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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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호기심에 들른 김동식 작가의 좌담회에 갔다가 책도 궁금해 사 보았다. 직장 다니면서 출퇴근길에 전자책기기로 이 책 저 책 짬짬이 뒤적이던 와중에 오늘 이 책을 마무리했다. 초단편 소설집이라 각각 분량이 짧고 문체가 간단해 읽기가 쉬워 완독은 금방 되었다.
나는 스릴러물을 좋아하진 않고 표지그림이 섬짓해서 안 사 보았었는데 순전히 작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초단편이라는 데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 작가는 중졸의 학력으로 (나중에 검정고시로 더 학업을 했다고 함)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창작활동을 하면서 1년에 300여편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는 이런 인생역전과 입지전적인 인물의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좌담회에 동반한 출판인이 김동식 작가를 가리켜 '천재'라 칭한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소설의 소재가 기발하고 문체가 투박하고 간결하다는 것이다. 섬세한 묘사, 그딴 거 없다. 빠른 전개의 줄거리를 투척하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들. 초단편이지만 그리는 스케일은 장대하다. 인류, 인간의 미래, 지구, 외계인, 신... 주로 미래의 인류에 뭔가 획기적인 일이나 발명으로 유발되는 사건들, 혹은 외계인이나 신과의 모종의 거래/계시 등으로 지구에 급격한 변화가 와서 인간 군상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기술한 후에 반전으로 마무리. 약간의 교훈은 덤. 매일 작업장에서 즐겁게 구상한 스토리라고 하는데 이런 줄거리가 흥미롭긴 하다. 스릴러들도 그렇게 괴기스럽거나 공포스럽진 않고 SF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문체가 건조한 느낌은 든다.
이 작품집은 시대를 잘 타고난 덕도 본 거 같다. 요즘은 단문이 대세고 사람들이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간단히 빨리 읽을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 빠른 전개의 짧은 작품을 원한다. 실생활에서도 점점 긴 글보다 짧은 글을 선호하고 이 마저도 아예 이모티콘으로 많이 대체하는 추세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한편씩 쓱쓱 읽기에는 좋지만, 작가가 댓글의 반응이 좋아서 일취월장한 필력이라 그런지 흥미 본위에 플러스 알파로 곁들인 약간의 메세지 정도로만 효용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큰 감명이나 깊은 통찰을 주는 단계까지는 아니고; 물론 그 정도로 바라지는 않지만. 나는 과거에 순수 문학이나 고전 소설을 많이 읽었고 최근 몇 년은 웹소설도 즐겨 보았다. 웹소설에도 구성이나 문체가 신선하면서도 꽤 수준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가 출판관계인에게 호평들은 '천재'의 반열인지까지는 모르겠다. 작가의 인간승리적인 삶의 역정은 분명 글을 쓰는 데나 남다른 이력을 어필하는데 좋은 자산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 자체만으로 봤을 때, 소재의 독특함은 있지만 나머지 부분의 성취에서 '천재'라고 할 만한 정도인지는 갸우뚱하게 된다. 천재로 정말 인정 받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나는 노력해서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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