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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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근에 발매된 책인 줄 알았는데 1978년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가 올해서야 한국에 풀린 것.
‘클레인의 항아리‘가 생각난다.
어느 화창한 날, 새빨간 꽃처럼 추락사한 사업의 여왕인 도미노코지 기미코의 죽음을 둘러싼 27인의 증언.

책은 기미코가 죽은 후 가족부터 친구, 이웃까지 주변의 인물들을 찾아가 그녀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27명의 사람들은 기미코에 대해 천사 혹은 악마라는 극과 극의 증언들을 하고 자신이 겪은 일과 그녀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는데 읽을수록 기미코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실체가 밝혀지고 명확한 이유 같은 게 나왔으면 했는데 결국 기미코에 대해 죽을 때까지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 모두에게 거짓말을 늘어 놓고 사기를 치고, 그로 인해 쌓은 부로 온갖 깨끗한 척 순수한 척 포장하며 고고하게 살아왔던 기미코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며 이해받지 못한 채 끝내 이유 모를 죽음을 맞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듯한 결말이라 별로다.

온다 리쿠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떠오르기도 하는 구조인데 내용이나 몰입도는 전혀 다르다.
일단 주인공인 기미코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고, 좋게 말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에 넘어간 거고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사기당한 것이며 죽은 이유가 나오지 않은 게 완성도 면에서 떨어져서 찜찜한 거지 사실 전혀 궁금하지 않다.
각 인물들은 눈에 보이는 듯 그려져 이미지 구상은 좋았지만 정작 주인공이 그냥 허언증 환자나 해리성 정체성 장애 같은 환자처럼 느껴져서 차라리 치명적인 악녀면 모를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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