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4.6
이만큼 가까이. 정세랑.
그 이후 작품들은 빼놓지 않고 읽었다.
그래서 이 ‘피프티 피플‘이 블로그에 연재되었을 때도 늦었지만 들어가 본 기억은 있다.
늘 그렇듯 앞부분 놓쳤으니까 나중에 몰아봐야지 해놓고 까먹었지만.
그래서 결국 오늘에야 읽게 된 이야기.
난 확실히 전자보단 종이책이 좋아.

말 그대로 50명의 사람들.
그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들려주는 각자의 이야기다.
정세랑은 참 캐릭터를 잘 만든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흔할 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끝까지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고스란히 그려내는 사람은 드물 거다.
누군가가 죽고 다치고 아픈 이야기, 심지어 많은 부분에서 대학 병원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그 누군가를 아프게 한 사람의 이야기는 거의 없다.
분명 피해자는 존재하니까 가해자의 입장을 꺼내올 만도 할텐데.
그렇기 때문에 고막브레이커의 이야기는 조금 겉도는 느낌.
각 인물들은 때론 힘들어, 아파 하고 토로하지만 결코 상처주지 않고 피해입히지 않고 이겨낸다.
확실히 덜 자극적이고 심심하다.
어쩌면 자기계발서보다도 판타지스럽고 저염식같은 이야기지만 참 현실적이고 정말 맛있다.

난 정세랑이 좋아.
늘 결말이 아쉬웠던 것 같긴 해도 따뜻해서 좋다.
조금 타더라도 언제나 햇빛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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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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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다시 또 오랜만에 요네자와 호노부.
아주 아주 오랜만에 신간목록을 훑는데 ‘가을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더라.
벌써 가을이네.
그러고 보니 또 엄청나게 책을 멀리 했구나.
그 높은 길에 있는 도서관.
외형은 그대론데 사람도 구조도 묘하게 낯설고 불편해졌다.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아무튼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이 매우 어울리는 날씨였다.
단조로운 고전부 시리즈와 달리 표지가 화려해서 귀엽지만 내용은 반대다.
소시민 시리즈 아니랄까봐 유괴니 약물이니, 고전부에 비해 본격적인 범죄이고 사건들인데 가볍고 유연하게 넘어간다.
사건이 해결되고 주인공들이 꼭 이 디저트를 먹으며 한가로이 대화를 나눌 것 같은 분위기.
결코 불안하지 않다.

가을도 겨울도 보고 싶다.
잊고 있던 시리즈 계속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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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프레야 시리즈
매튜 로렌스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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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신이 지금까지 존재한다면 과연 현재의 신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처럼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신이라는 존재의 기반은 인간의 믿음이다.
그럼 그 많은 신화의 수많은 신들 중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신들은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북유럽 신화의 사랑과 전사자와 풍요와 미의 여신? 프레야는 정체를 숨긴채 정신병원에서 새라라는 이름으로 지내고 있다.
어느날 프레야 앞에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자가 나타나며 협조하지 않으면 그녀를 죽이겠다며 협박한다.
약한 프레야는 신입직원 한명을 겨우 현혹시켜 자신의 편으로 만든 후 가까스로 그를 피해 정신병원을 탈출하게 되고 그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힘없는 신과 그 신관 앞에 여러 신들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신을 쫓는 회사가 나타나는데 그리스 로마신화 북유럽 신화와 이집트 신화 일본신화 등등 각지의 신들이 한데 모이는 장면이 흥미롭다.
미의 여신이라면 아프로디테를 떠올리게 된 현재 프레야라는 미의 여신과 아프로디테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주요 신이라면 주인공인 프레야, 악역까진 아니지만 아무튼 대립관계인 디오니소스, 그리고 하와이여신 세명이던가 그렇게가 거의 다인데 정작 저런 장면보다 사장딸에게 더 많은 묘사가 주어지고 감옥에 갇힌 신들의 존재감이나 아우라 역시 지나치게 생략되어있다.
아기자기한 디테일보다 그냥 신을 잡아들이는 회사와 반항하는 신의 대립각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내가 기대한 내용과는 달랐던 것 같다.
반대로 액션이 막 펼쳐지고 뭐가 터지고 탈출하는 블록버스터를 원한다면 읽을만 하겠다.

