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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을 고치는 암 의사입니다
이병욱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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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수명이 늘어가고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의 진단도 많아짐에 따라 암으로 투병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어느 가정이나 가족이나 친척 중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을 것이다. 나또한 그랬기에 암에 대해 좀 관심도 있고 나 역시 오래 살게 되면 암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암환자나 보호자여서가 아니라 언젠가 닥칠 수도 있을 일이라고 여겨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의사생활의 첫 15년간은 유능한 외과의사로서 수 천 건의 암환자 수술을 집도하였고 결과도 좋았지만, 메스가 만능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어 이후의 15년간은 보완통합의학적 입장에서 면역항암요법가로서 임상진료를 해왔다고 한다. 
책 처음에 나를 포함해 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예방에 대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메세지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몸속에 암 작동 스위치를 안고 사는데 '굳어진 습관'(음식/불규칙한 습관/불평과 불만 같은 나쁜 감정)으로 인해 이 스위치가 작동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몸은 총 70조~2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강한 사람에게도 하루에 5천~1만개의 암세포가 생겨나는데 나머지 97~100%의 건강한 세포가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초기에 수술로 완치 가능한 암이라면 수술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암 극복에서 최상의 전략은 암과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암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어떤 자세로 임할지 환자와 보호자 면에서 기술해 놓았다. 좋은 의사를 선택하는 방법, 환자들의 5기 건강법, 암을 이겨낸 사람들의 공통점, 몸만 고쳐서는 안 되고 전인적인 치료/관리가 필요하다다는 것, 면역치료에서의 원칙,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설명, 암에 대해서 하루 종일 생각하기 보다는 취미/봉사/신앙으로 뭔가 시간을 충만히 채울 수 있는 것을 찾으라는 것 등등이 나와 있다. 저자 역시 화병으로까지 갈 수 있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통해 내면을 잘 다스리면서 변화할 수 있었다고 하며 환자들에게 예술 치료를 권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암 치료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암 환자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따스한 분위기로 암환자와 보호자에게 실용적인 조언을 주는 책이었다. 환자가 아닌 사람들도 암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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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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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 아주 재밌고 생각지도 못했던 마음의 비밀을 심리학자가 발설해 줄 거 같다. 흥미로운 내용이긴 하지만 심리학자들이 안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알려주고 싶은 -최소한 저자는- 마음에 관한 실험 사례들로부터 확인된 사실들을 제시한다. 주로 인지 오류에 관한 실험들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영국 출신의 실험심리학 교수이고, 책에는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시행되었던 여러 심리학 실험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 '결론' 부분에 보면 심리학의 적이 '상식'이라며 대중에게 과학으로 취급받지 못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원제가 <Man vs Mind>인데 대중이 알고 있던 상식 혹은 인지 오류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에 대해 탐구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즉, 말랑말랑한 심리학 저작물은 아닌데 한국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번안 제목을 이렇게 뽑은 것 같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 많다보니 책의 상당부분(특히 앞부분)은 뇌과학, 감각세포(주로 시세포)와 관련된 인지 메커니즘 및 오류에 대해 할애돼 있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사물에서 얼굴을 보려는 환각 현상인 '파레이돌리아',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보상이 적은 행위에 심리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 색채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같은 색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등이다. 
책의 번안 제목에 어느 정도 어울릴 만한 주제들은 로르샤흐나 MBTI 같은 심리 검사가 과학적 방법이 아니며 최근에 대두되는 '다섯 가지 성격 특성 요소'(OCEAN; 개방성/성실성/외향성/친화성/신경성)가 있으며, 여론 조사같은 설문 조사에서 문항 자체에서 조사자가 특정 답안을 의도할 수 있다는 것들이었다. 또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술로 상대방에게 일관성있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데, 쉽게 말하면 우리가 흔히 길에 지날 때 자선단체 봉사자들이 일단은 스티커 붙이기 같은 간단한 설문으로 유도한 다음에 설명을 덧붙이다 마무리는 후원금 자동이체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책 말미에는 책 전체에 나오는 과학적 사실들을 총동원하여 유령을 만났다고 하는 것의 허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꽤 그럴듯하다.
아쉬웠던 부분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있어서 독일인의 복종이 상황에 의한 것이며, 미국의 중형 도시에서도 비슷한 사건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한 부분이다. 어떤 사건에 있어 행위자의 성격이나 기질에 원인을 두는 '귀인 오류'에 대한 설명을 하며 나온 사례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유대인 학살이란 상황이 조성된 배경이나 원인, 최종적으로 귀인이 어디로 속하는지는 명시해 놓지 않아 두리뭉실한 느낌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저자 말대로 이건 상식으로 아는 거라고 짐작하더라도 실험 결과 아닌 것들도 있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실험심리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맛보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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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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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호기심에 들른 김동식 작가의 좌담회에 갔다가 책도 궁금해 사 보았다. 직장 다니면서 출퇴근길에 전자책기기로 이 책 저 책 짬짬이 뒤적이던 와중에 오늘 이 책을 마무리했다. 초단편 소설집이라 각각 분량이 짧고 문체가 간단해 읽기가 쉬워 완독은 금방 되었다.
