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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1. 스포 없는 서평.
이 책의 감상을 한 단어부터 열 단어까지로 써봤습니다.
1. 봐.
2. 봐라.
3. 보라고.
4. 보라니까?
5. 말 참 안 듣네.
6. 싫음 니 손해고.
7. 나도 이제 귀찮다.
8. 그러고도 오덕이냐?
9. 니가 미스터리를 알아?
10. 안 읽고 후회한다 에 백 원.
이래도 안 읽을 자신 있으면, 아래 서평을 봐도 괜찮습니다.
오, 당신은 진정한 용자.
(왠만하면 읽고 보지, 서평.)
2. 스포 ‘좀’ 있는 서평.
작년, 여러 인연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깊고, 왠지 모르게 자꾸만 구박을 하고 싶고, 만나지 않아도 딱히 걱정이 안 되면서, 또 만나면 어제 만난 사람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바로 트위터 일미당 당주 김선주 씨다.
나 참, 이 아가씨랑 이렇게 친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아가씨랑 뭔 짓을 하고 다녔었는지 시시콜콜 늘어놓으면 다들 미친 듯이 웃다 쓰러지리라.
왜 서두부터 김선주 이야기를 꺼냈느냐, 이유는 단순하다. 이 아가씨가 준 책들 중 한 권인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소설 ‘여자 마루따’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보는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책장 바스라워질까 걱정스러워 덜덜 떨며 넘겼다.
맨 뒷장 판권 페이지를 확인하니, 자그마치 발간년도가 1989년!
‘여자 마루따’는 731부대의 진실을 사회파 미스터리로 풀어낸 걸작으로, TBS에서 전국 방영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 이 소설을 발표할 당시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여자 마루따’를 통해 일본인이 결코 정면으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질렀던 세균부대의 만행을 고발했다. (뒤에 해설을 보니, 실제로 시마다 소지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이야기를 하며 사회파 미스터리의 부흥을 이야기했더라. p.516)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여자 마루따’가 중국에 있었던 731 부대의 세균인체실험 이야기라면,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조선에서 러시아,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지리멸렬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우리 조상의 이야기다. p.503의 요시키 형사의 말 ‘그 심정 나도 아플 정도로 잘 알아. 물론 당신이 겪은 고통의 극히 일부를 아는 것뿐이겠지만. 그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이 아니라고 당신이 나를 꾸짖을 것 같지만.’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 한편에 잠들어 있는 애국심이 파르르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다.
동시에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본격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달리는 열차에서 사라진 살인자의 이야기는 ‘열차시간표트릭’을 연상케 하고, 달리는 열차에 갑작스레 나타난 춤추는 피에로와, 움직이는 목 없는 시체의 미스터리는 괴기트릭으로 손색이 없다.
물론, 다른 분들이 서평에 적었듯 트릭은 지금 우리가 보기엔 너무 쉽다―우린 너무나 많은 코난을, 김전일을 만났으니까!
표지를 벗기면 이런 모습. 재질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음각으로 새긴 그림이다. 전철에서 볼 때마다 사람들이 ‘저 책 좀 멋진데...’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훗.
반전이 아쉬워서 못 읽겠다 싶어도, 이 책은 읽어야만 한다.
애국심에 호소해서? 맞다.
과정이 중요해서? 맞다.
재미있으니까? 맞다.
이런 이유가 다 수긍이 안 되어도 읽어야 한다. 집안에 두자.
왜냐고?
가장 단순한, 당신이 진정한 일미오덕이라면 무릎을 칠 이유를 대주지.
그래야,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 시리즈가 나올 테니까! 많이 나올 테니까!
요시키 형사 시리즈를 더 보고 싶은가? 이 책의 뒤편, 혹은 앞편을 보고 싶은가? 그럼 사라. 읽어라. 주변에 재미있다고 소문내라.
책을 만드는 건 출판사이지만, 다음 책을 내게 하는 건 독자다. 시리즈를 내게 하는 건, 지금 이 서평을 읽고 책을 구입하는 당신 손에 달렸다.
질러!
자주 지름신이 내려도 좋습니다.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