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2 - 공중여왕의 면류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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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속편이 나오는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로는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 중 1편은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경우 대개 시리즈에 해당하므로 1권은 n분의 1의 내용을 담는다.
두 번째가 바로 이 책과 같이 1편의 인기에 힘입어 자의로 혹은 누군가의 강요로 인해 2편을 출간하는 것으로, 보통 한 권으로 그치기 아까운 소재가 있기 마련인데 이 경우 완성도를 위해 빠졌던 내용까지 담거나 1편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구성으로 이어져 1편의 위상까지 깎아내리고 만다.

‘경성 탐정 이상‘은 정말 매력적인 인물을 선택해 뻔할 지도 모르는 추리소설에 날개를 달았던 책이다.
이상을 탐정으로 선택해 왓슨의 포지션을 구보에게 주어 펼쳐 낸 경성 이야기는 일제 치하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함에도 그 발상이 한없이 감탄스러웠다.
아픈 역사지만 개화기라는 매력적인 시대에 탐정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곁들여 이상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 낸 한 마디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그 감상으로 2권을 뽑아들었지만 1권에서 이미 그대로도 멋들어진 결말을 냈다고 생각해 크게 기대는 않았다.

여전히 제비다방에서 이상과 구보는 간간이 들어오는 의뢰를 맡아 사건을 해결한다.
조선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과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는 조선인들의 면모가 사건 해결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따라 단편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같은 배경, 소재와 인물로 1권보다 임팩트 없는 사건들에 긴장감 없는 해결로 실망감을 안긴다.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서 이상의 매력도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하고 구보는 사실 존재의 이유가 무색할 만큼 민폐만 안 끼치면 다행인 듯하다.
이 책에서 구보는 거의 코난의 어린이탐정단 수준.
첫 만남이 그려진 건 좋았다.
1권에서 자주적으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캐릭터였던 이상은 소설이지만 마치 실제로 그러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주었는데 2권에서는 좀처럼 갇혀서 살아 움직이질 않는다.
주인공의 매력을 더하는 장치로 이상의 뛰어난 두뇌를 이용하여 앞으로 어떻게 될 거다 하는 예견이 종종 나오는데 사건 해결 후 뜬금없이 사용되는 바람에 그냥 미래에서 끼워맞춘 과거라는 느낌 밖에 주질 못한다.
싸이코패스 같은 당시의 경성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재를 넣어 참신함을 주려 했지만 작가 스스로도 미래와 과거를 혼동한 듯 과거에서 보는 시각을 그려내지 못했다.
그리고 의도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여성과 관련된 사건이 많다.
피해자도 그렇고 의뢰자도 주로 여성이었는데 뭘 의미하는 지는 모르겠다.
조선 최초의 여성비행사도 그저 끼워맞추기 같은 느낌.
게다가 피해자의 이름으로 유명한 연예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건 조금 신경쓰였다.

1권은 정말 좋은 느낌이었어서 아쉽다.
혹시라도 3권이 발매된다면 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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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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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근에 발매된 책인 줄 알았는데 1978년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가 올해서야 한국에 풀린 것.
‘클레인의 항아리‘가 생각난다.
어느 화창한 날, 새빨간 꽃처럼 추락사한 사업의 여왕인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죽음을 둘러싼 27인의 증언.

책은 기미코가 죽은 후 가족부터 친구, 이웃까지 주변의 인물들을 찾아가 그녀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27명의 사람들은 기미코에 대해 천사 혹은 악마라는 극과 극의 증언들을 하고 자신이 겪은 일과 그녀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는데 읽을수록 기미코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실체가 밝혀지고 명확한 이유 같은 게 나왔으면 했는데 결국 기미코에 대해 죽을 때까지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 모두에게 거짓말을 늘어 놓고 사기를 치고, 그로 인해 쌓은 부로 온갖 깨끗한 척 순수한 척 포장하며 고고하게 살아왔던 기미코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며 이해받지 못한 채 끝내 이유 모를 죽음을 맞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듯한 결말이라 별로다.