나는 스릴러물을 좋아하진 않고 표지그림이 섬짓해서 안 사 보았었는데 순전히 작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초단편이라는 데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 작가는 중졸의 학력으로 (나중에 검정고시로 더 학업을 했다고 함)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창작활동을 하면서 1년에 300여편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이런 인생역전과 입지전적인 인물의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좌담회에 동반한 출판인이 김동식 작가를 가리켜 '천재'라 칭한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소설의 소재가 기발하고 문체가 투박하고 간결하다는 것이다. 섬세한 묘사, 그딴 거 없다. 빠른 전개의 줄거리를 투척하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 초단편이지만 그리는 스케일은 장대하다. 인류, 인간의 미래, 지구, 외계인, 신... 주로 미래의 인류에 뭔가 획기적인 일이나 발명으로 유발되는 사건들, 혹은 외계인이나 신과의 모종의 거래/계시 등으로 지구에 급격한 변화가 와서 인간 군상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기술한 후에 반전으로 마무리. 약간의 교훈은 덤. 매일 작업장에서 즐겁게 구상한 스토리라고 하는데 이런 줄거리가 흥미롭긴 하다. 스릴러들도 그렇게 괴기스럽거나 공포스럽진 않고 SF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문체가 건조한 느낌은 든다.
이 작품집은 시대를 잘 타고난 덕도 본 거 같다. 요즘은 단문이 대세고 사람들이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간단히 빨리 읽을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 빠른 전개의 짧은 작품을 원한다. 실생활에서도 점점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고 이 마저도 아예 이모티콘으로 많이 대체하는 추세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한편씩 쓱쓱 읽기에는 좋지만, 작가가 댓글의 반응이 좋아서 일취월장한 필력이라 그런지 흥미 본위에 플러스 알파로 곁들인 약간의 메세지 정도로만 효용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큰 감명이나 깊은 통찰을 주는 단계까지는 아니고; 물론 그 정도로 바라지는 않지만. 나는 과거에 순수 문학이나 고전 소설을 많이 읽었고 최근 몇 년은 웹소설도 즐겨 보았다. 웹소설에도 구성이나 문체가 신선하면서도 꽤 수준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가 출판관계인에게 호평들은 '천재'의 반열인지까지는 모르겠다. 작가의 인간승리적인 삶의 역정은 분명 글을 쓰는 데나 남다른 이력을 어필하는데 좋은 자산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 자체만으로 봤을 때, 소재의 독특함은 있지만 나머지 부분의 성취에서 '천재'라고 할 만한 정도인지는 갸우뚱하게 된다. 천재로 정말 인정 받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나는 노력해서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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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브랜드 - 미국 유대인 이민자의 브랜드 창업 스토리
남윤수 지음 / 렛츠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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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유대인의 우수성이라든지, 하브루타, 후츠파 정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관심이 좀 생겼다.그래서 유대인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그들의 미국에서의 창업 성공스토리를 통해 호기심도 채우고, 언젠가 나도 혹시 창업할지도 모르니 참고가 될 성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책의 저자는 미국에 이민간 한국 교포로 미국에서 이리저리 부딪혀 가면서 의외로 우리와 익숙한 브랜드에 유대인 창업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는 대표적인 브랜드에 얽힌 성공 포인트를 리뷰했다. 음식, 음료수, 패션, IT, 생활, 유통 항목으로 분류하여 총 43개의 유대인 브랜드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각 분류마다 가장 인지도 있는 브랜드부터 설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즐겨 먹는 배스킨라빈스나 던킨도너츠, 하겐다즈, 샌디스크, 샘소나이트, 켈빈 클라인, DKNY, 토리버치, GAP, TED, Shell, Google, 많은 미국의 영화사 등. 막연히 미국이나 유럽의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 의외로 유대인 브랜드가 많았다. 또한 유대인 브랜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처음 시작하였고, 가족 사업을 많이 한 유대인의 특징상 창업에서 가족적 유대가 강하며, 민족 공동체내 연결이 강해 친구사이에서도 창업이 많고, 다른 브랜드보다 정신적 측면을 강조한다는 것 등이다.
 미국에서 유대인이 창업한 브랜드의 성공 요인으로는 미국의 후광을 입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반유대 정서의 국가라 할지라도 고객은 브랜드와 제품을 보기 때문에 먹히는 것이다. 미국 제품이라는 데서 신뢰감을 얻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책에 나온 브랜드들은 중저가~중상가의 브랜드다. 그러니까 미국적 토양의 결실을 누렸으나 아무래도 명품시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독식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런 태생이 브랜드의 대중적인 선호도를 확 끌어오는 데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나 하이패션 브랜드로까지는 못 가지 않았을까. 물론 유대인이 이런 점도 다 간파하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타겟 마케팅을 했을 것이다. 그중 유럽식 스타일을 차용한 스타벅스나 폴로 브랜드는 나름 미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고급스런 이미지이긴 하다. 
