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서의 꿈 십이국기 7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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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화서의 꿈‘은 ‘히쇼의 새‘처럼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느낌으로 5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단편집도 썩 별로고 ‘히쇼의 새‘ 역시 별로였던 터라 기대감이 뚝 떨어졌는데 뒷표지의 설명으로는 왕과 기린, 사람들의 이상과 갈등, 그리고 꿈을 그린 이야기라 해서 조금 다르겠거니 했다.
오랜만에 태국의 다이키로 시작하는 건 아주 좋았다.
다이키는 아직은 그래도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라서 어디서 뭘 하고 있나 신경이 쓰인다.
동영, 승월, 서간, 화서, 귀산 다섯 가지의 이야기는 태보와 왕, 나라에 대해 아주 적확하게 핵심만 추려 담고 있다.
다 읽고 보니 저렇게 잘 맞을 제목이 없다.
한자를 못 옮긴 게 아쉬울 만큼 제목이 곧 모든 내용의 스포인 셈.

첫 번째, 동영은 태국의 이야기다.
기린인 다이키는 자신이 선택해 태국의 왕이 된 교소를 믿고 따르지만 자신이 할 일은 이미 끝이 났고 어린 자신이 누가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태국은 여전히 황폐하고 겨울을 맞아 뿌리는 눈 때문에 백성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
다이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주눅들어 있는데, 그런 다이키를 왕은 축하 답례 사절로 연국의 염왕에게 보내기로 한다.
겨울에도 따뜻하고 꽃이 피는 연국을 부러워하던 사절은 궁에서 농부의 차림으로 정원을 가꾸는 염왕을 만난다.
당황한 다이키에게 염왕은 왕의 소임과 일, 그리고 기린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 다이키에게 왕은 선물을 준비했고 태국에 꽃이 핀다.

두 번째, 승월은 방국의 이야기다.
방국은 제후인 겟케이 일동이 가혹했던 선왕을 몰아내고 왕좌를 비운 지 4년이 지났다.
관리들의 노력으로 조정은 안정되었고 계속해서 왕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채 결국 귀향하려 하는 겟케이에게 경왕의 친서와 선왕의 외동딸 쇼케이의 서신이 온다.
세이는 총재와 제후 중 누구에게 서신을 줄지 고민하고 결국 겟케이의 뜻으로 총재인 쇼요가 서신을 받아 든다.
소임을 다한 세이는 방국의 국고에 폐를 끼치지 말라는 왕명을 받들어 방국을 시찰하고자 여관에 묵으려 하고 겟케이는 그런 세이를 개인 관저로 데려간다.
그리고 밤새 왕에 대해, 자신의 처지와 심경에 대해 둘은 대화하고 쇼케이가 공왕의 패물을 훔친 것에 대해 사죄하러 공국을 찾아간다는 말에 본인 또한 결심을 한다.
경왕과 겟케이가 쇼케이의 감형을 처한 것에 공왕인 슈쇼는 격노하며 쇼케이를 공국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벌을 내린다.
겟케이는 이제 쇼케이의 용기를 본받아 쇼케이보다 절실히 구제를 기다리는 백성을 위해 쇼케이의 아버지의 것을 훔치기로 한다.

세 번째, 서간은 라쿠슌과 요코의 이야기다.
반수인 라쿠슌은 요코가 경국의 왕이 된 후 연왕의 도움으로 안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본래 살던 교국보다 반수에 대한 차별과 핍박은 거의 없지만 대학 내에서 자신은 본초로 불리며 뒤에서 조롱을 당하고 겉돈다.
하지만 착한 친구들과 선생님 덕에 성실히 공부하며 1등을 차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반면 요코는 경왕으로 오른 후 왕의 위신에 대해 생각하고 관리들에게 무시당하며 모르는 것을 배워나가느라 벅차다.
하지만 교국에 있는 라쿠슌의 어머니를 만나 라쿠슌에게 안부를 전하며 자신은 어렵지만 괜찮다 말한다.
라쿠슌 역시 기린이 숨을 거둔 교국의 어머니가 걱정되어도 괜찮을 거라 하고 학비를 걱정하는 자신을 숨기며 대학에서 쾌적하게 지내고 있다 말한다.
숨긴 마음들을 굳이 내어 놓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즉위식에서 보자며 약속한다.