온다 리쿠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떠오르기도 하는 구조인데 내용이나 몰입도는 전혀 다르다.
일단 주인공인 기미코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고, 좋게 말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에 넘어간 거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사기당한 것이며 죽은 이유가 나오지 않은 게 완성도 면에서 떨어져서 찜찜한 거지 사실 전혀 궁금하지 않다.
각 인물들은 눈에 보이는 듯 그려져 이미지 구상은 좋았지만 정작 주인공이 그냥 허언증 환자나 해리성 정체성 장애 같은 환자처럼 느껴져서 차라리 치명적인 악녀면 모를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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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의 꿈 십이국기 7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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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화서의 꿈‘은 ‘히쇼의 새‘처럼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느낌으로 5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단편집도 썩 별로고 ‘히쇼의 새‘ 역시 별로였던 터라 기대감이 뚝 떨어졌는데 뒷표지의 설명으로는 왕과 기린, 사람들의 이상과 갈등, 그리고 꿈을 그린 이야기라 해서 조금 다르겠거니 했다.
오랜만에 태국의 다이키로 시작하는 건 아주 좋았다.
다이키는 아직은 그래도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라서 어디서 뭘 하고 있나 신경이 쓰인다.
동영, 승월, 서간, 화서, 귀산 다섯 가지의 이야기는 태보와 왕, 나라에 대해 아주 적확하게 핵심만 추려 담고 있다.
다 읽고 보니 저렇게 잘 맞을 제목이 없다.
한자를 못 옮긴 게 아쉬울 만큼 제목이 곧 모든 내용의 스포인 셈.

첫 번째, 동영은 태국의 이야기다.
기린인 다이키는 자신이 선택해 태국의 왕이 된 교소를 믿고 따르지만 자신이 할 일은 이미 끝이 났고 어린 자신이 누가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태국은 여전히 황폐하고 겨울을 맞아 뿌리는 눈 때문에 백성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
다이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주눅들어 있는데, 그런 다이키를 왕은 축하 답례 사절로 연국의 염왕에게 보내기로 한다.
겨울에도 따뜻하고 꽃이 피는 연국을 부러워하던 사절은 궁에서 농부의 차림으로 정원을 가꾸는 염왕을 만난다.
당황한 다이키에게 염왕은 왕의 소임과 일, 그리고 기린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 다이키에게 왕은 선물을 준비했고 태국에 꽃이 핀다.

두 번째, 승월은 방국의 이야기다.
방국은 제후인 겟케이 일동이 가혹했던 선왕을 몰아내고 왕좌를 비운 지 4년이 지났다.
관리들의 노력으로 조정은 안정되었고 계속해서 왕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채 결국 귀향하려 하는 겟케이에게 경왕의 친서와 선왕의 외동딸 쇼케이의 서신이 온다.
세이는 총재와 제후 중 누구에게 서신을 줄지 고민하고 결국 겟케이의 뜻으로 총재인 쇼요가 서신을 받아 든다.
소임을 다한 세이는 방국의 국고에 폐를 끼치지 말라는 왕명을 받들어 방국을 시찰하고자 여관에 묵으려 하고 겟케이는 그런 세이를 개인 관저로 데려간다.
그리고 밤새 왕에 대해, 자신의 처지와 심경에 대해 둘은 대화하고 쇼케이가 공왕의 패물을 훔친 것에 대해 사죄하러 공국을 찾아간다는 말에 본인 또한 결심을 한다.
경왕과 겟케이가 쇼케이의 감형을 처한 것에 공왕인 슈쇼는 격노하며 쇼케이를 공국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벌을 내린다.
겟케이는 이제 쇼케이의 용기를 본받아 쇼케이보다 절실히 구제를 기다리는 백성을 위해 쇼케이의 아버지의 것을 훔치기로 한다.

세 번째, 서간은 라쿠슌과 요코의 이야기다.
반수인 라쿠슌은 요코가 경국의 왕이 된 후 연왕의 도움으로 안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본래 살던 교국보다 반수에 대한 차별과 핍박은 거의 없지만 대학 내에서 자신은 본초로 불리며 뒤에서 조롱을 당하고 겉돈다.
하지만 착한 친구들과 선생님 덕에 성실히 공부하며 1등을 차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요코는 경왕으로 오른 후 왕의 위신에 대해 생각하고 관리들에게 무시당하며 모르는 것을 배워나가느라 벅차다.
하지만 교국에 있는 라쿠슌의 어머니를 만나 라쿠슌에게 안부를 전하며 자신은 어렵지만 괜찮다 말한다.
라쿠슌 역시 기린이 숨을 거둔 교국의 어머니가 걱정되어도 괜찮을 거라 하고 학비를 걱정하는 자신을 숨기며 대학에서 쾌적하게 지내고 있다 말한다.
숨긴 마음들을 굳이 내어 놓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즉위식에서 보자며 약속한다.

