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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ㅣ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나오면 반드시 산다! 예약구매를 한다!' 라는 굳은 각오로 지르는(응?) 책들이 있습니다. 히가시가와도쿠변소라던가 미쓰다신조변소라던가 마쓰모토세이초변소라던가 미미변소, 사강변소, 맥도널드변소, 시마다소지변소...(응? 뒤에 이상한 게 붙었다고? 이해해. 내 애정의 표현이야.) 특히 이번 추석에는 제가 기다렸던 책들이 대거 나와서 와, 추석선물이 제대로 쏟아지는구나! 눈물을 흘리며 좋아했는데요, 아니 이럴 수가! 놓친 신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히가시가와도쿠변소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다음 편이 나왔던 것입니다! 이것 참, 눈앞에 신간이라고 꽂혀 있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워낙 잘 나가는 책이다 보니 스테디 셀러로 1편이 늘 꽂혀 있었거든요. 게다가 책표지 디자인이 똑같을 줄 누가 짐작했겠어요! 세상에나, 달라진 건 '2'라는 숫자에 책 표지 색깔뿐이었어요! 이것 참, 이러셔도 되는 겁니까! 얼마나 기다린 2편인데! 그만 놓칠 뻔했다고요! 그러니 부탁드려요. 2를 잘 보이게 앞에 붙여 주세요! (웃자고 하는 소리)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재벌가 영애 호쇼 레이코 형사와 까칠한 매력이 일품인 독설 집사 가게야마가 등장합니다. 약방의 감초 가자마쓰리 경부도 물론 빠지지 않습니다. 이 멤버들이 사건을 접하고 풀어간다...는 단순한 줄거리는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일종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액자식 구성을 표방합니다. 가자마쓰리 경부와 호쇼 형사가 함께 사건을 접합니다. (수수께끼 제시) 사건을 전개시키고, 호쇼 형사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본래의 으리으리한 부잣집 영애로 돌아가 우아하게 저녁식사를 하며 낮에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집사, 가게야마에게 들려줍니다. 직장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그리고 가게야마는 이 이야기를 듣고... ... 독설을 내뱉습니다.
"잠깐 기다려! 누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고 했어? 이번 사건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야. 마궁에 빠지는 건 나중 얘기야."
"미궁에 들어간 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이나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나 결국 똑같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그건 그럴지도... ... 하지만 싫어! 절대 안 할 거야! 이유는 알겠지!"
레이코는 고개를 픽 돌리듯이 소파에서 몸을 비틀었다. 가게야마는 은색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말했다.
"혹시 아가씨는 제가 아가씨의 이야기를 듣고서 또 늘 그렇듯이 '멍청이'라는 둥,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느냐'라는 둥, '레벨이 낮다'라는 둥, '빠져 있으라'라는 둥, 마음대로 무례한 발언을 연발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 ..."
아니, 추측이고 뭐고, 이미 신나게 연발하고 있다고! (p.47)
그러고는 어마어마한 추리를 하여, 다만 '들은 것만으로' 범인을 찾아내거나, 트릭을 깬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의 제목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입니다. 올해 초에 방영된 드라마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결정적인 대사를 덧붙입니다. "아가씨,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하지요."
2편 역시 특이한 사건들이 즐겁게 독자를 찾아갑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를 미리 접한 분들이라면 익숙할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완벽한 알리바이를 원하십니까?'에서는 드라마에서 첫 화를 장식했던 소재이기도 한 '알리바이 깨기'를 선보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살인할 때는 모자를 잊지 마시길'은 말 그대로 살인현장에서 사라진 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세 번째 이야기 '살의 넘치는 파티에 잘 오셨습니다'는 참으로 영상적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드라마로 보았을 때에도 감탄했지만, 소설로 보아도 눈앞에 그 광경이 어른거리더군요. 오, 석양 속 빛나는 그대의 정열! 그리고 네 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심란합니다.
사건은 십이 월 이십사 일, 식탁에서 일어났다. 그때 호쇼 가의 외동딸인 레이코는 새끼양의 냉온 로스트와 오리고기 소테, 참돔 카르파초, 렌즈 콩 수프에 특제 프렌치토스트라는 평범한 아침식사를 들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상적 광경에 갑자기 균열이 생겼다. 계기는 레이코의 옆에 대기하는 충실한 시종인 집사 가게야마의 섬세함이 결여된 한 마디였다.
"아가씨, 오늘 저녁의 일정은 어찌 되십니까?" (p.185)
네 번째 에피소드 '성스러운 밤의 밀실은 어떠십니까?'에서는 아아, 크리스마스는 형사에게도, 집사에게도, 대단한 아가씨에게도 골치아픈 명절이야!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쩌지! 적어도 살인은 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게 하고, 다섯 번째 이야기 '머리카락은 살인범의 생명입니다'에서는 제목의 의미가 깊습니다. 보고 나면 "오호라, 정말 그렇네?"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여섯 번째 이야기는 '완전한 밀실 따윈 없습니다'에서는 제가 뒤집어지게 크게 웃은 세 줄이 나옵니다. 359쪽의 세 줄입니다. 읽으시는 분들은 꼭 제가 웃은 부분을 발견하시길 빕니다.
이상,
매장에서 책 다 읽자마자 쓴 서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