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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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고백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고백을 했다. 차였다. 잘됐다. 고백을 받았다. 찼다. 잘됐다.

헌데 말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것뿐인가요?

좀 더 있지 않았나요, 고백에 대한 경험?

 

그래요.

 

망설임.

 

우리는 고백을 한다, 안 한다의 망설임을 고백보다 더 많이 경험해 봤습니다.

 

 

 

나는 '망설임'을 고백한다

차영민의 '그 녀석의 몽타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상대방에게 고백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참으로 즐겁습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고, 어떤 물건을 보아도 그 사람 생각이 납니다. 처음엔 딱 좋습니다, 이 상태가. 헌데 조금만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불안해집니다. 나는 이 사람이 좋은데 상대방은 날 싫어하면 어쩌지? 이런 감정을 들켜서 멀어지면 어쩌나, 근심초조불안으로 우리의 얼굴을 헤쓱해집니다.

 

늙습니다, 정말.

 

이 소설 속의 주인공 안동안은 사랑의 씁쓸함을 느낄 여유도 없이 이미 늙었습니다. 오죽하면 이름이 안동안이겠습니까. 고작 열일곱밖에 안 된 녀석이 겉보기엔 서른 다섯, 버스도 맘대로 못 타고, 여자한테도 이놈의 얼굴 때문에 차입니다. "아아, 늙는 게 죄란 말인가! 늙으면 사랑도 못한단 말인가!" 안동안이 흥분해서 말을 해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이런, 이런. "그래, 니 얼굴이 죄다. 좀 가꾸지 뭐했냐?"라는 핀잔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이야기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엔 꽤나 노안이었습니다. 왠만한 사내들보다 키가 큰 데다, 몸무게도 무척 많이 나가서 사복을 입고 다니면 아무도 청소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고등학생 때엔 머리를 짧게 잘랐더니, 화장실 갔다가 "왠 사내가 여자화장실에 들어왔어!" 소리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미녀작가 소리를 반농담으로 들으니까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 때엔 심각했습니다, 정말로요.

 

때문에 이 소설 속 안동안의 사연에 무척이나 공감했습니다.

특히 안동안의 사랑에 대해서요.

 

"안동안, 네가 사랑을 알아? 하긴, 네가 사랑을 뭘 알겠어. 나처럼 나이 들어봐야 쌉싸래하고 지독한 사랑을 느껴볼 게다. 사랑은 원래 아프고 또 아픈 것이야. 어휴, 시바."

삼촌이 내게 사랑이 뭔지 아느냐고 묻는다. 사랑, 나도 잘 안다. 솔직히 내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장담한다. 물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쩌면 평생 완성되지 않을 반쪽짜리 짝사랑이지만, 내 사랑은 삼촌처럼 단물 쪽 빠지면 뱉어버리는 껌처럼 단순한 사랑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주인공이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게 살짝 흠이라면 흠이다.

 

p.29

 

 

안동안은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지도 못하고 차입니다. 또 좋아하게 되는 여자한테도 쭈삣거립니다.

 

헌데 말이에요, 보면 볼수록 안동안이 참 매력있습니다. 얼굴 외엔 참 괜찮아요. 왠만한 어른보다 나아요. 사고뭉치 삼촌보다, 가끔 철없는 짓을 하는 부모님보다 생각도 깊고, 여자 지켜줄 줄도 알고.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자꾸만 안동안을 응원하게 됐습니다. 시끄럽고, 얼굴은 서른 다섯이 되어 보이는데다, 자기 얼굴 때문에 너무 기가 죽어서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조차 못하고 움찔거리는 안동안을요. 그리하여 저는 이 책을 보며 안동안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한참 생각했는데요, 놀랍게도 뒤에 정말 그 말이 나왔습니다.

 

어떤 말이었냐고요?

323페이지부터 읽어보세요.

 

 

 

 

 

 

 

여담.

 

제가 이 책을 받고 나서 작가한테 한 말이 있습니다.

 

"난 책 받는다고 해서 다 서평을 쓰진 않는다. 재밌어야 써."

 

사실입니다. 전 상당히 귀찮아 하는 인간입니다. 특히 마감이 닥쳐오면 더더욱. 헌데 이 책은 읽어가면서, 점점 서평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할 이야기가 자꾸 생긴달까요. 무엇보다 이 책을 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었습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인데요, 이 책 역시 어떤 의미의 청소년 소설입니다. (읽은 분들은 동감할 테죠?) 헌데 이 책, '그 녀석의 몽타주'와 이 책이 참 닮았습니다.

 

문체가요.

 

저 역시 예전엔 꽤나 수다스러운 문체를 썼었습니다. 대학 때 선생님꼐서 "이건 수다문학이다, 수다문학"이라고 웃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나더군요. 작가의 나이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 '그 녀석의 몽타주'의 작가 차영민은 아직 스물 넷, 젊습니다. 허나 오랜 시간 습작을 하였기 때문일까요, 참 문장이 탄탄합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다스러운 문체는 사실 가끔, "야 적당히좀 떠들어!"라고 짜증을 낼 뻔했지만(후후) 그건 조너선 사프란 모어를 보면서도 느꼈던 거니까 뭐,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차영민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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