네 번째, 화서는 재국의 이야기다.
제목이기도 한 이 책의 가장 메인인 이야기.
재국의 기린 사이린은 실도했다.
왕이 도를 잃어 잘못된 길을 갈 때 왕을 선택한 기린은 그 책임을 진다.
세이린에게 화서화타를 건네며 화서의 꿈을 보여주겠다던 왕 시쇼는 항상 바른 길을 걸었고 20년간 그를 줄곧 따라왔던 고두의 무리들 슈카와 에이슈쿠, 세이키는 왕이 실도했음에도 자신의 이상을 굽히지 않는 것에 참담한 마음이다.
그러던 와중 선적에 오른 시쇼의 아버지가 살해되고 형제인 준코가 실종되는 일이 일어나고 슈카는 남몰래 시쇼를 의심한다.
그리고 세이키는 그날 준코가 화서화타의 복숭아 나무가지를 왕에게 주겠다 했다 말한다.
시쇼는 점점 초조해하고 결국 역모를 품은 준코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를 도운 슈카와 에이슈쿠에게 모반의 혐의를 씌워 주국으로 사이린을 데리고 나가라고 명한다.
실망한 그들은 시종일관 비명을 지르며 시쇼를 욕하고 책망하는 사이린을 데리고 주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무사히 주국을 도착한 뒤 에이슈쿠는 슈카에게 명을 따라 돌아가 벌을 받자고 말한다.
다시 돌아온 방국에서 실종되었던 준코는 화서화타를 지닌 시신으로 발견되고 세이키는 시쇼가 준코와 아버지를 살해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화서화타는 화서의 꿈이 아닌 자신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을 거라 말하고 슈카는 그걸 건넨 사람이 에이슈쿠였고 에이슈쿠가 실도를 향해 시쇼를 떠밀었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시쇼는 자결하고 유언으로 책망은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슈카는 왕이 죽은 뒤 자신들이 그저 선왕의 반대되는 일만 했을 뿐 진정한 정사를 생각지 못했기에 왕과 자신들은 왕좌를 맡기에 무능했음을 깨닫는다.

