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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아저씨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4.3
이번엔 아리카와 히로 주간.
<현청 접대과>와 <식물도감>에 이은 세 번째 책.
지은이 소개에 아직 못 읽어본 책이 많다는 사실이 기쁜 작가다.
<세 마리 아저씨>라는 귀여운 이름의 아저씨들은 사실 정년 퇴직을 하고(일본에선 환갑과 동시에 이루어져 빨간 두루마기를 입는다고 표현하는듯? 하지만 옮긴이가 오근영씨. 주의하자.) 손자를 둔 할아버지라고 불릴 법한 나이의 삼총사이다.
물론 요즘같이 기대수명이 백을 훌쩍 넘어 지하철을 무료로 타며 등산을 가는 노인들이 팽배한 시대에 환갑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혼날걸.
그리고 주인공 기요카즈와 죽마고우 시게오, 노리오로 구성된 삼총사에게도 정년퇴직과 환갑은 막상 자신들에게 닥치고도 남의 일같은 말일 뿐이다.
그래서 이 `세 마리 아저씨`들은 원치않게 남아버린 시간을 이용해 지역 한정 정의의 편이 되기로 한다.
이런 식으로 자원봉사 차원의 비밀 방범대를 만들어 몰래 사람들을 지키는 식의 주인공은 꽤 흔한 이야기다.
<세 마리 아저씨>가 그들과 다른 점은 현실적인 사건들에서 현실적인 도움만을 준다는 거다.
지역에서 오래 살며 가게 등을 운영하며 생긴 입지와 연륜, 경험을 통해 쉽게 친근감을 조성하면서 각자 연마해온 검도, 유도, 지식으로 거침없이 범인을 때려잡는다.
이들이 해결하는 사건은 여성에 대한 불만으로 저지른 강간, 불량배들의 협박 및 갈취, 동창인척 접근해 돈을 빼내는 사기, 학교 내 오리들을 괴롭히는 동물학대, 모델 에이전시라며 접근해 수위높은 사진을 찍고 빌미로 협박하며 저지르는 성범죄, 노인들을 상대로 한 다단계 강매까지 모두 한동네에서 흔히 접하는 현실적인 범죄들이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되지 않을 걸 알며 스트레스라는 변명으로 입시를 걸고 넘어져 부모를 이용해먹는 학생들이나 잘 모르는 노인에게 증정품을 미끼로 꾀어내 친절하게 대하며 그 외로움과 고독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다.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소설에서 세 아저씨들은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다.
그들이 없었다면, 생각하고 보니 그게 바로 현실이라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아무튼 아리카와 히로의 글은 참 재밌다.
흥미넘치는, 즐거운, 재기발랄한, 통통 튀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서 좋다.
특히 요즘엔 더 더 반가운 작가의 반가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