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 살인을 위한 살인
손선영 지음 / 손안의책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당신은 살인을 꿈꿉니까? <합작 - 煞人을 위한 殺人> 서평


나의 어린 시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지냈다, 가 아니라(난 여자라고. 그러니까. ㄱㅡ)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관련된 일이 많았다는 뜻. 중학교 때였나, 영화로 먼저 봤고, 영화에서 엄석대 역할을 맡은 홍경인에게 감탄했었다. 어쩜 저리 연기를 잘 할까,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 궁금했었더랬지. 그러고는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잠깐 동안 연극반 활동을 할 때 받았던 대본이 바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돌아가며 대본을 읽으면서도 예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은 여전했다. 마치 제 5공화국의 축소판과도 같았던 한 교실에서 공포정치로 모두를 사로잡은 엄석대와 그에 사로잡힌 반 친구들, 이들의 모습은 주변을, 세상을 보는 시각을 조금이나 바꿔주었는데.
합작도 그러했다.

손선영 님의 합작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공포정치를 펼치는 한 명의 총통과 그 아래서 떠는 국민들의 모습을, 한 명의 광인에게 사로잡힌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고문과 협박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비뚤어진 관계는 마치 이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듯한데.
그렇기에 손선영 님의 합작은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라 부를 수 있겠는데, 그 구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독후감을 올렸던, 사회파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기묘한 조합이었던 시마다 소지 님의 ‘기발한 상상이 하늘을 움직인다’라든가 모리무라 세이이치 님의 ‘여자 마루타’처럼 이 이야기는 사회를 반영하고, 그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게 한다.

도대체 살인이란 뭘까. 어째서 사람은 살인을 하는 것일까. 이 주제는 선사시대 때부터 이어진 미스터리이리라. 이 책은 그 의문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에서 우리는 경악하고, 약간은 동정할 수 있다. 살인을 위한 살인이기에. 허나 살인에는 이유가 있어도 살인이다. 어떤 이를 죽이더라도 살인은 살인이며, 그 죄는 죄로써 용서받을 수 없다. 죄를 짓고, 그 죄인을 단벌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존속되기 때문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법이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렇듯 살인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난 이런 책이 좋다.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쉬었다 가고, 지금, 현재의 사회와 비교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 즐거운 과정인데.

보통 이런 식의 이야기를 접하면 ‘지루하겠는데, 재미없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다. 실제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 문장이 무거워지고, 중간중간 하품이 나오게 마련이다. 또, 처음부터 읽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책장을 펼치지 않게 된다.
허나 이 책은 달랐다.
나는 책을 사거나, 누구에게 선물받거나 하면 일단 혼자 읽다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함 읽어 봐.”라고 슬그머니 잠시 맡겨 본다. 5분, 10분 쯤 맡기고는 읽는 속도라든가,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관찰한다.
어떤 책들은 한 장도 안 넘기고 돌려받고는 “야, 이게 뭐야. 재미 없잖아!” 소리를 듣고, 어떤 책들은 “나 이것 좀 빌려고 돼?”라는 소리를 듣는다.
합작은 어떠했느냐.
말없이 다음 장을, 또 다음 장을 넘겼다.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좋은 징조다, 라고 생각했다. 허나 2장을 보여주었을 때 그러했기에, 뒤쪽은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왠 걸, 뒤쪽이 더 좋았다. (경과는 이쪽 확인. http://cameraian.blog.me/130106836350 )

뜻밖의 횡재였달까, 덕분에 당당히 올해 읽은 책들 중 베스트에 등극했다. 일주일 동안 꽤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고, 또 자신 있게 주변에 추천할 수 있는 책을 찾아 흡족했달까.

이번 봄에 지를 책들이 많으시리라. 장바구니에 담긴 책들도 많으실 것이고. 허나 아직 망설이고 있고, 정말 재미있는 책을 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소설
합작 - 살인을 위한 살인을.



꼬리.
난 이 책의 제목이 합작 - 살인을 위한 살인 보다는 ‘살인을 위한 살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합작’이라는 단어가 앞에 달린 이유는 알겠지만, 역시 뒤쪽이 임팩트가 강하달까.


이상 kgb 레몬 마시며 쓴 독후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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