다섯 번째, 귀산은 주국의 이야기다.
주국의 종왕의 차남 리코는 온 나라를 떠돌아 다니며 후칸을 알게 됐는데 60년이 지나도 다시 만난 서로가 선적에 든 인물이라는 걸 알고 대화하며 친해지게 되었고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게 되었다.
유국에서 다시 만난 둘은 이미 요마가 나오는 등 망해가는 유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뛰어난 법치국가였던 유국은 십년 째 첫 고비를 잘 넘겨 리코는 유국이 오래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두 번째 고비인 왕이 원래 죽었을 나이를 지나 세 번째 고비인 삼백년 째가 되기 전 120년 정도에 위기를 맞은 유국이 낯설다.
그리고 리코와 후칸은 아마도 왕이 없어도 굴러가게 만들어놓은 법을 남기고 유국의 왕이 왕좌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 한다.
주국과 안국은 삼백 년이 넘은 대왕조로 특히 주국은 12개 나라 중 가장 오래되었기에 선례 없는 왕조의 끝이 어떤 방식으로 오게 될 지 불안하다.
그리고 헤어진 후 다시 돌아온 주국에서 리코는 소식을 알리고 난민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 왕조가 오래가는 것이 불안하면서도 그 풍경에 절로 안심하여 돌아오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라기 보다 메인 스토리를 이어주는 괜찮은 징검다리같은 책이었다.
골고루 나라별 특징 같은 걸 정리해주는 것도 좋고 기린과 왕, 그리고 하늘이 선택한 왕이 몰락해가는 과정 같은 걸 여러 케이스를 들어 설명해주는 게 친절했다.
여덟 권째 보면서도 나라가 열두 개, 왕과 기린이 각각 열두 명 게다가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라 여전히 지도를 보면서 머릿 속으로 누가 누군지 의식하면서 보는 중이었는데 적어도 여기 나온 인물들 만큼은 제법 정리가 되었다.
요코의 이야기에서 위왕은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위왕에 대한 고민이나 역할 같은 것도 합당하게 부여되었고 전반적으로 각 나라의 처지같은 걸 단편적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슈쇼는 바로 전편에서 어린애 같았는데 90년째 잘해내고 있구나 싶고 그 패물 훔친 애 하니까 또 봤던 기억도 나고, 요코랑 라쿠슌이 여전히 잘 지내서 좋고 둘 다 잘 되고 잘 했으면 좋겠고, 연왕이랑 리코는 역시 비슷한 이미지다 싶었는데 친하게 지낸다니 좋고 등등 아무튼 캐릭터들에 정이 들어간다.
얼른 다음 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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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의 날개 십이국기 6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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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십이국기 여섯 번째 이야기.
이야기는 열두 살의 소녀 슈쇼가 왕이 되기 위해 봉산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공국의 선왕이 붕어한 지 27년.
왕이 없는 나라는 온 나라에 요마가 출몰하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피폐해져있다.
공국의 수도 연장에서 거상의 딸로 부유한 삶을 살던 슈쇼는 요마의 피해로 스승이 죽고 상학이 문을 닫자 기수인 맹극을 훔쳐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맹극을 타고 아버지의 노잣돈만 들고 시작한 여정에서 슈쇼는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많은 무시를 당한다.
도난을 피하기 위해 시종의 옷을 입은 슈쇼는 비싼 맹극에 어울리지 않았고 치안이 열악할수록 슈쇼를 의심하여 노숙을 일삼는다.
그러던 차 우연히 추우를 타고 있는 리코를 만나 리코의 도움을 받아 숙식을 해결하고 맹극을 끌고다니는 것을 보증한다는 관리의 증서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리코와 헤어지고 얼마 후 맹극을 탐낸 도둑에게 사기당해 맹극을 뺏기게 되고 여관에서 하나 남은 방을 갖고 간큐와 다투게 된다.
황해에 가 봉산을 오를거라는 슈쇼를 무시하며 간큐가 황해가 어떤 곳인지 아느냐며 주씨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황해의 위험을 설명하자 슈쇼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은화로 간큐를 봉산까지 호위무사로 고용한다.
봉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간큐와 슈쇼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매번 갈등을 겪는다.
간큐는 철 모르는 어린애인 슈쇼를 내심 무시하며 슈쇼에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하라고 지시만 하며 슈쇼는 간큐가 왜 저러는지 모르면서 순수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간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슈쇼에게 호기심을 갖고 슈쇼를 쫒아온 리코를 만나 동행하며 세 사람은 봉산을 오르게 된다.