네 번째, 화서는 재국의 이야기다.
제목이기도 한 이 책의 가장 메인인 이야기.
재국의 기린 사이린은 실도했다.
왕이 도를 잃어 잘못된 길을 갈 때 왕을 선택한 기린은 그 책임을 진다.
세이린에게 화서화타를 건네며 화서의 꿈을 보여주겠다던 왕 시쇼는 항상 바른 길을 걸었고 20년간 그를 줄곧 따라왔던 고두의 무리들 슈카와 에이슈쿠, 세이키는 왕이 실도했음에도 자신의 이상을 굽히지 않는 것에 참담한 마음이다.
그러던 와중 선적에 오른 시쇼의 아버지가 살해되고 형제인 준코가 실종되는 일이 일어나고 슈카는 남몰래 시쇼를 의심한다.
그리고 세이키는 그날 준코가 화서화타의 복숭아 나무가지를 왕에게 주겠다 했다 말한다.
시쇼는 점점 초조해하고 결국 역모를 품은 준코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를 도운 슈카와 에이슈쿠에게 모반의 혐의를 씌워 주국으로 사이린을 데리고 나가라고 명한다.
실망한 그들은 시종일관 비명을 지르며 시쇼를 욕하고 책망하는 사이린을 데리고 주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무사히 주국을 도착한 뒤 에이슈쿠는 슈카에게 명을 따라 돌아가 벌을 받자고 말한다.
다시 돌아온 방국에서 실종되었던 준코는 화서화타를 지닌 시신으로 발견되고 세이키는 시쇼가 준코와 아버지를 살해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화서화타는 화서의 꿈이 아닌 자신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을 거라 말하고 슈카는 그걸 건넨 사람이 에이슈쿠였고 에이슈쿠가 실도를 향해 시쇼를 떠밀었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시쇼는 자결하고 유언으로 책망은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슈카는 왕이 죽은 뒤 자신들이 그저 선왕의 반대되는 일만 했을 뿐 진정한 정사를 생각지 못했기에 왕과 자신들은 왕좌를 맡기에 무능했음을 깨닫는다.

다섯 번째, 귀산은 주국의 이야기다.
주국의 종왕의 차남 리코는 온 나라를 떠돌아 다니며 후칸을 알게 됐는데 60년이 지나도 다시 만난 서로가 선적에 든 인물이라는 걸 알고 대화하며 친해지게 되었고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게 되었다.
유국에서 다시 만난 둘은 이미 요마가 나오는 등 망해가는 유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뛰어난 법치국가였던 유국은 십년 째 첫 고비를 잘 넘겨 리코는 유국이 오래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두 번째 고비인 왕이 원래 죽었을 나이를 지나 세 번째 고비인 삼백년 째가 되기 전 120년 정도에 위기를 맞은 유국이 낯설다.
그리고 리코와 후칸은 아마도 왕이 없어도 굴러가게 만들어놓은 법을 남기고 유국의 왕이 왕좌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 한다.
주국과 안국은 삼백 년이 넘은 대왕조로 특히 주국은 12개 나라 중 가장 오래되었기에 선례 없는 왕조의 끝이 어떤 방식으로 오게 될 지 불안하다.
그리고 헤어진 후 다시 돌아온 주국에서 리코는 소식을 알리고 난민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 왕조가 오래가는 것이 불안하면서도 그 풍경에 절로 안심하여 돌아오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라기 보다 메인 스토리를 이어주는 괜찮은 징검다리같은 책이었다.
골고루 나라별 특징 같은 걸 정리해주는 것도 좋고 기린과 왕, 그리고 하늘이 선택한 왕이 몰락해가는 과정 같은 걸 여러 케이스를 들어 설명해주는 게 친절했다.
여덟 권째 보면서도 나라가 열두 개, 왕과 기린이 각각 열두 명 게다가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라 여전히 지도를 보면서 머릿 속으로 누가 누군지 의식하면서 보는 중이었는데 적어도 여기 나온 인물들 만큼은 제법 정리가 되었다.
요코의 이야기에서 위왕은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위왕에 대한 고민이나 역할 같은 것도 합당하게 부여되었고 전반적으로 각 나라의 처지같은 걸 단편적으로 그려져서 좋았다.
슈쇼는 바로 전편에서 어린애 같았는데 90년째 잘해내고 있구나 싶고 그 패물 훔친 애 하니까 또 봤던 기억도 나고, 요코랑 라쿠슌이 여전히 잘 지내서 좋고 둘 다 잘 되고 잘 했으면 좋겠고, 연왕이랑 리코는 역시 비슷한 이미지다 싶었는데 친하게 지낸다니 좋고 등등 아무튼 캐릭터들에 정이 들어간다.
얼른 다음 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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