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리 밝힙니다.

주인공 히메카와 설정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만,

일본드라마를 미리 보신 분이라면 전혀 상관 없을 스포입니다.

 

 

 

저는 저녁 여덟 시에 퇴근합니다. 집까지는 아무리 빠르게 잡아도 한 시간 반이 족히 걸립니다. 역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빠르게 걸으면 10분입니다. 때문에 건강을 생각해 웬만하면 걷고 싶은데... ...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 골목, 어둑한 길 어딘가에서 누군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급히 걷습니다. 특히 치마를 입은 날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치마를 입었을 때 치한을 만난 적이 몇 번이나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늘 어떻게 도망쳤지만, 저는 늘 두려웠습니다. 때문에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누군가에게 말했습니다. 이러이러해서 치한을 만났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말하더군요.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까 그러지. 그건 말이야, 남자보고 덮쳐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첫장을 펼치면 회색 세상이 열린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이 세상의 의미가 새삼 와닿는다.

 

 

 

반은 농담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 말을 듣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버렸습니다.

 

어쩌면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다 내탓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치마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그때문일까요, 저는 한동안 치마를 전혀 못 입었었고, 지금도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이 두려워 아래에 쫄바지, 요즘말로 레깅스를 꼬박꼬박 챙겨입게 되었습니다.

 

 

 

 

 

 

 

 

표지를 펼치면 온통 회색 세상 속에 적색 딸기가 떠 있다.

너무나 외롭게, 홀로.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주인공 히메카와는 저와 같은 과거, 아니 훨씬 더 심한 과거가 있습니다. 그녀는 치한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도망치지 못했고, 겁탈을 당했습니다. 칼에 찔렸습니다. 그녀는 웃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 ... 이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 콘스탄쯔 이야기처럼.

 

 

네이버 웹툰 콘스탄쯔 이야기 :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140444

 

 

 

네이버 웹툰 콘스탄쯔 이야기는 한 소녀가 강간을 당한 후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립니다. 또 최근 나온 이재익 님의 소설 41은 실제로 일어났던 성폭행 사건을 다룹니다. 두 형사의 시선으로 한 사건을 파고듭니다.

 

하지만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둘 중 어느 것도 아닙니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주인공 히메카와는 강간사건의 피해자인 동시에, 형사로 등장합니다. 강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형사가 수수께끼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어느날 발견된 수수께끼의 변사체, 참흑한 변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곧 수사본부를 차립니다. 뛰어난 형사들이 뛰어들고 그 중에는 주인공 히메카와도 있습니다. 히메카와는 탁월한 직관력을 발휘해 사건을 차츰 해결해가고, 동료 형사들은 의아합니다. 도대체 그녀는 어디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떠올릴까. 근거는 무엇일까. 그녀의 생각이 떠오르는 원천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의 생각이 옳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직관은 맞았고, 불안불안하지만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집니다.

 

저는 이 소설을 드라마로 먼저 봤습니다.

 

 

 

 

 

 

 

 

뒤의 해설에 보면 작가의 가상캐스팅이 쓰여 있다.

이 가상캐스팅과 드라마캐스팅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때문에 줄거리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사실 그닥 기대는 안 했습니다. 드라마 자체는 그렇게까지 와 반전이 대단해! 오옷, 이 사람이 범인?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소설은 달랐습니다. 영상에서 훤히 보였던 그 수많은 힌트들, 클리셰가 될 것들을 작가는 솜씨좋게 이곳저곳에 숨겨두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작가의 능력은 더더욱 월등히 드러나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 최근 썼던 '3분'에서 문제시되었던 '전개의 필요충분조건'이 이 소설 속에 있었거든요.

 

또,

 

드라마 속에서 보았던 감동을 다시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웃었다!

 

레이코가 내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필요할 때 쓰려고 간직해 둔 실수담 '나를 체포하다'에 웃었다!

 

기쁘다!

귀엽다!

레이코의 웃는 얼굴은 정말 귀엽다!

 

말도 조금 했다!

 

해냈다!

해냈어, 레이코!

 

오늘은 최고의 날!

 

p.208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이 장면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처럼 이 부분에서, 연이어 이어지는 수 장의 페이지에서 분명 눈물을 터뜨릴 거예요. 전 그랬습니다. 오늘 밤, 밤길이 무서워 들렀던 카페에서 읽다가 그만... ...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러고는 용기를 내 카페를 나섰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15분을 시작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두려움은 네 마음 속에 있을 뿐이야,

라고 자신에게 속삭이면서.

 

네이버 블로그 본관은 이쪽 :

http://cameraian.blog.me/130139833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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