강씨와 주씨는 황해를 잘 알기에 위험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어느 정도 대비책을 갖고 있다.
매번 요마의 습격을 당해 죽어가는 사람을 보며 슈쇼는 왜 그것을 모두에게 알리지 않는지 답답해 한다.
힘겹게 봉산을 오르던 사람들은 일전에 다녀간 강씨가 거물급 요마를 피하라는 표시로 길을 막아놓은 것을 발견하고 길을 피해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날 밤 강씨와 간큐가 오늘쯤 요마가 왔으면 하는 말을 듣고 그날 마침 습격한 요마를 보며 슈쇼는 그 둘이 짜고 요마를 불렀다고 오해해버린다.
간큐, 강씨의 자신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에 질린 슈쇼는 그들과 헤어져 결국 막아놓은 길로 마차를 끌고 들어가는 기와와 봉산을 오른다.
요마는 곧 그들을 발견했고 마차를 타고 거대한 짐을 이끄는 기와의 일행은 점점 줄어들지만 기와는 결코 마차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슈쇼는 그들에게 불을 끄라고 조언하지만 적당한 불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말하면서도 자신의 지식이 완벽하지 않기에 확신하지 못한다.
그리고 강씨들이 얻은 지식이 어떤 것인지 알아간다.
강씨는 남들보다 자신을 지킬 수 있기에 승산자에게 길을 안내하지만 그래봐야 본인과 한 두 사람 정도일 뿐, 결코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요마의 습격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기와는 자신의 가솔들을 버리고 계속 앞으로 도망가기만 한다.
결국 요마를 붙인 채로 숲을 벗어났을 때 슈쇼는 이대로라면 길을 피해간 사람들에게 요마를 데려가는 꼴임을 알고 기와를 설득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혼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가는 길에 기와가 버린 가솔들을 만나 되돌아가는 길을 설득해 함께 버려진 물건을 주어 들고 나름의 기지로 여정을 이어간다.
그러나 결국 요마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모두가 위험해지니 힘을 합쳐 요마를 처치하기로 결심하고 어떤 요마는 옥에 취한다는 이야기만 믿고 버려진 마차에서 옥을 발견해 기름과 함께 요마를 유인한다.
미끼로서 요마인 주역을 유인해 불을 붙였지만 타오르며 도망가는 발톱에 끼어 슈쇼는 어딘가에 떨어지고 만다.
뒤늦게 도착한 리코와 간큐는 슈쇼를 찾아가겠다며 다른 이들을 봉산으로 향하도록 한다.
그리고 인요와 대화하는 슈쇼의 목소리를 듣고 인요를 처치하며 슈쇼를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 간큐는 부상을 당한다.
자신을 버리고 가라는 간큐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슈쇼를 두고 리코는 홀로 강씨를 데려오겠다며 떠난다.
주역이 죽어 다른 요마가 그 구역을 향해 오게 되고 결국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박을 미끼로 버리고 도망치게 된다.
황주의 마을로 부상당한 간큐를 데려가는 중 요마가 다가와 죽을 뻔 했으나 어쩐 일인지 다른 요마와 싸워 위기를 넘기게 된다.
그리고 검은 줄로 묶어둔 박을 데리고 어떤 이가 등장한다.
옥을 몸에 두르고 갑옷을 입은 그 자는 박을 건네며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
그 자가 황해를 오가는 자를 수호하는 견량진군 임을 알게 된 슈쇼는 대화를 하며 자신이 왜 이 산을 오르게 됐는지 털어놓는다.
부유한 자신과 시종이 왜 다른지 알 수 없었고 그 차이를 이상하게 여긴 슈쇼는 그것에 대해 가여워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기에 관리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관리보다 왕이 있으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고 자신이 왕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기린이 나타나 봉황기가 걸린 이상 숨어 있는 왕이 겁내지 않고 봉산을 올랐으면 해서, 자신 같은 어린 소녀도 올랐으니 모든 국민이 봉산을 올라 얼른 왕이 등극했으면 해서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온 것이다.
이대로는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밥을 먹어도 전혀 기쁘지 않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니까, 자신이 왕이라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이 나라에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었다는 거니까 받아들여야지 하는 마음으로.
왕이 된다면 간큐를 신하를 삼기로, 왕이 안된다면 주씨가 되어 간큐의 제자가 되겠다는 말을 하는 슈쇼를 보며 간큐는 슈쇼가 주씨가 될 일이 없음을 안다.
간큐는 남쪽으로 온 슈쇼가 도남의 날개, 붕임을 예감한다.
천선인 진군을 배웅하며 슈쇼는 진군이 사람임을 묻고 사람인 진군의 이름을 박에게 붙일 것이라 알려달라고 한다.
진군은 자신의 이름이 고야라고 대답하고 사라진다.
고야가 준 약으로 상처가 거의 치유된 간큐와 슈쇼는 곧 추우를 타고 온 리코를 만나고 이어 요마를 탄 기린 무리와 마주한다.
왕을 마중나온 기린을 향해 다가간 슈쇼는 대뜸 뺨을 때리며 어째서 자신이 태어났을 때 찾아오지 않았냐며 말하고 기린은 진심으로 미소짓는다.

