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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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처럼 살았더군요. 허나 저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관리'였'거든요. 그랬습니다. 저는 관리였습니다. 그저 평생동안 모든 것을 베껴쓰기만 하였던 관리.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렇게 제 의견을 전하기 위하여 편지를 쓰다니, 너무나 낯섭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능동적으로 당신에게 편지를 적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제 스스로 이렇게 무언가를 적으려 들다니, 이것 역시 외투의 힘일까요.

 

그리하여 내가 편지를 씁니다.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일전, 누군가 저에게 큰 호의를 베풀어 다른 일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준비된 서류를 다른 관청으로 보낼 연락문서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너무나 단순한 일일 테지요. 제목을 바꾸고 군데군데 동사를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바꾸면 끝이었습니다. 허나 저는 몸둘바를 몰라 했습니다. 아카키의 자식 아카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고작 9급관리관이었습니다. 평생토록 베끼는 일외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고, 자신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결국 저는 애원했습니다.

 

"못하겠어요. 차라리 뭔가를 정서하게 해주세요." p.16

 

라고요.

그런 제가 지금 당신에게 편지를 남기다니.

 

모든 것은 외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오래 입은 탓에 외투가 낡아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어졌습니다. 때문에 저는 새 외투가 필요하였고, 그러기 위하여 80루블을 모아야 했습니다. 헌데 그런 큰 돈을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저는 아끼고 또 아꼈습니다. 신발이 닳을까 바닥에 닿지 않도록 살금살금 걸어다니고 속옷이 바스라질까 빨지도 못했습니다. 당연히 저녁식사는 꿈도 꾸지 못하였고요. 그렇게 마침내 아끼고 또 아끼어 새 외투를 얻었을 때의 기분이란!

 

사랑이 이럴까요,

세상이 이럴까요,

행복이 이럴까요,

자신감이 이럴까요,

저는 이 모든 '이럴까요'의 해답을 외투에서 찾았더랬습니다. 추위에서 영원히 절 지켜줄 이 외투, 제 모든 것을 바친 이 외투는 그토록 원하던 운명의 짝이었습니다.

 

허나 하룻밤의 물거품이었습니다.

 

반려처럼 나를 감싸주었던 외투는 내 곁에서 바로 떠나가버렸습니다.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 모든 것을 담은 외투였습니다. 도대체 이 외투를 어디서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 때, 누군가 저에게 당신을 찾아가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은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잃은 이깟 외투쯤 금세 되찾아줄 수 있을 거라고요. 그리하여 저는 당신을 찾아갔습니다. 당신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애타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당신은 저보다 높은 사람이니까요. 힘이 있으니까요. 차가운 바람에게서 절 지킬 방법을 알리라고, 저를 도와주리라 여겼습니다.

 

"당신이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아오?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나 아오? 당신은 알고 있소? 알고 있느냐고?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잖소." p.57

 

헌데 당신은 나에게 소리 질렀습니다. 나를 매몰차게 내쫓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얼어죽었습니다.

 

 

얼어죽은 내가 원하는 것은 여전히 외투였습니다. 그저 내 몸에 맞는 외투를 찾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만, 사람들의 외투를 빼앗았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전 외투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렇게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적기로 하였습니다. 살아서도 단 한 번도 적지 못하였던 편지를 죽고 나서 귀신이 되어서야 적기로 하였습니다.

 

저 수많은 외투에, 저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뺏은 외투의 등짝에 이렇게 편지를 적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바라고 또 바라옵기를 당신의 손에 이 편지가 닿기를.

그리하여 당신의 손에 있는,

허나 당신은 모를 내 몸에 딱 맞는 그 외투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옵는 것이었습니다.

 

'외투'의 작가 작가 니콜라이 고골은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창시자라 불리고, '외투'는 특히 토스토예프스키 등 문학의 거장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단편이며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정국이 불안정하고 "도대체 믿을 놈은 누구야?"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더더욱.

 

그리하여 혹여 관심이 생기셨다면 읽어보시기를.

그리하여 이 책을 선물해주신,

언제나 제 팬을 자청하시며 책을 한 박스씩 부쳐주시는 네이버 자음과모음 카페의 차가운피부 님께 감사드리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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