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밥상을 책임지는 엄마로서 왠만하면 가족들에게 집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가끔 외식을 하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평소 집에서 먹지 않던 음식들을 먹기도 하지만 늘 먹는 집밥만큼 질리지 않는 건 없는듯하다. 어려서 먹이는 엄마의 음식은 아이들이 자라는데 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그 맛 자체가 추억이자 함께함이기 때문에 엄마인 우리는 더욱 밥상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한 끼 건너뛰는 것도 죄책감이 들고, 어떻게든 있는 반찬과 함께라도 먹여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냉장고에 밑반찬을 채우게 된다. 귀찮아서 미루고 최대한 버티다가도 마음 먹고 밑반찬을 하루 종을 만들어 냉장고를 꽉꽉 채운 날에는 그렇게 마음이 부자일 수가 없다. 이렇게 만든 반찬을 맛있게 잘 먹어주는 가족들을 보면 힘들게 들인 노력과 시간은 전혀 중요치 않게 된다. 그저 기쁨과 행복, 만족감만 가득할 뿐...요즘은 인터넷만 찾아봐도 다양한 레시피가 나오지만, 만들때마다 인터넷을 찾는 습관이 좋지 않은듯 해서 이렇게 평생 소장할 수 있는 레시피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양장본으로 되어 있어 부엌 한 켠에 꽂아두면 왠지 내가 괜찮은 엄마이자 주부가 된 것만 같은 기분 또한 들게 한다.
이 책에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왠만한 종류들은 다 나와있다. 반찬으로 뚝딱 만들 수 있는 나물요리, 무침이나 볶음 요리, 그리고 시간을 좀 들이더라도 만들어 놓으면 입맛을 돋구는 장아찌와 조림류 뿐 아니라 국와 찌개까지 다양한 반찬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등갈비침, 찜닭, 제육볶음 등 메인요리와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도 한식에 맞게 준비되어 있다. 면요리와 부침개는 별도로 실었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김치도 종류별로 담았다. 특히 김치의 경우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걸려 나같은 여전히 초보스러운 주부에겐 엄두도 낼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딱 한페이지에 각 레시피를 담아내어 부담갖지 않고 시도해볼 수 있다.
귀찮을 땐 언제나 그렇듯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꺼내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 책에서는 간단하면서도 색다르게 한입거리로 만들 수 있는 쌈밥, 주먹밥 뿐 아니라 덮밥류와 국밥, 죽까지 함께 실려있어 그동안 내가 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또한 양념은 일반가정에서 구비하고 있는 양념재료들만 사용하고 있어 굉장히 심플하고, 건강에도 좋을 진정한 집밥레시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요리와 반찬을 4단계로 한페이지씩 담아냈다는 점에서 진정한 집밥 요리 고수라는 생각이 든다. 반찬만들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임에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엄마들에게 이토록 든든한 책이 또 있을까. 항상 했던 반찬, 자신있는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겠다. 가능하면 이 책에 있는 모든 메뉴를 다 만들어보고 싶다. 설명이 간결해서 좋고, 그만큼 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 좋은 책, 우리집 밥상을 함께 책임져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