아무튼 영미 문학은 진도가 더디게 나가서 겨우 읽었는데 며칠 지났다고 나름 남주인공격인 신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걸 보니 그리 재밌게 느껴지진 않은 모양.
앵그리버드의 제작사인 로비오와 손잡고 만들어진 이 책은 프레야 시리즈의 첫권이고 한국출판사와 원고상태로 계약해 전세계에서 한국어로 가장 먼저 출간되었다고 한다.
어째 배경이 더 재밌는 거 같다.
번외지만 책을 다 읽고 프레야라는 여신에 대해 알기 위해 `북유럽 신화 프레야`를 검색해보고 책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졌다.
목걸이 얘기나 화내는 장면 등 책 중간의 각주에 달린 설명들에도 잠시 언급된듯 한데 자세한 썰을 보고 나니 말 그대로 충격적.
프레야는 도대체 어떤 여신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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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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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재인,재욱,재훈>보다는 조금 더 좋고 <이만큼 가까이>보다는 조금 덜하다.
제목만큼 명료한 각 파트의 등장인물들은 평면적이지만 유기적이고, 따뜻한 문체와는 어울리지 않을만한 퇴마라는 소재는 뜬금없게 잘 어울린다.

안은영 이외의 인물들의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는게 아쉽다.
그리고 `가로등 아래 김강선`의 김강선 이외의 귀신들에게 캐릭터가 전혀 부과되지 않은 점이 밋밋하다.
배경이나 동기 같은, 옴니버스식으로 나열될 법한 각 귀신들의 사연보다는 안은영의 퇴마 그 자체가 주가 되기에 사실 평범한 퇴마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재미를 위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이 가장 아쉽다.
자칫 장르 전환이 어려운 작가일수도 있겠다 싶다.

위의 이유로 김강선 파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 파트의 감성을 주로 이야기를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괜히 이름도 나오지 않는 잡귀들 없애느라 생고생하며 알아주지도 않는 학교 지킴이로 만들기 보다는 미술실 귀신이나 음악실 귀신 같은 흔해 빠져도 드라마틱한 요소로 정세랑 특유의 감성을 살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학교괴담을 보고 자란 이의 감성은 딱 그 정도이기에.
이 책의 페이스대로라면 273페이지의 책 한권으로 끝날 게 아니라 적어도 5권의 시리즈물은 나와야 할 거다.
맥켄지 파트 하나, 인표 파트 하나만 해도 두권인데.

아무튼 소식이 잘 들리는 작가가 아니라 열심히 파야겠다.
다작까지 원하진 않지만 얼른 쌓인 책들 속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
좋아하는 작가니까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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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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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러니까 내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날리던 중에 그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그 몇개월간에 그런 많은 일들이.

그래서 한동안 전혀 생각도 못하던 책이 갑자기 읽고싶어지는 순간에 내가 갈곳은 딱 하나 뿐이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오랜만에 읽는 책 소식에도 어김없이 이름이 등장하더라.
그것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는.

반가운 곳에서 반가운 작가의 소시민 시리즈, 그 첫권을 감사히 뽑아들었다.
컵케이크 시리즈 중 하나같달까.
표지만 봐도 고전스러운 빙과 시리즈와는 달리 상큼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제목부터 그냥 읽고 싶다.

소시민 시리즈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사건도 조금 사소한 느낌이 들고 크게 임팩트가 없다.
그래도 캐릭터만은 시리즈물로 적합한 느낌이라 좋았다.
아직 나오지 않은 과거로 인해 예전의 모습들을 버리고 소시민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주인공.
고전부와 비교하자면 에너지 절약주의자인 호타로는 에루나 사토시의 부추김 없이는 스스로의 의지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겠지만 소시민 시리즈의 고바토는 소시민 라이프를 지향하며 본성을 숨기려 해도 그 추리 본능을 숨기지 못해 자꾸만 사건을 해결하고 만다.
정작 봄철 한정 타르트 사건은 애매하게 마무리지었지만 시리즈의 첫권으로는 괜찮은 시작이었다.
다만 소시민 시리즈는 고전부처럼 별개의 완결이 모인 시리즈가 아니라 정말 쭉 이어지는 느낌이라 전권을 놓고 읽으면 좋을 듯해서 아쉽다.
과연 2권이 나올때 이 딸기타르트가 그대로 남아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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