃은... 백설공주가 아닙니까?! 그런데 신부가 울상이에요. “내 머리띠가 없어졌어!” 백설공주의 포인트인 빨간 머리띠가 없어졌다고 찾아다니네요. 없어진 건 큰일이라치고... 저, 정말 그러고 결혼하시나요?! 에머럴드룸은 이거 뭡니까? 예식장 멘붕입니다. 아니 뭐 이런 신부가 다 있대요? 두 번째 결혼이라는데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들이네요? 게다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아주 달달 볶아요, 직원을. 저러다 직원이 폭발해서 부케라도 신부 얼굴에 던져버리면 대형사고가 나겠는데요? 마지막으로 펄룸 여, 여긴 부, 불륜입니까? 신부가 쌍둥이랍니다. 그런데, 쌍둥이 중 동생이 결혼하는데 언니가 묘한 말을 해요. 시, 신랑이랑 키스를 했다는데요?! 그, 그래도 됩니까?  

 

“마리카... ...”

사람들 눈엔 의좋은 자매로 비쳤겠죠. 동생을 축복하고 행복에 겨워 눈물 흘리는 언니와 고마운 마음에 우는 동생으로. (p.303)


츠지무라 미즈키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는 위와 같은 묘한 네 쌍의 결혼식이 교차로 진행됩니다. 저는 교차진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희한하게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더군요. 아마도 이 책의 각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매력적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작가가 미스터리 구조를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가의 다른 책 츠나구 역시 그러했거든요.

 

츠나구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단 하룻밤, 만나게 해주는 전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편의 연작형식으로 진행이 되는데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흐르고 나면 “아아, 이리하여 이 책은 시리즈가 아니라 연작이었어!”라고 소리치게 된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참으로 구조를 잘 다루는 작가예요. 그리고 이 책, ‘달의 비밀은 뒷면에 부쳐’에서는 그 능력을 여지없이 발휘합니다. 과연 이정도의 작품이니까 일본에서 올해 봄 NHK에서 드라마로 방영할 만했겠어요. 일단 캐릭터가 다채로우니까 홈드라마에 어울리거든요. 또 이 교차진행 에피소드들에는 숨은 잔재미가 꽤나 있습니다. 이야기의 처음을 시작하는 묘한 기호들인데요, 이 기호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각각의 교차진행 에피소드의 화자 성격을 드러내요. 모두 본 후에 이 기호만 모아서 찬찬히 훑어봐도 재미나달까요?

 

그저 재미만 있다면 아쉽겠지만, 이 작품에는 메시지도 있어요. 만고불변의 메시지 말이에요. 그 메시지는 바로,

 

!! LOVE FOREVER !!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한다는 만사형통 대길일.

상담실의 테이블 위로 초여름 볕이 산뜻하게 쏟아진다.

하늘에서 쏟아진 빛이 창문을 통해 들이치니 꼭 마리아 면사포처럼 화사해 보인다.

예배당 웨딩벨이 이곳을 찾는 모든 이를 축복하듯 은색으로 빛났다.

(p.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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