그리고 두 달간 여행을 마친 주군이 돌아온 주국에는 활기가 넘친다.
주군인 로 센신의 부인과 세 자녀들은 항상 모두의 의논으로 일을 처리해왔고 기린인 소린, 즉 쇼쇼가 왕으로 맞이한 후에도 늘 그렇게 지내면서 오백년의 대왕조를 이루며 연왕과 더불어 명군으로 군림했다.
그 세 자녀 중 차남은 방랑벽이 있어 즉위 후에도 늘 밖으로 도는데 덕분에 주국은 각 나라의 치세를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가족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 곧 차남이 등장하고 꾸지람을 당하며 소식을 알린다.
승상에 동행해 공왕이 등극하는 것을 보고 왔노라고, 곧 공왕이 즉위할 테고 공왕은 열 두살의 소녀임을 리코는 가족에게 말하며 자신을 경하사절로 보내달라 청한다.
그리고 공왕의 운수에 휘말린 자신이 공왕의 뒷배가 될 수 있게 하늘이 안배한 것이라 말하며 주왕에게 공왕을 도와달라 한다.

처음에는 슈쇼가 너무나도 철없는 어린 아이여서 답답했고 화가 났다.
건방지게 영리하다는 말이 딱 맞게 느껴졌는데 혼자서 떨어져 스스로 생각하게 되면서 행동하는 모습과 승산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니 기특해지는 마음.
기린의 빰을 때리다니 역시 아이니까 할 수 있는 걸까.
리코는 주요 인물 같다 했는데 역시 왕의 아들.
공왕 주왕이 함께 등장.
이번에는 연왕은 안 등장하나 했는데 고야가 나왔다.
어디서 본 듯한데 찾아봤더니 그 연왕 태보 로쿠타의 옛 친구였다.
요마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땅을 만들때까지 기다리겠노라 했던 고야가 견량진군으로 사람들을 요마에게서 지켜주고 있었다니.
역시 연왕이 주인공이군.
재밌다.
내일 화서의 꿈 마저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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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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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은 안녕하신가영을 처음 알게 해준 곡이였다.
좋아밴의 베이시스트였더라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쩐지 그 곡 좋았지 뭐 그런 생각도 했을 만큼 백가영의 아기자기한 가사와 포근한 멜로디가 좋아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도 놀랍고 서툴고 소박한 노래들인데 사정없이 푹 파고들어 자꾸 맴돈다.
멜로디도 충분히 감탄스러운데 가사들이나 제목은 한없이 사랑스럽다.
작년 겨울부터 올 봄까지 한곡씩 차례차례 발표되었던 단편집 5곡들과 함께 산문집을 냈다는 이야기에도 놀라지 않았던 건 ‘재미없는 창작의 결과‘, ‘순간의 순간‘, ‘반대과정이론‘ 같은 노래만 들어도 알 수 있으니까.

단편집의 다섯 곡 이름은 소제목이 되었다.
겨울에서 봄
인공위성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어디에 있을까
그리움에 가까운
1년간 지겹도록 들었던 노래, 반갑다.

사실 에세이나 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수필이나 일기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터무니없는 기준으로 분석해놓은 시험문제로 처음 접했기 때문에.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자기계발서나 산문집이나 그 사람의 생각이니까 내가 굳이 알아야 할까 싶다.
작가의 생각은 작품으로 접하면 충분하니까.
음악가의 생각이니까 다를까 싶어서 집어들었다.

곡들의 분위기와 비슷한 문체로 끄적여놓은 생각들.
일기에 가까운 일상을 엿본 기분.
중간 중간 삽입된 가사들과 발표된 각 단편집의 곡이 어우러져 이 책의 목적은 적어도 나에겐 참 좋은 팬서비스가 되었다.
참 좋은 프로젝트야.
표지도 속지도 그 노래들을 연상하게 만들어서 결국 노래를 틀게 만들 만큼 예쁜 책.
어쩐지 단편집 앨범 커버가 유독 예쁘더라니 책에 있으니 제자리를 찾은 마냥 잘 어울린다.
노래만큼의 임팩트는 없지만 그냥 좋다.
아직 멈추지 않은 노래들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
달콤한 꿈을 꾸어야 할 시간에
엄마의 꿈을 좇던 그때 그 아이는
어김없이 뜨는 해를 또 바라보며
꿈을 떠올린 적이 있었을까

누군가의 무엇으로 태어나서
무엇이 어떤 누군가가 되는지
여전히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채
살아오고 있는 건 아닌 건지
걱정이 돼

보여지는 대로 보여지는 것을 
믿다 보면
네 목소리는 어땠는지 
넌 어떤 걸 좋아했는지 모르겠어
들려오는 대로 들려오는 말을
믿어야만 했던 너에게
언젠가는 꿈을 꾸는 사람이길

- 안녕하신가영 <꿈을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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