또한 자녀가 진로를 선택할 때 부모가 가족의 사업 뿐만 아니라 자녀가 정 말로 관심있고 흥미있어하는 분야로 이끌도록 하는 유대인 문화의 특징이 창업 성공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유대인 부모는 어느 한 분야를 특정해서 자녀를 몰지도 않는다. 또한 '다른 것은 최고보다 우월하다' '남들과 다른 것이 1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가르쳐왔다고 한다. 즉, 커피에 대한 영업을 차별화한 스타벅스나 이전의 패션과는 다른 디자인을 내보인 캘빈 클라인 등의 예에서 보듯이 최고를 추구하면 서로 비슷해져서 경쟁자가 많아지지만 다름을 추구하면 경쟁가 없는 최고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객의 필요를 생각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내는 고객 우선주의,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든다는 틱군 올람 (Tikkun Olam) 정신 같은 유대인 가치도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데 견인차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 뿐만 아니라 성공 이후 실패한 사례도 이 책에 실려 있는데 '토이저러스'가 바로 그렇다. 고객의 필요에 따라 아이들의 장난감을 슈퍼마켓처럼 저렴하게 팔던 '토이저러스' 매장은 경영자가 바뀌면서 창업 정신과는 다르게 영업방침을 세우고 타켓 마켓팅인 아이들의 장난감 수요가 인형에서 게임으로 바뀐 현실을 간과하여 결국 매장이 문닫는 결과가 초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디아스포라로 인해 생존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민족적인 유대가 강하여 서로 끈끈하게 돕는 공동체가 잘 형성되어 사업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해 나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스토리텔링이나 토론식 대화를 많이 해서 상상력이 풍부하고 함께 브랜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TED와 영화 산업에서의 유대인의 활약이 극명하게 이를 보여준다. 
 각 브랜드의 명명에 관한 이야기나 로고에 관한 기원도 재밌었는데 나 역시 저자처럼 막연히 짐작했던 것과는 달랐던 것들도 있음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다만 여러 가지 브랜드를 망라하면서 텍스트 위주로 설명되어 있어 사진과 곁들여 이런 설명을 했더라면 더 환기가 되면서 눈에 잘 들어왔을 것 같다 (짐작컨대 아마도 브랜드 저작권과 관련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책 표지의 남녀 모습도 아마 대표적인 유대인 브랜드의 의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 같은데 설명은 안 나와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책이 정보성이 풍부하여 재미있었고 쉽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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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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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장르소설로 흥미 본위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은 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뼈아프게 보여주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나 이청준의 '광장' 같은 묵직한 느낌을 준다. 다만 그런 소설들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고, 문장이 양파껍질처럼 다층적으로 다듬어져 좀 곱씹으면서 봐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아마 문예 창작을 공부한 작가의 필력 때문이지 않나 싶은데 심오한 깊이로 좀 어렵게 읽히는 맛(?)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대신 우주 비행에 수반되는 테크닉적인 요소들은 서술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적다.
소설 속에는 지난 시대에 강대국의 이념적 희생양이 된 체코의 한 험난한 가족사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원죄를 늘 어깨에 무겁게 메고 다니는 우주 비행사의 독백으로 표출되는 어두운 고뇌와 사념으로 온통 차 있다. 3대가 나오는 400 페이지에 이르는 장편 소설인데도 등장인물은 10명 정도로 단출하다. 소설 속 현실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사건은 적으며 주로 주인공의 독백으로 체코의 역사와 가족사를 반추하며 이루어지는 의식의 흐름을 따른 소설 같다.
아무튼 정리되지 않은 상처가 많은 데다 과거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속적 야망으로 도주하는 복잡다단한 주인공의 의식을 반영하듯 한 문장에 여러 가지 은유를 겹겹이 넣어서 좀 생각해 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중간중간 만연체가 있어 번역가가 좀 쉽게 끊어서 번역해도 좋았을 거 같다. 단적으로 어떤 문장은 쉼표로 연결해 11줄이나 되어 읽기가 까다로웠다.
전체적으로는 체코도 우리 민족처럼 아픈 역사가 있구나, SF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소재만 SF인 심오한 인문학적 소설)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상징과 은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주인공이 하나하나 상처를 해결해 나가고 과거로부터 벗어나 나름대로의 홀로서기를 시도하여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주의 먼지 구름 덩어리 속으로 태초의 신비를 알아내는 민족 영웅이 되고 싶은 야망으로 갔는데 (덩달아 가문의 복권도 노리는),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처절하게 과거와 고독과 맞서 치유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랄까. 일독 보다는 재독하면 작품의 가치가 더 드러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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